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벽화 ‘그래피티’ 서울숲을 수놓다
거리의 벽화 ‘그래피티’ 서울숲을 수놓다
2017.10.25 15:35 by 송희원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 116개의 컨테이너 건축물로 이루어진 공간이 있다. 바로 서울숲에 위치한 언더스탠드에비뉴다. 그 중 아트스탠드는 누구나 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춘 문화공간이다. 일상 속 예술을 누리고 싶은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이곳에선 지난 10월 6일부터 12월 13일까지 <K-RAFFITI 2017: The New Wave 展(크래피티 2017: 새로운 물결 展)>이 열리고 있다. 언더스탠드에비뉴와 FIFTY FIFTY(피프티 피프티)가 공동 기획한 이번 그래피티 전시는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대한민국 대표 작가 4인방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알타임 죠(ARTIME JOE), 지알원(GR1), 제이 플로우(JAY FLOW), 제바(XEVA).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 4인은 한국 그래피티 씬에서 자신만의 주제와 기법으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는 인물들이다. 전시가 열리는 아트스탠드에서 이들을 직접 만났다.

'크래피티 2017: 새로운 물결 展' 4명의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라이브 페인팅(좌)과 대형 스프레이 벽화(우)
'크래피티 2017: 새로운 물결 展' 4명의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라이브 페인팅(좌)과 대형 스프레이 벽화(우)

 

| 그래피티가 뭐예요?

흔히 ‘그래피티(graffiti)’는 사유 및 공공재산에 그림(혹은 낙서)을 그리는 불법적인 행위로 알려져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960년대부터 미국 특정 마니아층에서 시작된 이 활동은 ‘반달리즘’(vandalism‧문화유산이나 공공시설, 자연경관 등을 파괴하거나 훼손하는 행위)을 기반으로 한 거리의 문화였다. 하지만 오늘날 그래피티는 전 세계 도시 풍경의 일부로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흔히 스프레이로 그리는 걸 그래피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 같은 경우에는 좀 더 범위를 넓게 봐요. 단순히 도구의 종류보단 주체나 행위자의 의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거리 위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문화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지알원)

알타임 죠 작가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에는 스프레이로 벽에 그림이나 글자를 그리는 문화로 시작했지만 영역이 확장되면서 대상이나 도구의 범위도 넓어졌다는 것. 알타임 죠 작가는 “벽뿐만 아니라 티셔츠, 노트, 캔버스에 그리는 것도 그래피티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브 페인팅 작품 앞에 서 있는 지알원 작가(좌) 유명 아이돌 뮤직비디오 속 그래피티로 주목 받은 제바 작가(우)
라이브 페인팅 작품 앞에 서 있는 지알원 작가(좌) 유명 아이돌 뮤직비디오 속 그래피티로 주목 받은 제바 작가(우)

 그래피티가 한국에 상륙한 지도 어언 20년이다. 한국 그래피티 씬의 초창기 세대로 통하는 작가들이 느끼는 변화는 무엇일까?

“처음엔 그래피티라는 단어 자체도 잘 몰랐어요. 그때는 그래피티를 검색하면 ‘검색결과가 없습니다’라고 뜨던 시절이죠. 초창기와 비교하면 인식이 정말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지알원)

“상상마당에서도 그래피티 워크샵을 해왔어요. 현재는 고등학교에서 교양수업으로 그래피티 수업을 하고 있죠. 고등학교에서 그래피티를 배우는 건 아마 처음일 겁니다. 생각보다 스프레이라는 도구를 활용하는 것을 재밌어해요. 호응이 아주 높습니다.”(제바)

한국에서 초기의 그래피티는 소수의 마니아층이 즐기는 장르였다. 하지만 최근 힙합 문화의 대중화와 더불어 그래피티에 대한 관심도 한층 높아졌다. 이제 그래피티는 다양한 오브제(의상, 음반 등)로 영역을 확장해 대중과 새롭게 소통하는 단계까지 성장했다.

“힙합 프로그램 ‘쇼미더머니’에 그래피티가 많이 소개됐잖아요. 프로그램 인기가 높아지면서 그래피티 관련 전시도 많아졌어요. 지금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에서도 그래피티 관련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죠.”(제이 플로우)

스트릿 패션 브랜드 '스티그마'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는 제이 플로우 작가(좌)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작품 활동을 해온 알타임 죠 작가(우)
스트릿 패션 브랜드 '스티그마' 아트 디렉터로 활동하는 제이 플로우 작가(좌)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의 콜라보레이션 작품 활동을 해온 알타임 죠 작가(우)

 

| ‘4인 4색’ 작품 스타일, 저변 넓어진 활동무대

이번 <K-RAFFITI 2017: The New Wave 展>은 4명의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대형 스프레이 벽화와 그동안 그려왔던 작품들을 전시한다. 한 편에선 이들이 지금까지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찍은 사진 수백 장을 소개한다. 제바 작가와 조이더독파더(JOITHEDOGFATHER) 작가가 협업한 프로젝션 맵핑(3차원의 영상미디어), 시민들과 소통하는 라이브 페인팅 작품 등도 선보인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선보인 4미터의 대형 스프레이 벽화에선 작가들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작가들이 직접 말하는 ‘자신만의 스타일’은 무엇일까?

'크래피티 2017: 새로운 물결 展' 4명의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대형 스프레이 벽화
'크래피티 2017: 새로운 물결 展' 4명의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대형 스프레이 벽화

알타임 죠 작가는 대중에게 친숙한 만화‧영화‧게임 주인공들, 뮤지션 및 스포츠 스타들의 캐릭터 작업에 다양한 글자 스타일(letter style)을 더해 그래피티만의 독특한 문화를 보여준다.

