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시일반, 기적을 만든 손길
2017. 12. 01 by 송희원

추위가 기승을 부리던 어느 겨울날, 한 아기가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무호흡 증상을 보이던 아기는 긴급히 큰 병원으로 이송됐다. 태어남의 축복을 받기도 전, 제 작은 몸에 호흡기를 먼저 달아야 했다. 아기의 병명은 ‘폐동맥폐쇄증’. 심장의 혈류가 폐에 제대로 흐르지 않는 선천적 질병이다. 아기는 심장까지 열어야 하는 크고 작은 수술을 무사히 마쳤고 다행히 고비를 넘겼다.

태아 때 잠깐 머문 엄마의 품 외엔 모든 것이 낯선 아기. 하지만 통증으로 우는 아기를 달래줄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엄마는 아기를 병상에 버리고 사라졌다. 아기는 보호자의 동의도 없이 수술대에 올랐다. 병원 측이 “더 이상 아이 상태를 악화시킬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엄마 없이 홀로 남겨진 아기는 병원 주치의와 간호사들의 보살핌을 받았다.
엄마 없이 홀로 남겨진 아기는 병원 주치의와 간호사들의 보살핌을 받았다.

수술 후 간신히 숨을 지켜낸 아기. 하지만 2000만원에 이르는 병원비가 빚으로 남겨졌다. 이제 막 태어난 아기에겐 너무 혹독한 짐이다. 홀로 남겨진 아기는 7개월째 병원 신세를 졌다. 병상에 붙은 이름표 ‘김00 아기(여)’는 자신을 버리고 간 엄마 이름이다. 아기는 아직 출생신고조차 하지 못했다.

 

| 나눔·기부, 사각지대의 아동들을 구하는 힘입니다

언급한 아기의 사연처럼, 여전히 국내 많은 아동들이 복지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5년마다 실시되는 ‘아동종합실태조사’(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기초 식생활 및 사회활동 전반에 걸친 한국 아동들의 결핍정도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굿네이버스’ 같은 국제구호개발 NGO가 국내·외 위기아동에 주목하는 이유다. 굿네이버스는 ‘날아라 희망아’, ‘국내위기가정지원 캠페인’ 등 다양한 온라인캠페인으로 도움이 필요한 아동의 상황을 꾸준히 알려왔고, 작년 한 해 동안만 4407명의 국내 아동을 지원했다.

아이들에게 희망의 싹을 틔워주고자 하는 손길이 십시일반 모였고, 이를 통해 빈곤·소외계층 아동에게 생계, 의료, 주거, 교육 등 다방면의 지원이 이뤄졌다. 그중에서도 지난해 의미 있는 변화로 꼽히는 사례들이 있다.

 

#사례1_ ‘열 살 여진이가 다시 웃을 수 있게 됐어요.’

여진(10)이는 희귀병을 안고 태어났다. 얼굴에 종양이 자라는 ‘신경섬유종’이었다. 아이의 얼굴은 점점 커졌다. 결국, 종양은 두 눈을 덮고 한쪽 귀를 막아버렸다. 설상가상 선천성 녹내장도 있어 여진이의 시력은 빠르게 손상됐다. 종양을 제거하려면 여러 차례의 수술이 필요했다. 하지만 여진이의 아버지는 장애를 갖고 있어 경제활동이 어려웠다.

수술 직후의 여진이와 엄마의 모습(좌), ‘카카오 같이가치’에 소개된 여진이 사연.

굿네이버스를 통해 ‘희망TV SBS’와 ‘카카오 같이가치’에 여진이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졌다. 많은 사람들이 여진이의 웃음을 되찾아 주기 위해 모금행렬에 합류했고, 9200여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1차로 모금된 후원금 4500만원은 전액 여진이 가족에게 전달돼 여진이의 종양제거수술비와 가족 생활비로 지원됐다. 추가 기부된 금액은 여진이와 같이 의료지원이 필요한 다른 아동들에게 지원될 예정이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지난 8월, 여진이는 오른쪽 눈 종양제거 수술과 눈꺼풀이 처지는 근육을 잡는 수술을 동시에 진행했다"고 밝혔다. 여진이는 “수술 후에는 얼굴이 아프지 않고, 눈곱도 생기지 않아서 정말 좋아요”라 말하며 밝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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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술 후 달라진 딸의 모습에 기뻐하는 가족(좌)과 밝게 웃는 여진이의 모습

방송을 앞두고 여진이의 부모님은 사람들이 딸의 모습을 불편해하진 않을까, 혹여 여진이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방송 후 여진이를 알아본 사람들의 반응은 따뜻했다. 학교에서도 친구들이 여진이를 더 많이 이해해줬고, 친구도 많아졌다. 여진이의 어머니는 “예전엔 치료비 걱정에 병원에 가는 것이 너무 부담스럽기까지 했다”며 “후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가족 모두 웃음을 되찾았다”고 했다.

