“입고, 면접보고, 취업하라” 열린옷장 김소령 대표
“입고, 면접보고, 취업하라” 열린옷장 김소령 대표
2017.09.22 18:26 by 최현빈

면접 자리에 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정장에 달린 가격표는 취업준비생에게 절대 만만치 않다. 정장을 사려면 돈이 필요하고, 돈을 벌려면 취업을 해야 한다. 마치 등산 장비가 산꼭대기에 있는 상황이랄까.

정장대여 비영리 서비스 ‘열린옷장’은 이런 취업준비생들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이다. 건국대학교(서울 광진구) 앞에 위치한 열린옷장 사무실에는 2000벌이 넘는 정장이 사이즈별로 갖춰져 있다. 정장을 살 여건이 안 되거나, 자신의 몸에 맞는 정장을 구하기 힘든 이들에겐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 김준현은 ‘작은 체구’다.

지난 9월 8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스타트업캠퍼스에서는 특별한 강연이 열렸다. 열린옷장 김소령 공동대표와 미래의 스타트업 대표를 꿈꾸는 60명의 ‘선수’들이 만난 것. 판교 스타트업캠퍼스가 주최하고, 더퍼스트미디어가 주관한 강연 ‘스타트업CEO를 만나다’에서 김소령 대표의 솔직한 창업 스토리를 들을 수 있었다.

강연 중인 김소령 공동대표의 모습

“정장을 사는 데 드는 평균 비용이 35만7000원이었어요. 단 한 시간의 면접을 위해선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가격이죠.”

김 대표가 창업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말했다. 비슷한 경험이 있을 법한 또래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광고회사에 다니던 김소령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건 지난 2011년. 당시는 미국발 금융위기(2008년 발생)의 여파로 실업률 최대치를 찍을 때였다. 면접을 위해 서울로 상경해 여인숙을 전전하던 친구들을 쉽게 접했던 이유다. 이들에게 주어진 면접 기회는 한 해 평균 2.8번. 세 번도 채 안 되는 이 기회를 위해 취업준비생들은 교통비, 숙박비, 의상비 등에 큰 비용을 지불해야 했다.

이중 김 대표가 특히 주목했던 건 ‘옷’이었다. 면접 의상에 대한 고민이 여기저기서 들려왔지만, 정부든 민간이든 이를 해결해주는 곳은 없었다. 그 생각은 자연스레 ‘취업준비생을 위한 옷장을 만들자’라는 발상으로 이어졌다. 서울 희망제작소에서 운영하는 ‘소셜디자이너스쿨(SDS)’에서 뜻이 맞는 동료를 찾은 김 대표는 단 10벌의 정장만을 가지고 ‘열린옷장’을 창업했다.

본격적인 창업 스토리가 펼쳐지자, 예비 창업자들의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가장 궁금한 건 역시 ‘수익’이다. “비영리 소셜벤처의 형태로 시작했는데 돈은 어떻게 벌었냐”는 질문에 김 대표는 “초반은 버티는 날의 연속이었다”고 답했다.

“3일 동안 (손님이) 딱 한 명 찾아오는 날도 있었어요. 창업 이후 처음 급여를 나누기까지 1년 6개월이나 걸렸죠. 창업을 할 때 비즈니스 모델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이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분석하고 확인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김소령 대표)

하루하루가 ‘버티기 한 판’이었던 나날들을 이겨내자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10벌이었던 정장은 2000벌로 늘었고, 작은 탁구대에서 시작한 피팅룸 겸 사무실은 100평 규모로 커졌다. 3일에 한 명이었다던 대여자는 월평균 2500명으로 폭증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비결은 ‘뾰족하게 알리기’다. 앉아서 고민하고 걱정할 시간에 한 명이라도 더 만나서 자사의 가치와 활동을 적극적으로 알렸다는 것. ‘알리기’의 힘은 생각보다 컸다. 열린옷장 프로젝트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생겼고 힘을 모아주기 시작했다. 빨래를 도와주겠다는 세탁소가 등장하는 식이다. 김 대표는 “동시대 청년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문제에 대한 접근인 만큼 제대로 알게 하고 싶었다”면서 “공감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새 사무실이 생기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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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CEO들에겐 이날 강연이 어떻게 다가왔을까. 최재웅(22)씨는 “그동안 목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는데 스타트업 선배 덕분에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던 자리”라고 말했다. 남재홍(22)씨는 “패션 스타트업을 준비하면서 열린옷장의 사례를 참신하게 봤었다”며 “열정과 가치관을 공유할 수 있는 동료가 매우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는 소감을 밝혔다.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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