“힙합 매거진과 뮤직비디오 등 다양한 문화에서 영감을 받아요. 전시회도 여러 번 하면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죠. 캐릭터라든지 게임같이 쉬운 소재로 접근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글자를 쓸 땐 다양한 기법을 활용해요. 다양하게 해야 스스로가 재밌거든요.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유한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제이 플로우 작가는 타투이스트, 브랜드 아트디렉터 등 서브컬쳐 영역에서 다방면으로 활동 중이다. 다소 ‘하드코어’ 했다는 그의 스타일도 현재 많이 누그러진 상태. 더 많은 사람들과 호흡하기 위해서다.

“예전에는 강한 작업들을 주로 해왔는데, 저의 작업에만 빠져있다 보니 사람들이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래서 의인화시켜 그리기 시작했어요. 길거리의 애들이나 어르신들도 ‘이거 뭐예요?’하면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직관적으로 바꿨죠. 전시장에 그린 대형 벽화도 제가 키우는 ‘바토스’라는 강아지를 그린 겁니다. 강아지가 입고 있는 옷 패턴은 상어고요. 사람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중이죠.”

초기 와일드스타일에 심취했던 지알원 작가는 2014년부터 페이스트업(부착하는 형태의 작업) 기법을 중심으로 다양한 작업을 해오고 있다.

“다양한 목소리, 시선들, 의견들을 표현하고 싶어요. 갈등이 일어날 법한 상황들을 최대한 중립적인 입장에서 바라보는 거죠. 전시장의 대형 벽화는 제가 그래피티를 하다가 처음 경찰에 잡혔던 경험을 표현했어요. 다른 쪽에 전시된 회화 작품은 서울의 풍경들을 캔버스로 옮겨놓은 ‘서울 풍경’ 시리즈고요.”

지알원 작가가 그래피티 작가들의 스티커를 모아 붙인 'Stickers-Seoul(2017)'
지알원 작가가 그래피티 작가들의 스티커를 모아 붙인 'Stickers-Seoul(2017)'

제바 작가는 점‧선‧면으로 구성된 추상적인 스타일을 구사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시각화해서 보여준다. 제바 작가는 “지속적으로 추구해온 스타일 중 하나가 바로 추상적인 표현”이라며 “이를테면 ‘도시의 에너지’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우리가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그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벽을 넘어 대중과 소통하는 그래피티

익명성을 기반으로 시작된 거리문화 그래피티. 이제는 작가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내세울 수 있는 엄연한 예술 장르다. 이번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4명의 작가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와 기법으로 실험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은 앞으로 어떤 작품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길 원할까?

“그래피티는 제가 많은 시도를 해볼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초심을 잃지 않고 꾸준히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가는 게 첫 번째 목표에요. 제 정체성이 잘 드러나는 순수한 작업들을 많이 하고 싶어요.”(제이 플로우)

라이브 페인팅을 하는 제바 작가(좌) 알타임 죠 작가(우)
라이브 페인팅을 하는 제바 작가(좌) 알타임 죠 작가(우)

“보다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꼭 거리가 무대가 될 필요는 없죠. 캔버스에 그릴 수도 있고, 움직이는 그래픽 작업을 할 수도 있을 겁니다. 조각 같은 것도 하고 싶고요.”(제바)

“즉흥적인 작업을 좋아해요. 순간적으로 제 모든 걸 쏟아내 표현할 수 있으니까요. 큰 의미나 메시지를 부여하기보단 그저 보고 즐길 수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작업들을 계속해나갈 생각이에요.”(알타임 죠)

“2014년부터 페이스트업 스타일을 해오고 있지만, 사실 제 작업의 모든 것들은 지금도 진행형입니다. 비단 한국만이 무대가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한·중·일이나 동남아시아를 무대로도 활동할 계획이에요.”(지알원)

그래피티는 각박한 잿빛 거리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도시의 회화다. 서울숲에서 열린 이번 전시처럼, 다양한 시도를 통해 도시의 벽을 넘어 대중들의 일상 속으로 다가가려 한다. 새로운 표현의 길을 끊임없이 모색하며 관객에게 살아 숨 쉬는 그래피티 문화를 전파하는 이들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K-RAFFITI 2017: The New Wave 展(크래피티 2017: 새로운 물결 展)> 전시소개

- 전시장소: 언더스탠드에비뉴 아트스탠드

- 전시기간: 2017.10.6.(금) ~ 2017.12.13.(수)

- 관람시간: 11:00 ~ 20:00 (입장마감 19:30)

- 입장료: 성인 5000원 / 학생(초·중·고) 4000원 / 미취학 아동(3~7세) 3000원

- 예매처: 인터파크 www.interpark.com

※ 전시에 대한 상세 내용은 언더스탠드에비뉴 홈페이지(www.understandavenue.com)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서 확인 가능하다. (문의: 02-2135-8182)

  

 네 명의 작가 작품을 더 보고 싶다면

ARTIME JOE

www.artimejoe.com
@Artimejoe

GR1

www.grone.kr
@Grone.kr

JAY FLOW

www.jay-flow.com
@Jayflowsuk

XEVA

www.xevasb.com
@Xeva

 

/사진: 최현빈·언더스탠드에비뉴

필자소개
송희원

목표 없는 길을, 길 없는 목표에 대한 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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