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육, 공교육은 실패했다!
특수교육, 공교육은 실패했다!
2017.11.16 18:36 by 류승연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들의 학부모 참관수업 날이다. 특수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의 교실은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온돌 교실이다. 일반 학급의 4분의 1만한 작은 교실에 6개의 책상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1명의 담임선생님과 1명의 실무사 선생님이 6명의 장애 아이들을 가르친다. 3명의 엄마가 왔고, 3명의 아이들은 엄마가 오지 못했다. 한 명은 엄마가 일을 해야 해서, 나머지 두 명은 장애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이다. 엄마들은 각 자녀의 뒤에 가 앉으라 한다. 엄마의 모습을 본 아들은 기분이 좋아서 난리가 났다. 자꾸 뒤를 돌아보며 자기 뺨을 엄마 뺨에 부비부비한다. 기분이 좋을 때 내는 외계어도 난사하기 시작한다. 발도 통통 튀긴다. 엄마가 와서 행복한 기분을 온 몸으로 표현한다.

수업이 시작됐다. 먼저 TV에서 나오는 영상을 보고 동물원과 식물원, 식당, 의무실 등 외부에 나갔을 때 볼 수 있는 특정한 ‘장소’에 대해 배운다. 그 다음엔 나눠 준 프린트에 상황에 맞는 선 긋기를 한다. 밥을 먹고 싶을 땐 식당 그림과 연결, 기린이 나오면 동물원 그림과 연결하는 식이다. 그림을 오려붙이기도 한다. 가위질을 할 줄 모르는 아들을 위해 내가 그림을 오린다. 풀칠하는 건 아들의 몫. 동물원 그림을 동물원 그림 위에 붙여야 하는데 아들은 장소를 구별하는 데 눈곱만큼의 관심도 없다. 풀을 손에 쥐어주니 프린트 위에 아무렇게나 두 번 찍찍 바르고는 딴 짓만 한다.

퍼즐 맞추기도 한다. 아이들 저마다의 장애 정도에 따라 제각각 다른 모양의 퍼즐을 받는다. 우리 아들은 가장 쉬운 4조각 퍼즐이다. 그나마도 얌전히 퍼즐을 맞추는 게 아니라 한 조각을 반으로 분지르려 해서 얼른 뺏었다. 마지막으론 단어를 배운다. 동물원, 식물원, 식당, 의료실. 선생님의 손짓에 따라 3명의 아이들이 복창을 한다. 발화가 안 되고 한글을 모르는 나머지 3명은 먼 산만 보고 있다.

그렇게 학부모 참관수업이 끝났다. 역시 아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이 놈. 수업에 집중하기는커녕 멍 때리기 삼매경. 그래도 착석은 잘 되는 것보고 일단은 안심. 이 날 수업 참관을 통해 특수교사란 직업이 얼마나 힘들고 고된지 알게 되었다. 6명의 아이들은 저마다 다양한 외계어를 난사했고, 수시로 자리 이탈을 시도했으며, 제각각 다른 상동행동(같은 동작을 일정 기간 반복하는 것)을 이어나갔다.

담임은 그런 와중에도 수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저마다 발달 정도가 다른 6명의 아이들을 최대한 배려하려 애썼다. 선 긋기, 오려붙이기를 할 때도 아이들은 각기 다른 과제를 받았고 퍼즐을 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은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했다. 왜냐면 이 날 수업이 아들에게는 양자역학을 배우는 것이나 다름없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단 발화도 안 되고 기역니은(ㄱㄴ)도 모르는 아이한테 한글단어를 가르치니 아들은 이게 뭔가 싶다. 반면 이미 한글 단어쯤은 다 아는 아이에겐 그 이상의 학습이 필요한데 그 부분이 전혀 충족되지 못했다. 특수학교이기에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는 공교육 실패의 현장이었다. 특수교육에 있어 ‘중간 지점’이라는 건 애초에 성립될 수 없는 것이었다. 누구를 위한 중간 지점인가? 중간에 있는 딱 한 아이를 위한 중간 지점? 그럼 그것은 중간 지점이 아닌 그 아이 하나만을 위한 특수교육이다.

일반학교 특수반에서는 서로 다른 학년의 장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 각각의 특성에 맞는 개별화교육이 가능하다. 하지만 같은 학년의 아이들끼리 모여 있는 특수학교에서는 교과 과정에 따라 공통된 하나의 수업을 진행해 나간다. 수업은 교과대로 진행해 나가되 그 안에서 아이들 특성에 맞게 개별화교육을 시키는 건 담임의 몫으로 돌린다. 그런데 내가 직접 겪어보니 알겠다. 매 수업마다 담임이 6명의 장애들을 전부 챙길 수는 없다.

수업의 진도가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는 끊임없이 자리를 이탈하려 하고, 누군가는 소리를 지르기도 하며, 누군가는 자꾸만 손가락을 빨고 여기저기 침을 묻히기도 한다. 그 모든 것을 적절히 통제해 가면서 동시에 6개의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하라니 이게 말이나 될 법인가!