 

#사례2_ ‘열세 살 은규는 태어나 처음 내 방을 선물 받았습니다.’

은규(가명·13)는 거동이 불편한 할아버지, 할머니와 셋이 살았다. 할머니가 허리디스크와 관절염 등으로 자주 병원 신세를 지는 탓에, 할아버지와 은규만 집을 지키는 날이 많았다.

아이의 집은 버려진 폐공장 안 슬레이트집. 오래된 집은 여름엔 빗물이 새고, 겨울에는 뼈가 시릴 정도로 추웠다. 외부에 있는 화장실은 장애가 있는 할아버지가 이용하기 힘들었다. 할아버지 앞으로 나오는 노령연금과 기초생활수급비만으로는 생계를 이어가기 막막한 상황이었다.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은규는 몸도 마음도 위축되어 갔다.

굿네이버스 온라인 모금 화면 캡쳐
굿네이버스 온라인 모금 화면 캡처

안정된 보금자리가 절실한 상황. 은규를 위한 ‘주거환경개선’ 모금은 그렇게 시작됐다. 온라인 캠페인과 TV를 통해 전해진 은규의 안타까운 사연에 사람들의 따뜻한 손길이 모였다. 모인 성금으로 화장실을 보수했고 비가 새는 천정과 단열을 위한 내·외벽 공사가 이뤄졌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학습지원, 상담 등을 제공하는 멘토링 서비스를 진행하며 은규의 다친 마음도 다독였다.

환경이 바뀌자 은규도 달라졌다. 은규의 할아버지는 “얼마나 좋은지, 며칠 동안 이 방 저 방 신나서 뛰어다니더라”고 귀띔했다. 은규는 감사와 함께 다짐도 내비쳤다.

“밖에 있어도 빨리 집에 가고 싶어요. 생활환경이 쾌적해지니 몸은 물론 마음도 안정되더라고요. 이젠 정말 열심히 공부할 겁니다.(웃음)”

(위쪽부터) 화장실, 실내문, 거실 천장의 공사 전후 모습
(위쪽부터) 화장실, 실내 문, 거실 천장 공사 전후 모습

 

| 여러분 모두가 따뜻한 엄마이자, 자상한 아빠입니다

앞서 ‘김00 아기(여)’ 얘기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 아기의 사연은 국내 학대피해아동 지원 캠페인 ‘다시봄’으로 인터넷에 소개됐고,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SNS에 사연을 퍼뜨리면서 확산됐다. 덕분에 혜정(가명·1세)이라는 예쁜 이름도 생겼다. 후원자들은 댓글 릴레이로 혜정이의 앞날을 응원했다.

‘저도 얼마 전에 아기를 낳은 엄마라 이런 사연 보면 눈물부터 나오네요. 예쁜 우리 혜정이 건강하게 밝고 예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후원자A)

‘20개월 아기를 둔 아빠로서 마음이 먹먹해지네요. 혜정이가 건강하고 행복하게 그리고 생각도 올곧고 바르게 자랐으면 좋겠습니다.’ (후원자B)

‘제 딸과 한 달 차이인데 얼굴도 비슷해서 더 마음이 가고 애틋하네요. 정기후원을 꾸준히 하면서 혜정이 잊지 않을게요!’ (후원자C)

다양한 방식의 후원도 이어졌다. 딸아이가 입었던 옷에서부터 장난감이나 분유 같은 걸 보내주는 손길도 있었다. 수많은 후원자들이 전한 따뜻한 마음은 혜정이에게 예쁜 웃음을 되찾아 줬다.

병원에 있던 아기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앨범(좌)과 후원물품으로 들어온 꼬까옷.
병원에 있던 아기의 모습을 기록한 사진앨범(좌)과 후원물품으로 들어온 꼬까옷.

굿네이버스를 통해 아기의 출생신고도 이뤄졌다. 향후 제도적 지원을 받기 위해선 가장 먼저 필요했던 일이다. 후원자들이 모은 소중한 기금으로 체납된 치료비, 향후 수술비도 마련됐다. 현재 혜정이는 퇴원해 시설에서 보호를 받고 있다. 이후 약물치료 및 진료도 지속적으로 병행할 예정이다.

혜정이 후원자들이 가장 많이 한 공통질문이 있다. “아기를 직접 만나 따뜻하게 한번 꼭 안아줄 수 있냐?”는 것이다. 혜정이에게는 이제 따뜻하게 안아줄 여러 명의 엄마 아빠가 생긴 셈이다.

 

* 이 콘텐츠는 더불어 사는 세상을 꿈꾸는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와 함께 합니다.

필자소개
송희원

목표 없는 길을, 길 없는 목표에 대한 확신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