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의 생리통은 너무 가혹하다
소녀들의 생리통은 너무 가혹하다
2017.10.12 15:05 by 최태욱

소녀들은 눈물겹습니다. 신체‧정신적으로 받는 차별이 쌓이고 쌓여 경제‧사회적 약자의 길로 내몰립니다. 눈앞에 난관들은 결국 미래의 기회까지 앗아가죠. 시대착오적인 얘기라고요? 전 세계 ‘일하는 아이’의 75%가 여아이며, 만성적 기아의 시달리는 인구의 60%도 그들입니다. 열 명 중 한 명의 여성이 유년기에 성폭행을 당한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바로 오늘날의 얘깁니다. 더퍼스트미디어는 매년 10월 11일 ‘세계여자아이의 날’을 맞아 개발도상국 소녀들의 현실을 들여다봅니다. 

‘아프리카의 진주’라 불리는 우간다. 수도 캄팔라에서 100km 떨어진 작은 마을 ‘키마사(kimasa)’는 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짓는 소박한 곳이다. 형편이 좋지 않은 건 대개 비슷하지만, 수잔(가명‧13)의 집은 특히 더 열악하다. 부모를 여의고 할머니와 사는 수잔은 일찌감치 손에 흙을 묻히며 자랐다. 밭일이면 밭일, 집안일이면 집안일… 수잔에게 노동은 익숙한 일상이다.

그런 수잔에게 자신이 여전히 ‘꿈 많은 소녀’라고 일깨워주는 곳이 있다. 바로 학교다. 수잔은 “학교는 내 유일한 도피처”라며 “열심히 공부해서 마담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우간다에선 선생님을 ‘마담’이라 부른다. 그 나라 소녀들이 품을 수 있는 가장 큰 야망 중 하나다. 비록 어린 나이지만, 공부가 가난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란 것 정도는 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턴가 수잔의 등굣길이 뚝 끊겼다. 벌써 몇 달째다. 유일한 도피처를 스스로 외면하게 된 수잔, 열세 살 소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간다 소녀들에게 학교는 유일한 도피처다.(사진: 차주용 작가)

생소한 통증이 발단이었다. 지난 4월 무렵의 일. 아침부터 배와 허리가 아팠다. 아픈 배를 부여잡고 학교에 당도했다. 문제는 수업 도중 발생했다. 갑자기 수잔의 아랫도리 쪽으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초경이었다. 수잔은 놀랐고 친구들은 놀렸다. ‘오줌싸개’라는 말도, ‘더럽다’는 말도 들렸다. 황급히 스웨터를 허리에 묶고 교실을 뛰쳐나왔다. 그게 수잔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너무 부끄러웠어요. 남자애들 비웃는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 같아요. 할머니한테도 말 못 했어요. 해줄 수 있는 게 없으니까…”

그날 이후 수잔은 낡은 옷가지나 나일론 조각을 얼기설기 엮어 생리대로 사용한다. 우간다 현지 시장에서 파는 생리대의 가격은 3000실링(한화 약 800원)이다.

학교에 가고 싶어요…(사진: 차주용 작가)

 

우간다에 흩뿌려진 소녀의 눈물

소녀들의 인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유엔(UN)에서 매년 10월 11일을 ‘세계여자아이의 날’로 지정해 그들이 마주한 편견‧차별‧폭력 등을 상기시키는 이유다. 유엔이 제시한 자료를 보면 그 속내가 여실히 드러난다. 가사노동에 시달리는 아동의 75%, 만성적 기아에 시달리는 인구의 60%가 여아라는 통계가 대표적이다. 전 세계 여아 10명 중 1명이 성폭력을 경험했고, 개발도상국의 소녀(15~19세) 사망 원인 2위가 조기 임신‧출산으로 인한 합병증이란 수치는 경악스러울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유년기 병폐가 고스란히 성인기로 이어진다는 점. 전 세계 문맹 성인의 67%가 여성인 것도 그래서다. 그야말로 심각한 악순환이다.

물 긷는 소녀. 저 너머에 공놀이하는 소년의 모습과 묘한 대조를 이룬다

이런 성향은 저개발국가일수록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여아 권리지표(Girls Opportunity Index, 2017)’ 120위(144개국 中)에 해당하는 우간다도 그중 하나. 지난 2014년부터 올해 여름까지 우간다 사업을 직접 관장했던 박성현 굿네이버스 우간다 지부 前 지부장(現 대구경북본부 과장, 이하 지부장)는 “현지 주민들에게 직접 욕구 조사를 해보니 여아 인권회복에 대한 목소리가 특히 높았다”고 회상했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나라를 고르고, 그 나라에서도 가장 취약한 마을로 들어갑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도 가장 취약한 성별‧연령이 바로 여자‧아이였어요. 말 그대로 전 세계에서 가장 힘없고 차별받는 대상이란 얘기죠.”(박성현 지부장)

박성현(사진) 지부장은 “무지와 빈곤의 가장 큰 피해자는 여아”라고 말했다.

