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연휴, 짧은 탄식
긴 연휴, 짧은 탄식
긴 연휴, 짧은 탄식
2017.10.13 18:16 by 제인린(Jane lin)

긴 연휴 잘 보내셨나요? 길다고 방심하는 순간 어느덧 끝나 있는 느낌이 기분 탓만은 아니겠죠. 우리 추석 연휴와 마찬가지로 중국 또한 지난 10월 초 열흘 정도의 긴 연휴를 가졌습니다.

그런데 “그 기간이 오히려 곤욕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네요. 연휴를 제대로 즐길 수 없었던 대륙의 민심을 살펴봅니다.

(사진:Marian Weyo /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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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 

추석을 쇠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명절을 보냈습니다. 지난 1일 시작된 중추절(中秋节) 연휴는 명절 당일인 4일을 중심으로 10일까지 계속됐죠. 더욱이 올해는 10월 1일 국경절(国庆节) 연휴가 겹치면서 중국 현지에서는 이번 연휴를 ‘슈앙지에(双節)’라 지칭, 두 배로 기쁜 명절을 맞이하는 분위기가 연출됐습니다. 우리의 ‘황금연휴‘와 같은 셈이죠.

중국 일부 기업에선 법정 연휴 기간보다 긴 휴가를 근로자에게 제공하는 곳도 상당합니다. 이토록 길고 긴 연휴를 보내는 중국인의 모습은 어떨까요. 우리의 연휴와는 무엇이 다를까요?

일부는 고향을 방문해 친지들과 함께 보내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등 자유로운 시간을 즐기려는 젊은이들이 있다는 건 우리와 똑같습니다. 연휴 기간 잔뜩 몰려 있는 잔업 근무를 위해 힘겨운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있다는 점도 비슷하죠.

많은 이들이 쉬는 기간에도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 사실 불가피한 일입니다. 문제는 그에 대한 보상이죠. 이 기간에 근로를 했을 경우 반드시 받아야 하는 수당에 대한 공고문을 정부가 직접 붙였음에도 불구, 대부분의 근로자들은 ‘연휴 수당’이라는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한 채 잔업 근무에 매달릴 수밖에 형국입니다.

(사진:sirtravelalot/shutterstock.com)

자, 지금부터 중국의 민족 대이동 행렬에 함께하지 못한 이들의 사연을 살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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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

중국 장시성 난창시에 소재한 모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는 텐 씨(30세, 여). 그는 올해 국경절과 중추절이 겹친 민족 최대 명절이 그다지 반갑지 않습니다. 이웃 지역인 후난성 장가계에 소재한 고향을 방문하기 위해선 고속열차 또는 비행기를 타야 하고, 이때 그녀가 지출해야 할 왕복 티켓의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10월 1일 국경절은 중국에서 손꼽히는 길일로, 이날에 결혼식을 올리는 지인만 3쌍이 넘습니다. 중국의 혼인 풍습상 축의금 수준이 상당한 것도 그녀의 형편을 어렵게 하는 다른 이유 중 하나죠. 가까운 지인의 결혼식에는 반드시 1000위안(약 20만원)에 상당하는 금액을 축의금으로 제공해야 하는 게 이 나라 미덕인데, 이보다 적은 금액을 넣을 경우 해당 지인과의 관계를 소홀히 여긴다는 암시로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또 다른 지인에게 돈을 빌려 축의금을 하는 지경에까지 이른 젊은이들이 상당하다는 게 톈 씨의 설명이죠.

이런 식으로 텐 씨가 올해 황금연휴 ‘슈앙지에’에 지출한 최소 금액은 3000위안(약 60만원)의 축의금과 비행기(또는 까오티에로 불리는 고속열차) 왕복 티켓 비용 1000위안(약 20만원), 부모님께 드릴 용돈 2000위안(약 40만원) 등입니다. 이는 그가 지출한 가장 최소 비용만 정산할 것일 뿐 오고가며 드는 식비와 부대비용 등은 포함하지 않은 액수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가 지급 받아온 월급은 2500위안(약 50만원)에 불과합니다. 마이너스 통장 없이는 살 수 없다는 볼멘소리가 과장된 것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죠.

그나마 이 같은 개인 용무로 고향을 방문할 수 있는 텐 씨의 사정은 나은 편에 속합니다. 상당수의 젊은이들이 고향을 찾는 대신 회사의 잔업을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실제로 필자가 강단에 서는 후난 지역의 한 대학 재학생들 대부분은 아르바이트를 위해 고향을 방문하는 것을 포기한 경우가 많습니다. 고향을 찾아 친지를 방문할 계획이라고 답변한 이들의 수는 40여 명 중 서너 명에 불과했죠.