이 날 수업에 참여해 놀랐던 것이 또 하나 있다. 아들에게 상동행동이 눈에 띄게 늘어난 걸 발견한 것이다. 아들은 기존에 두 개의 상동행동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새로운 행동이 하나 생겼다. 마치 얼굴을 둘러싸고 투명 막이 씌여 있기라도 한 듯 얼굴 앞 허공을 계속해서 쓰다듬어 내리는 듯한 행동이다. 처음 발견한 게 여름이었는데 그 뒤로 간간히 포착되곤 했다.

그런데 아들은 이 날 교실에서 그 행동을 끊이지 않고 계속 했다. 집에서와 다른 모습에 내가 놀랄 정도였다. 왜 자꾸 이 행동을 하는지, 언제 하는지 관찰했더니 수업에 집중할 수 없을 때 그 행동이 나온다. 그러니까 풀칠하기나 퍼즐 맞추기 등 자기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할 때는 과제에 집중하느라 그 행동이 나오지 않는데, 장소를 구분하거나 단어를 배우는 등 자신의 능력을 초과한 것들을 배우게 될 때는 허공을 바라보며 어김없이 그 행동을 반복했다.

착석을 해야 하니까 하긴 하는데 알아듣지는 못하고 이해하지도 못하니 무료하게 앉아 있는 시간을 달래기 위해 자기자극 행동을 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자 마음이 짠해진다. 장애가 있는 자식이 맞춤 특수교육을 받았으면 하는 바람에 특수학교를 보냈는데 정작 특수학교에서 맞춤 특수교육을 받을 수 없다면 부모인 나는 그 책임을 어디에 물어야 하는가!

담임의 문제라고? 노노. 담임이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애를 쓰는지 내 눈으로 확인하고 왔다. 그럼 학교의 문제? 학교가 뭐? 뭔 잘못을 했는데? 결국 시스템의 문제다. 특수교육 공교육의 문제다. 6명의 장애 아이들을 한 교실에 몰아넣고 교육부 지침에 따라 교과 내용대로 수업을 진행하게 하는 현행 특수교육의 문제인 것이다. 장애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공교육만으로도 아이들 발달에 도움이 되도록 맞춤 특수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현행과 같은 학년별 반 구성이 아니라 발달 정도에 따른 반 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학년별로 무조건 반을 구성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진다. 수업을 이해 못하는 아이들은 양자역학을 배우는 것이나 다를 바 없는 시간을 견디기 위해 자기 자극 행동을 한다. 반면 인지가 좋은 아이들은 이미 아는 것을 배우는 수업시간이 의미가 없다. 이 아이들에겐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교육부에 전화를 걸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물었다. 내년까지 특수교사 수를 대폭 늘리는 것으로 교사 1인 당 맡는 장애 아이 수가 줄어드는 해결책을 제시한다. 특수교육 인력을 늘리기로 한 현 정부의 공약에 따라 내년엔 올해의 두 배인 천 명 정도의 특수교사를 새로 뽑을 계획이란다. 허나 특수교사 수가 늘어나도 아이들 반을 더 세밀하게 나눌 수 있는 교실이 특수학교에는 부족한데? 공간이 있어야 반도 늘리고 그래야 늘어난 특수교사도 투입이 되던가 말던가 하지. 그 지적에는 교육부도 묵묵부답.

현재 학년제로 되어 있는 반 구성은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장애 아이들도 일반 아이들처럼 나이에 맞게 학년이 올라가고 졸업을 하는 게 그들의 인권”이라는 게 교육부의 인식이었다. 공교육에서 배우는 것 없이 멍 때리다 오면서 나이에 맞게 학년만 바뀌고 졸업장만 받으면 그것이 장애인의 인권을 올리는 길인가?

일반 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는다. 학생들은 저마다 학습발달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모두가 학습 내용을 똑같이 이해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교사들은 ‘중간 지점’에 맞춰 수업을 한다. 하지만 장애 아이들에게도 이것을 똑같이 적용하면 안 된다. 장애 아이들에겐 ‘중간 지점’이란 게 없다. 장애 아이들의 학습은 그들의 생존권과도 직결이 된다. 일반 학생들의 교육은 대학 여부와 직결이 되지만 장애 아이들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의 교육을 필요로 한다.

교육부가, 교육부 장관이, 각 시도 교육감이,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다. 책상머리에 앉아 자기들끼리 머리 맞대고 의논하는 게 아니라 직접 특수교육의 현장을 경험하면서 말이다. 말로만 부르짖는 인권이 아닌 현실에 도움 되는 인권을 생각해 주면 좋겠다. 그런 특수교육을 제공해 주었으면 좋겠다.

필자소개
류승연

저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전)아시아투데이 정치부 기자. 쌍둥이 출산 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노릇도 처음이지만 장애아이 엄마 노릇은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풀릴 수 있다고 믿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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