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보기’는 이제 끝났다…
태양광으로 빛 보고 싶은 남자
‘간보기’는 이제 끝났다…
2017.12.13 12:19 by 최현빈

“열심히 면접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면접관이 묻더라고요. ‘자네 창업하고 싶지 않나’고요. 순간 너무 놀랐어요. 벌거벗겨진 기분이랄까(웃음)”

최병환씨는 늦깎이 졸업생이다. 여기저기 눈 돌리고, 이것저것 판 벌리는 성격이 만든 결과다. 한때는 남들처럼 ‘취준생’의 길을 걸었다. 여러 기업에 원서를 넣고 면접도 봤다. 그런데 신성한 면접장에서 저런 말을 들은 게다. 최씨는 “묻는 말에만 성실히 대답했는데, 불쑥 창업 얘길 하더라”면서 “항상 생각했던 부분이라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낀 것 같다”고 멋쩍게 말했다.

 

| 내겐 너무 강렬했던 유랑단의 추억

그의 지난 행보를 살펴보면, 납득이 간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을 묻자, 불쑥 사진 한 장을 건넨다.

미국의 한 푸드트럭을 배경으로 찍은 자신의 모습. “미국에서 비빔밥 유랑단이라는 활동을 할 때 찍은 사진”이란다. 2014년, 갓 군대에서 전역한 최씨는 친구의 권유로 ‘비빔밥 유랑단’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비빔밥 유랑단은 해외에 비빔밥을 알리는 한식 세계화 프로젝트. 2011년 시작해 그해로 4년째를 맞는 꽤 큰 프로젝트였다. 여정도 만만치 않았다. 처음 6개월은 한국에서 기획을, 다음 6개월은 미국 각지를 돌아야 했다.

‘Something new’를 추구하는 최씨의 성격은 이 여정에서도 빛을 발했다. 타국의 생소한 음식에 미국인들 반응이 저조하자, 뭔가 특별한 홍보방법을 생각해냈던 것.

“무작정 먹어보라 해도 소용없더라고요. 아예 귀한 음식으로 탈바꿈시켰죠. 단순히 한국음식이 아니라 물 건너온 웰빙푸드로 소개했어요. 필요성을 느끼면 알아서 찾아 먹을테니까요.”

당시 활동에 대한 최씨의 회상이다. 포커스를 건강식으로 맞추자 반응이 달라졌다. 비빔밥 쿠킹 클래스를 열어 달라는 문의도 오고, 관공서와 공공기관의 초청도 있었다. 연말엔 미국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으로부터 표창도 받았다. 성공적으로 끝난 첫 해의 활동, 최씨는 이후에도 이후 3년 간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 사이 청년들의 작은 프로젝트는 어엿한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비빔밥 유랑단에서 활동하던 최병환씨의 모습

2016년 비빔밥 유랑단은 ‘백패커스 그룹’이란 이름의 법인을 설립했다. 해외에서 푸드트럭을 운영하며 실전 비즈니스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업이다.

“그때가 선택의 갈림길이었어요.”

최씨의 회상이다. 자신이 역량을 발휘했던 곳, 정든 팀원들이 있는 곳에 남아 성장을 도모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든 걸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했다. 어쩌면 선택은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 “이제 최고가 되고 싶어요.”

최씨가 지금 몸담은 곳은 판교에 위치한 스타트업캠퍼스. 지난 여름, 또 다른 ‘새로움’을 찾아 이곳에 정착했다. 자신과 뜻이 맞는 동료를 찾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새로운 동지들과 동고동락한지 어언 3개월. 최근엔 ‘태양광발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 요새 농촌이나 도서 지역에서는 쉬는 밭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기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하는 일은 초기 투자비용이 커 대중들이 쉽게 투자하기 힘들다. 최씨는 그런 문제를 크라우드 펀딩으로 풀어낼 생각이다.

스타트업캠퍼스서 활동하는 최씨의 모습. 방송도 탔다. (사진: SBS ‘모닝와이드’ 캡처)

최씨의 아이디어는 여전히 구상 단계다. 언젠가 현실적인 문제에 맞닥뜨릴 수도 있고, 실패의 위험성도 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유쾌했다. 한 가지 목표가 생겼고, 지금의 과정이 그 목표에 이르는 길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참 여러가지를 해본 것 같아요. 그런데 사실 특별할 건 없었죠.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가능한 걸 한 거에요. 여러가지를 했던 저는 ‘보통 사람’이었죠. 이젠 제 특별함을 키워보려고요. 새로운 것 찾는 것도 좋지만, 한 분야의 ‘스페셜리스트’가 되는 게 더 필요할 것 같아요. 그때가 되면 다시 저를 소개해 주실거죠?”

 

필자소개
최현빈

파란 하늘과 양지바른 골목을 좋아하는 더퍼스트 ‘에디터 ROBI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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