나머지 학생들은 기숙사에 머물며 도심에 소재한 대형 백화점, 쇼핑몰 등 관광객이 많이 몰리는 상점에서 연휴 특별 아르바이트를 할 계획이라고도 했습니다. 고향에 있을 가족과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는 교통비가 만만치 않고, 오며 가며 소요될 비용도 만만치 않은 탓에 차라리 도시에 남아 적은 돈이지만 저축하고 싶다는 것이 이들의 일관된 답변이었습니다.

중추절과 국경절이 겹친 ‘슈앙지에’를 보내는 중국의 대학 캠퍼스 풍경. 학생회에서 중추절 기념으로 그려 넣은 홍보물과 이를 구경하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안타까운 점은 그들이 긴 연휴 기간을 포기하면서까지 노동력을 투입해 얻어낼 대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통상적으로 중국의 아르바이트 시급은 도시에 따라 상이하게 측정되는데, 베이징과 상하이 등 일부 대도시에서는 시간당 20위안(약 4000원) 남짓이고 하위 도시로 갈수록 그 금액 수준은 내려갑니다.

후난성 일대에서의 법정 임금 수준은 대체로 10위안(약 2000원)을 겨우 넘어서는 수준입니다. 올해 아르바이트 최소 임금은 시간당 13위안(약 2600원) 수준으로 파악되죠. 물론 이 같은 수준의 임금조차 현장에서는 잘 지켜지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연휴 기간 특별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도 일평균 아르바이트생의 손에 쥐어지는 임금은 80위안(약 1만6000원)에 불과하다.

최소 법정 임금 수준을 지키지 않고 있는 점도 문제지만 근무의 시작과 종료 시간을 근로자에게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도 심각합니다. 이 경우 아르바이트 학생은 사장이 요구하는 대로 본래 계약에 약정돼 있지 않았던 노동에 시달려야만 하루 80위안의 돈을 겨우 손에 쥘 수 있습니다.

중국 법에도 근로자와 경영자 사이에는 반드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서로 간의 책임을 다해야 할 의무가 명시돼 있습니다. 아르바이트생과 해당 근무지 사장 또는 책임자 사이에는 반드시 ‘허주(合組)’로 불리는 근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현실에서는 이 같은 계약서는 존재조차 하지 않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때문에 악덕 사장 또는 책임자를 만난 아르바이트생은 근로의 의무를 모두 이행한 뒤에도 그에 합당한 임금 지급을 거부당하거나, 말도 안 될 정도의 업무를 시켜 스스로 도망치도록 만드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합니다.

이처럼 매년 연휴 기간마다 반복되는 각종 임금 체불 사건 탓에 중국 정부는 이번 연휴를 앞두고 ‘중화인민공화국 노동법 공고’라는 명칭으로 중추절과 국경절 연휴 기간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한 단기 용역 근무에 종사하는 이들을 위해 특별법을 제정해 일반에 공표했습니다.

해당 법규에 따르면 이번 연휴가 시작된 10월 1일부터 8일까지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장은 해당 근로자에게 법이 정한 최소 임금 외에도 기본 200%에 달하는 휴일 임금 수당을 추가로 지급해야 함이 명시돼 있죠.

더욱이 연휴 시작일인 1일부터 중추절 당일인 4일까지는 연휴 특별 수당 명목으로 기본급의 300%를 법이 정한 급여로 책정하고, 해당 기간 이 같은 특별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사업체의 책임자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과 감독을 병행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법규는 탁상공론에 불과한 게 현실입니다. 지난해 기중 전국인민대표회의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중국 내 노동법이 현실에서 지켜지고 있는지 여부의 집계 지수는 매우 저조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1선 대도시를 포함, 전국에 소재한 23곳의 2~3선 도시에서 국유 기업이 근로자와 서면상의 근로 계약서를 체결하는 경우는 80%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중소형 기업 또는 소상공 업체에서 아르바이트생과 체결한 서면 계약서의 존재 여부는 10%를 밑돌 것이란 관측이 대부분입니다. 더욱이 이는 정부 기관에서 작성한 보고서로, 실제 현실은 훨씬 더 낮은 수준으로 예상되죠.

G2, 세계 양대 강국의 지위에 오른 중국이지만 이처럼 기본적인 노동 분야에서의 간단한 문제조차도 해결하지 못하는 모습은 스스로의 위상 하락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는 자명한 사실. 그들은, 아니 그들만 알지 못하는 그들의 현실입니다.

 /사진: 제인린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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