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은 젊음의 특권이라고, 많은 이들이 말합니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열정을 쏟는 것은 분명 소중하고 매력적인 과정입니다. 하지만 희망이 실낱보다 가늘어질 때 좌절의 그림자는 쉽게 드리우는 법입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가 아무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 他们说, 그들의 시선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출신의 24세 한씨. 베이징에 위치한 한 인터넷 언론사의 편집기자로, 그는 최근 일을 그만두고 고향인 우한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어렵게 마음먹고 상경한 그가 1년 만에 돌연 귀향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씨는 지난 1년 동안 베이징 외곽에 위치한 다세대 주택, 그것도 3평 남짓한 방의 침대 하나(!)를 임대해 거주해왔다. 그와 같은 방에 거주하는 다른 이들 역시 지방 출신자들로, 방 한 칸에 총 6명이 부대끼며 살고 있다. 침대 하나를 빌리는 가격은 월 1400위안(약 29만원). 그의 월급은 6000위안(약 120만원)으로,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송금하고 일부를 저축하면 온전히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은 2500위안 남짓이다.
살인적인 임대료뿐만이 아니다. 그는 베이징 시내에 있는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매일 3차례의 버스 환승과 함께 왕복 6시간을 길에 버려야 했다.
그렇게 한씨는 1년 사이에 너무나도 지치고 질려버렸다. 현재와 비교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수준의 소득이라면 고향인 우한에서 새로 일을 시작하고 싶은 그다. 물론 베이징 같은 대도시가 취업 기회와 교육 등의 다양한 경험 측면에서 이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그는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발길을 돌리게 됐다.
| 她说, 그녀의 시선
최근 중국에서는 한씨와 같은 젊은이들을 가리키는 신조어가 생겼다. 이는 바로 ‘뤄족(裸族·벌거벗은 이들)’. 주로 외지에서 대도시로 유입돼 살아가는, 도시에 정착하지 못한 젊은 세대를 이르는 단어다.
과거 농민공(農民工·농촌 출신 도시노동자)과 달리 이들 뤄족은 주로 지방 소재 명문대를 졸업하고 베이징이나 상하이, 광저우 등 1선 대도시로 일자리를 찾아 이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상대적으로 작고 낙후된 자신의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서의 화려한 내일을 꿈꾸는 이들이다.
지방의 인재들이 1선 대도시를 선호하는 추세는 통계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중국 언론 시나닷컴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23개성 출신의 대학 졸업생 중 해당 지역을 떠나 대도시로 이주한 이들은 76%에 달했다.
물론 한씨가 받는 6000위안의 월급이 결코 낮은 수준은 아니다. 베이징 소재 4년제 대학 졸업자의 평균 월급 초임은 4000위안에 불과하다. 하지만 살인적인 물가를 자랑하는 베이징에서 월세를 비롯해 식비, 교통비 등을 모두 해결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주거비와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직장인 한 명이 실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가처분 소득은 현저하게 낮아진다. 올 상반기 기준 중국인의 1인당 연평균 가처분 소득은 2만3932위안(약 400만원)에 불과하다. 반면 같은 기간 미국인의 경우 5만6000달러(약 6200만원)에 달했다.
이 같은 문제가 중대한 사회 이슈로 대두됐음에도 중국 정부는 이해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대응하는 모습이다.
중국 국영언론 관찰자망(观察者网)은 이달 1일 보도를 통해 중국이 오는 2020년을 계기로 샤오캉(小康) 사회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샤오캉 사회는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일컫는 것으로, 선진국의 개념과 같다. 또한 2020년부터 향후 30년 동안 평균 6%의 경제 성장률을 지속, 이 과정에서 2030년 무렵에는 중국 국민의 평균 소득이 미국의 60%에 달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웅’ 혹은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닐 수 없다. 이미 대도시를 거점으로 살아가는 ‘뤄족’들에게는 이 같은 전망이 결코 장밋빛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랜 기간 기약 없는 생활에 지친 이들은 하나 둘 도시를 등지고 있다.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