실제로 수잔이 사는 우간다 키마사 지역 6개의 공립 초등학교 졸업비율을 보면, 남학생들이 훨씬 높다. 하지만 입학비율은 정반대였다. 박 지부장은 “아동성별을 둘러싼 각종 불평등으로 인해 여아들은 학교를 다니는 것에 대한 어려움이 크고 결국 중퇴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럼에도 문제에 대한 인식도 그에 대한 교육도 없다. 이는 결국 지속적인 인권침해와 불평등의 고리를 만든다. 생리와 같은 신체변화로 인해 차별받는 것도 그중 하나다.

 

내겐 너무 가혹한 생리통

키마사 마을의 올리비아(가명‧13)는 최근 지역 병원서 진찰을 받았다. 생리 때마다 생식기 부위에 가려움을 느꼈는데, 그 증상이 더 심해졌기 때문이다. 올리비아는 “너무 가려워서 긁다 보니 상처까지 생겼다”며 울상을 지었다.

작년부터 생리를 시작한 올리비아는 교복의 안주머니를 떼어 생리대로 사용했다. 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홀어머니는 딸에게 생리대를 사줄 형편이 못 됐다. 다른 천 쪼가리도 마땅치 않아 안주머니 헝겊 하나를 계속 빨아서 썼다. 가끔 덜 말라 축축한 상태로 사용하기도 했단다. 병원에선 염증약과 함께 “필히 깨끗한 생리대를 사용할 것”이라고 처방했지만 달라진 건 없다. 올리비아는 “엄마한테 말했지만,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털어놨다.

사실 올리비아의 사례가 그다지 특별한 건 아니다. 굿네이버스 우간다 지부가 키마사 마을 여아의 생리대 사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68%가 낡은 옷을 잘라 썼고, 17%는 화장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성 생리대를 구매해 사용하는 경우는 15% 정도에 불과했다.

키마사 마을의 여아 10명 중 7명은 낡은 옷을 생리대로 활용한다.(사진: 차주용 작가)

진짜 문제는 이것이 문제라는 것조차 모른다는 것. 정규과정에선 기본적인 성교육도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부모에게 토로해도 뾰족한 수는 나오지 않는다. 박성현 지부장은 “여기 엄마들도 다 그렇게 자랐기 때문에 딱히 문제로 보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피해는 오롯이 여아 혼자 짊어진다.

자연스레 찾아오는 2차 성징으로 ‘불결하다’는 비아냥을 듣고 한순간에 놀림거리가 된다. 필요 이상의 고통도 감내해야 할 몫이다. 박 지부장은 “청결하지 못한 대체 생리대 사용으로 통증이나 가려움증을 호소하는 여아들이 많다”면서 “지역 병원에서 명쾌한 치료를 해줄 수도 없어 대부분 심각한 부인과 질병의 위험성을 안고 산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학업마저 포기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유일한 탈출구의 문이 닫히는 셈. 우리 돈으로 800원 정도에 불과한 생리대 하나가 만든 비극의 씨앗이다.

 

소녀의 기도를 응원합니다

우간다 정부 역시 여아에 대한 차별과 인권 침해의 심각성을 알고 있다. 국가 차원에서 이를 해소하려는 움직임도 있었지만 현실적으론 어려움이 더 크다. 정규 공교육 정상화조차 요원한 상황이기 때문이다.(우간다의 정규교과에선 성교육은커녕 예체능교육조차 찾기 힘들다.)

세계시민들의 손길이 필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제로 우간다엔 이미 몇몇 국제단체가 들어와 여아의 인권 함양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 우간다 지부가 키마사 지역을 무대로 펼치고 있는 ‘걸스 앰버서더 프로젝트(Girls Ambassader Project)’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처음 시작한 이 활동은 글로벌 소셜벤처 ‘제리백’과 함께 위생적으로 재사용이 가능한 생리대를 제작‧보급하는 것으로 시작해, 여아 대상 방과 후 프로그램, 여아들의 권리를 지키는 연극과 인형극 발표회, 공립학교를 대상으로 한 권리옹호 활동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굿네이버스 우간다의 ‘걸스 앰버서더 프로젝트’ 활동 모습

박성현 지부장은 “가장 시급한 생리대 보급을 필두로 여아의 인권보호를 점차 확대해나가는 방식으로 기획했다”면서 “정부 및 교육 관계자를 초대한 행사에서 성폭력이나 성차별에 관한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하고, 직접 슬로건이나 포스터를 만들어 거리 퍼레이드를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키마사 마을의 여아 2000명에 보급한 일명 ‘굿패드’.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를 활용해 최상의 제품을 만들자는 목표로 고안된 재사용 생리대다.

박 지부장은 “보급한 생리대 개수보다 더 의미 있는 건 여아들의 목소리를 밖으로 꺼낼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것”이라며 “그 발판 위에 세심함이 더 쌓이면 우간다의 여아들도 꿈을 키우고,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굿패드(Good Pad)를 지원받고 다시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됐어요. 가렵지 않은 것도, 맘껏 뛰어다닐 수 있는 것도 기쁘지만, 남자아이들에게 놀림을 받지 않는 게 제일 기쁩니다. 이젠 다신 결석 안 할 거예요. 더 열심히 공부해서 꼭 선생님이 될게요.”(우간다 현지 굿패드 사용 후기 에서)

 

/사진: 차주용 작가 ‧ 굿네이버스

* 이 콘텐츠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와 함께 합니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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