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의 YG를 꿈꾼다_ 모던韓 조인선 대표
국악계의 YG를 꿈꾼다_ 모던韓 조인선 대표
2017.10.12 18:23 by 최현빈

‘전통예술’하면 무엇이 떠오르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어렵다’는 느낌. 우리의 문화지만 역설적으로 가장 낯설다. 영화나 연극, 뮤지컬은 가깝지만 국악 공연은 멀다.

전통예술 플랫폼 ‘모던.韓(이하 모던한)’은 이 같은 전통 예술에 대한 고정적 인식을 깨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다. EDM과 결합된 국악을 클럽에서 연주하는가 하면, 전통주를 베이스로 한 칵테일 레시피를 선보이기도 한다. 현재 160명의 전통예술 아티스트가 모여 있는 모던한의 별명은 ‘국악계의 YG'다.

지난 9월 29일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스타트업캠퍼스에서 조인선 모던한 대표와 60명의 예비 창업가들이 만났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가 주최하고 더퍼스트미디어가 주관한 강연 ‘스타트업 CEO를 만나다’ 무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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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예비 창업가들의 눈이 반짝인다. 현재는 대표의 직함을 달고 있지만, 조 대표는 16년 경력의 아쟁 연주자다. 어린 나이에 연주를 시작해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쳐 국악 관현악단에 들어갔다. 악단은 국악 전공자들에겐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곳. 매년 800여 명의 국악 전공자가 배출되지만 이들에게 취업의 선택지는 대개 악단 아니면 강단이다.

조 대표에 따르면 이중 어디에도 발을 들이지 못한 이들은 오랜 기간 다뤄온 악기를 놓아야만 하는 것이 오늘날 국악계의 현실이다.

대중의 반응 역시 시원치 않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에서 400명의 공연 관람 경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국악 공연을 한 번이라도 관람한 이는 단 11명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그 11명 중 5명은 무료 관람권을 이용했다.

조인선 대표는 국악인으로선 탄탄대로를 걸었던 케이스다.

조 대표는 자신의 음악을 사랑했지만 지금의 국악 시장에선 확실한 한계를 절감했다. 이는 빠른 결단으로 이어졌다.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악단을 떠나 곧바로 창업의 길에 들어선 것. 목표는 단 하나였다. 사람들이 찾는 국악 공연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모던한의 첫 프로젝트는 국악과 EDM 장르의 결합이었다. 조 대표 홀로 시작한 일이었기 때문에 기획과 운영, 연주까지 혼자 도맡아야했다. 우려의 시선도 잠시, 관객은 환호로 답했다. 파티 문화에 익숙한 2‧30대와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이 같은 조합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새로운 도전에 자신감을 얻은 순간이었다.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은 다른 아티스트들의 관심도 자연스레 불러일으켰다.

조 대표는 공연에서 그치지 않고 오감을 매개로 한 전통 문화 재해석에 나섰다. 한복 패션쇼를 여는가 하면, 한식 핑거 푸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조 대표 홀로 시작한 모던한에는 어느덧 160명의 전통예술 아티스트들이 모여들었다. 첫해 2000만원이던 매출도 3년 새 2억원으로 훌쩍 뛰었다.

올해는 ‘후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 중이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꽃과 나무로 ‘전통 향’ 디퓨저를 만든 것.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지난 9월 시작한 크라우드펀딩은 개시 열흘 만에 목표액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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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한은 오감을 매개로 한 전통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예비 창업가들은 시종일관 선배의 경험담에 귀를 기울였다. 특히 예술 전공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평소 만나보기 힘들었던 예술 계열 창업 이야기인 탓에 질문도 줄을 이었다. 무엇보다도 질문이 집중된 분야는 공연장 섭외 부분. 아무리 좋은 기획이라도 기관의 협조가 없으면 빛 좋은 개살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

“다양한 문화 관계자들과 유대를 쌓는 것이 중요해요. 사람들은 쉽게 마음을 열지 않거든요. 항상 기회만 있으면 모던한과 우리의 프로젝트를 알렸어요. 그렇게 쌓인 명함이 어느새 2만 장이 넘었네요.”

조 대표는 창업을 예술 행위에 빗대면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모든 창업이 그러하지만 예술 분야는 더더욱 그랬다. 대중에게 사랑받는 아티스트들의 공통점은 자신만의 콘텐츠가 있다는 점이라는 평범한 명제는 조 대표에게도 진리다.

강연이 끝난 뒤 예비 CEO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성재(23)씨는 “전통 예술을 재해석하는 회사가 있다는 것만으로 감동을 받았던 자리”라고 말했다. 정유석(24)씨는 “예술 기획 분야에서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데 많은 통찰을 얻었다”며 “오랫동안 아쟁을 연주한 조 대표의 사례를 보며 기획자의 안목이 중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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