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미생들의 치열한 도전, 그 뜨거운 현장 속으로
스타트업 미생들의 치열한 도전, 그 뜨거운 현장 속으로
2017.12.18 19:00 by 이창희

 

저마다의 ‘스타트업 드림’을 품은 150명의 청년(물리적 나이가 아닌 마음가짐 기준. 도전은 곧 젊음이다!)들. 장장 16주의 교육을 마치고 한자리에 모였다. 끝없는 토론과 연구, 밤을 지새우며 수행한 프로젝트. 누구보다도 치열한 시간을 보낸 이들의 종착역이 궁금하지 않은가.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3기 시그니처 코스 그 대망의 파이널 PT데이 현장을 더퍼스트가 찾았다.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시그니처코스 3기 PT데이.

PT데이=Presentation Day

통상적으로 프로젝트를 마친 스타트업이 대중 혹은 특정 청중을 대상으로 갖는 프리젠테이션을 뜻한다. 13일에서 14일까지 이틀에 걸쳐 열린 스타트업캠퍼스 PT데이의 경우 완성된 시제품 소개부터 개별적인 소회까지 다양한 형태의 발표가 이뤄졌다.

이 ‘모나리자(?)’의 표정을 한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평가를 맡은 코치진들의 얼굴에도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분위기가 흘렀다. 지난 16주 동안 동고동락한 코치들 역시 감회가 간단치만은 않았을 터. 여느 때와 같이 인사를 나누고 덕담을 건네는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도 미묘한 그 무엇이 감지됐다. 그렇게 긴장과 기대가 뒤섞인 가운데 PT가 시작됐다.

 

|화려했던 PT열전, 그 속살을 들여다보자

# 세상을 더 이롭게, 더 재미있게_ 라비락팀, 국물공방팀

라비락(Laby Lock)은 자신들만의 ‘스마트락’을 세상에 선보였다. 도어락 센서가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 잠금과 해제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사용자가 방 안에 있을 때 문이 잠기고, 문밖으로 나가면 잠금이 해제되는 기술이다. 이게 어디에 쓰이냐고? 잘 생각해보라. 바야흐로 공유경제의 시대, 쉐어하우스(share house)와 코워킹 플레이스(co-working place)는 도처에 늘고 있고 이에 따른 개별 공간의 보안 중요성은 높아지는 추세다. 현재 기계적 설계를 모두 마친 상태로, 내년 봄 특허출원과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한다.

따뜻한 한 컵의 국물로 세상을 위로하고 싶다는 국물공방. 온수와 3분의 시간이면 건더기 하나 없이 깔끔한 국물을 즐길 수 있는 어묵국물 티백(tea-bag)이 그들의 ‘필살기’다. 그들이 내놓은 어묵국물의 온도만큼이나 뜨거운 반응이 PT데이에서 쏟아졌다. 이미 다양한 설문과 테스트를 마친 그들, 활성화된 음주로 인한 우리나라의 ‘해장’ 문화를 집중 공략하겠다는 포부다. “여러분의 경쟁상대는 '죠스떡볶이(최근 국물티백 출시)'가 아니라 '컨디션(숙취해소 음료)'”이라던 한 코치의 격려가 인상 깊었다.

# 걱정말고 창업해!_ 하이메모리팀, 오픈팀

창업의 시대. 스타트업을 위한 스타트업도 눈길을 끈다. 스타트업 아이템 정보제공 플랫폼을 내놓은 하이메모리가 그들 중 하나다. ‘열심히 기획했는데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아이템이라면 얼마나 허무할까’에서 시작된 구상. 기본적인 일정부터 다양한 리서치까지 초기 창업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 스타트업의 실패 확률을 낮추는 게 그들의 목표다.

전국 500만명이 넘는 자영업자들. 1인 스타트업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들을 지역과 업종에 따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OPEN)의 서비스도 주목을 받았다. 자영업자란 동질감 아래 교류와 공감, 정보 공유가 가능한 커뮤니티 구축이 핵심이다. 1년 이상의 창업자와 1년 미만의 창업자, 예비 창업자 단계로 구분해 각각의 맞춤 서비스도 준비됐다는 설명.

#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하여_ 크로솔라팀, 수프팀

태양광 발전은 안전하고 지속 가능성 높다는 메리트가 있는 반면 초기 부담이 크고 절차가 복잡하다. 크로솔라(CROSOLA)가 여기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나섰다. 크라우드 펀딩으로 발전소를 시공하고 여기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판매해 투자금을 환원하는 방식이다. 이는 재투자로 이어지고 청정 에너지원은 늘어나게 되는 셈. 물론 앞으로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지만,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라는 측면에서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정부의 지원 없이 지속 가능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수프(SOOP)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우리나라의 노인 자살률에 주목했다. 현재 시니어 지원 기관은 전국 1만개소가 넘지만 노인의 80%는 이를 알지 못하는 실정. 정보제공 플랫폼을 구축하고 재취업과 창업을 위한 교육도 계획 중이다. 이들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고 증명하고 싶다.

