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흔한 ‘민간인 사찰’
대륙의 흔한 ‘민간인 사찰’
2017.11.14 14:22 by 제인 린(Jane lin)

“북한 주민들은 서로서로 감시합니다. 이들의 집은 언제든 수색당할 수 있습니다. 모든 행동이 정찰 대상입니다.”

얼마 전 방한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했던 연설문 중 일부입니다. 비단 그의 말이 아니더라도, 우린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죠. 늘 감시당하는 삶이라니… 얼마나 고단할까요? 그 고단함을 간접적으로 느끼게 해줄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他们说, 그들의 시선

한국에 방영되는 유명 예능 프로그램 중에 탈북자를 중심으로 북한의 실상을 다룬 것들이 있다. 꽤나 인기가 있어서 절찬리에 시즌을 이어갈 정도다. 각 방송사마다 탈북자의 걸출한 입담과 우리가 평소 알기 어려웠던 북한의 생활, 험난했던 탈북 과정이 담겨 있는 덕분에 필자와 필자의 지인들 역시 즐겨 보는 프로그램이다.

이런 형식의 프로그램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내용 중 하나가 북한 인민 사이의 감시와 감독에 대한 증언이다. 이웃끼리 감시하고, 심지어 가족끼리 감시·감독하도록 하는 등의 사례가 종종 보도 된다. 일부 탈북자의 증언에 따르면 한국에서 제작된 드라마나 음악, 영화 등이 담긴 USB를 구해서 친구들과 함께 집에서 돌려보는 것이 유일한 삶의 낙이었는데, 어느 날 함께 이를 돌려보던 지인의 고발로 감옥에 갇혀야 했고, 그 길로 탈북의 길을 택했다고 한다.

감시와 감독이 일상이 된 사회에 자유가 있을 리 만무했을 것.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렇게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는 사회가 비단 북한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她说, 그녀의 시선

얼마 전 필자가 진행하던 수업 중 젊은 여성 한 명이 강의실 끝자리에 들어와 앉아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필자가 핏대를 세우며 설명하는 내용에 주목하는 걸 보아하니 내 수업을 청강하려는 학생 같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금세 바뀌었다.

그녀는 내가 대외경제와 무역, 고고도 미사일 사드 문제, 미국과 중국 사이에 놓인 한국의 입장 등에 대해 설명할 때마다 종이에 무언가 열심히 적어 내려갔다. 내 수업을 청강하려는 학생은 아닐 거란 확신이 드는 순간이었다. (적어도 내가 알기론) 시험과 무관한 내용을 필기하는 학생은 우리 대학 내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필자는 강의 중 수업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적은 내용일지라도, 대학생이라면 반드시 알고 넘어가야 할 부분에 대해선 이야기하고 지나가는 편이다. 이는 이곳 대학생들이 세계의 각종 사태와 사건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걸 늘 안타까워했기 때문이다. 평소 TV와 신문, 인터넷 매체 등 다수의 언론과 소통 공간에 대해 당이 직접 감찰하는 현지 문화 탓이다.

그날의 수업과 정체모를 그녀로 야기된 문제는 이튿날 발생했다. 전날 수업에 들어왔던 그 여성은 다름 아닌 수업을 감시·감독하려는 학교 측 관계자였으며, 필자가 발언한 국제적 사건과 사안에 대해 그대로 적어 학교 측에 전달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가장 고가의 지폐인 100위안에도 여전히 마오쩌둥은 남아서 살아있다.
중국에서 가장 고가의 지폐인 100위안에도 여전히 마오쩌둥은 남아서 살아있다.

더 놀라운 것은 그녀가 당일 적고 있던 하얀색 공책으로 보였던 종이는 감시 감독을 위해 학교 측이 중국인 강사 전원에게 하달한 종이였고, 해당 종이에는 각 학과목에 종사하는 외국인 강사의 강의와 발언 사안, 문제 등에 대해 적도록 일목요연하게 분할돼 있었다는 점이다.

그녀는 자신의 행동에 대해 전혀 이상하다거나, 일말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 뿐만 아니라 모든 중국인 강사가 그녀와 같은 감시·감독을 일상처럼 해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녀 역시 해당 대학에 종사하는 강사이자, 필자와 함께 이곳에 들어온 동기다. 함께 수업을 진행하는 동기이자 같은 학과 학생을 매일 마주하는 선생으로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는 날이 많았기 때문에, 그녀의 그 같은 감찰과 고발성 행위는 필자에게 적지 않은 충격을 안겼다.

문제가 발생한 이튿날 학교 측에서 필자에게 전달한 주의문의 내용은 더 기가 막힌다.

전국 각 지역에 소재한 대학교 캠퍼스 입구마다 설립된 마오쩌둥 전 주석의 동상. 출처/ 웨이보.
전국 각 지역에 소재한 대학교 캠퍼스 입구마다 설립된 마오쩌둥 전 주석의 동상. (사진: 웨이보)

‘외국인 강사의 한 마디는 중국인 학생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글로 시작된 주의문에는 ‘만약 필자를 포함한 외국인 강사 모두가 수업 중 학생들에게 공산당에 대한 비판이나 글을 전달하고, 서방 세력의 시각을 하달하는 행위 등을 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비난을 면하지 못 한다’고 적혀 있었다.

더욱이 그 책임과 비난의 정도는 총 3개 단계로 분할돼 있었는데, 그들이 지정한 제1급 중대 장애사항에는 당의 지침에 어긋나는 행위를 하는 자가 규정되어 있었다.

필자가 그들이 정한 ‘당의 지침과 어긋나는 행위’에 대해 묻자, 매우 포괄적인 규정이라고 답할 뿐 누구도 정확한 답변을 내놓지는 못했다. 그저 해당 규칙에 위반한 자로 고발될 경우, 내부자 누구에 의한 고발이든 상관없이 처벌을 강행할 수 있으며, 학교 측은 고발 당한 자에 대해 벌금 부과와 그에 상응한 처분을 내릴 것이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필자가 담당하고 있는 과목은 국제 무역과 관련한 국제관계를 주요하게 다루는 학문이다. 해당 학문을 설명하면서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 일본 등의 정세를 다루는 건 당연한 일이고, 사드 문제와 국제 현안, 세계정세 등도 역시 피할 길이 없다. 해당 과목을 특성을 거스르면서 가짜 학문 또는 이미 죽어 책 속에만 존재하는 이야기를 반복하란 것인가. 이는 필자 스스로에게도 나의 온전한 시간을 죽이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이 같은 필자의 반응은 이웃한 국가에서 초빙된 또 다른 외국인 강사들의 의견과 매우 동일했다. 대부분 “이는 학교와 강의 계약을 맺을 시 설명들은 바 없는 일방적인 학교 측의 행위”라며 크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학 강의실 벽면 한 쪽을 차지한 마오쩌둥 전 주석의 사진
대학 강의실 벽면 한 쪽을 차지한 마오쩌둥 전 주석의 사진

이런 해프닝이 있을 때쯤, 인터넷 상에서의 정부의 감시 감독이 한층 그 수준을 강화했다는 소식이 해외 언론을 통해 전달됐다. 중국 최대 sns 웨이보(weibo)에서 떠도는 유언비어를 감독하기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 근거 없는 소문을 조장하는 이의 계정을 임의로 삭제조치 하고 있다는 이야기였다.

사실 해당 소식은 이미 지난해부터 줄곧 중국 내에서 암암리에 전해 듣던 이야기였기 때문에 큰 반향은 없었다. 하지만 채팅 방에서의 대화 역시 그대로 감찰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또 한 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각에서는 “중국에선 sns 채팅 방에서조차 당을 비방하거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해 이야기 하는 자를 솎아내고 있다”고 전해진다. 이 같은 행위는 중국의 국가 인터넷 정보 판공실이라는 국가 기관에서 주도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인터넷 채팅방이 대상이 된다.

문득 얼마 전 필자의 동료이자 친한 친구이기도 한 A씨가 내게 한 말이 생각난다.

“제인, 중국에서는 당을 비판해서는 안돼, 만약 자주 그런 일이 발생해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되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질 수 있어. 믿기 힘들겠지만, 종종 그런 일이 발생하고 있고, 그땐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어…”

그때 그 말을 했던 A씨의 흔들리던 눈빛은 진실과 두려운 감정이 혼재 되어 있었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대학 강의실 벽면에 설치된 ‘마오쩌둥’ 전 주석의 상반신 사진이 떠올랐다. 그가 내려다보고 있는 강의실 어디에도 진실을 이야기할 완전한 공간은 없을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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