# 문화·예술을 사랑한다면_ 퍼스터팀, 에이그라운드팀

스크린에서 흥행하지 못한 영화는 그냥 DVD와 IPTV로 흘러간 뒤 소멸하는 것이 순리일까. 퍼스터(FURSTER)는 여기에 반기를 들었다. 극장에서 실패한 영화도 얼마든지 살릴 수 있다는 이들. 관객들이 체험형 이벤트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 착안, 다양한 행사를 열고 굿즈를 개발해 영화를 ‘제대로 다시’ 소비하게끔 유도한다. 흘러갔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다시 즐길 날이 머지않았다.

홍보와 공연정보가 없는 아티스트. 아티스트 정보와 섭외 채널이 없는 공연장. 에이그라운드(A-GROUND)는 이 둘을 잇는다. 너무 흔한 중개 스타트업 아니냐고? ‘아티스트 우선’ 시스템이 이들이 내세우는 차별점이다. 공개 쇼케이스를 통해 능력을 검증한 뒤 음원제작과 홍보 등을 적극 지원한다. 아무나 아무 곳에 연결시키지 않는 것이 이들의 모토.

# 디지털 방식으로 아날로그를 사랑하다_ 자쿠팀, 준팀

이제는 넘쳐나는 글쓰기 앱. ‘쓸 것’도, ‘쓸 곳’도 많은 세상이지만 자쿠는 과감하게 ‘시’에 집중한다. 하상욱 시인 이후 시에 대해 부쩍 높아진 대중의 관심. 이들은 전문적 창작활동을 하는 이들에게는 실제 출간까지, 아마추어 작가들에게는 SNS를 통한 자기만족의 장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는 퇴고 전문 모임 ‘시담’과 창작·감상 전문 앱 ‘시장’으로 구현된다.

자전거를 타면서 음악을 듣는 건 둘 중 하나를 야기한다. 위험 혹은 민폐. (ZUNE)은 이 같은 라이더들의 고민을 풀기 위해 지향성 스피커를 마련했다. 주변에 소음을 최소화하고 사용자에게는 최적의 음량을 제공한다는 설명. 무게와 디자인, 합리적 가격까지 3마리 토끼를 잡는 데 일단 성공했다.

# 시작은 내일로 미뤘다. 하지만 기다려라 세상아_ 최지혜씨

프로젝트를 마친 모든 이들이 결과물을 완성한 것은 아니다. 다양한 이유에 따라 창업으로의 진입이 미뤄진 이들도 없지 않다. 최지혜 씨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16주 동안 서울지역 대학생들의 식사 실태조사를 비롯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비록 결과물을 내놓진 못했지만 최씨는 20개가 넘는 ‘스캠에서 내가 배운 것들’을 발표해 박수와 격려를 받았다. 그는 훗날 스타트업을 통해 사람들의 건강을 위한 제품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선수 그리고 코치, PT데이를 말하다

16주간의 열정을 남김없이 쏟아부은 선수들의 표정은 밝음과 어둠이 공존했다. 그것은 곧 그들의 성취감과 아쉬움이다. 저마다 같으면서도 달랐던 출발선과 종착역. 희열과 좌절 모두 그들에게 자양분이 될 것들이다.

“분명 홀가분한 기분인데 아쉬움도 많이 남아요. PT도 더 잘하고, (지적에 대한) 답변도 더 멋지게 할 수도 있었는데…”(김희찬·SOOP)

“질문과 조언을 통해 프로젝트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밑거름을 마련한 게 큰 수확입니다. 다른 팀들의 발표를 보며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도 있었고요. 이곳 코치님들과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고 싶습니다.”(장대용·teamwine)

이들의 PT를 바라본 코치들의 생각은 어땠을까. 정이 들어버린, 그래서 더더욱 잘 해내기를 바라는 마음은 한결같으면서도 날카로운 지적과 피드백은 잊지 않았다. 선수들에 대한 애틋한 감정은 결국 마지막에 쏟아졌다.

“PT데이도 결국은 교육의 과정, 연장선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선수들에 대해 늘 걱정이 많았지만 끝내는 이렇게 알아서 잘 하는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결국 그들이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저희 임무라고 다시 깨닫게 됩니다.” (라이언·총괄디렉터)

“지난 기수와 확연히 다른 점은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현장에 나갔다는 점입니다. 코치진 조언도 필요하지만 결국 선수들이 시장에 나가 소비자의 목소리를 듣고 보완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그 첫걸음을 여기서 잘 뗐다면 그것으로 된 것이죠.”(저스틴·비지니스 코치)

도전이 조건 없이 아름다울 수는 없고, 박수받을 자격을 자동으로 획득하는 것은 아니다. 희열보다 좌절이 더욱 익숙하며 때로는 실체가 없는 것과 싸워야 하는 것이 외로운 창업의 길이라고, 많은 이들이 말한다. 그럼에도 지난 16주의 프로젝트를 거쳐 선보인 이틀간의 PT데이는 우리가 눈으로 지켜본 것 이상의 결과물을 창출해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번 PT데이는 마침표가 아닌 쉼표 혹은 숨표라는 사실이다. 이들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사진: 각 사(社) 제공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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