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인이 아들을 때렸다!
활동보조인이 아들을 때렸다!
2017.12.27 15:16 by 류승연

활동보조인이 아들의 머리를 내리쳤다. 나는 피가 거꾸로 솟고 심장이 벌렁거린다.

지난 목요일 오후 2시. 복지관에서 AAC 사례에 대한 강연이 열렸다. 마침 사례 발표자가 지인이기도 해서 나는 일찍부터 가서 대기를 했다. 함께 어울리는 또 다른 지인도 오기로 했는데 살짝 늦는다.

2시 4분. 도착했는데 주차할 곳을 찾아 빙빙 돌고 있다는 지인의 카톡이 온다.

2시 10분. 오늘 동환이 까만 잠바 입지 않았느냐고. 지금 복지관 뒷마당인데 활동보조인이 동환이에게 소리를 지르며 머리를 때리고 있다고 카톡이 온다.

이날 아들은 1시 20분에 하교한 뒤 학교 옆의 복지관에서 2시까지 언어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복지관 뒷마당을 통해 200여 미터 거리에 있는 음악치료실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차를 주차시키고 올라온 지인의 얼굴은 굳어 있다. 복지관 뒷마당에는 아무도 없었단다. 본인도 주차장 출입 통로를 따라 나왔기에 자신의 모습이 활동보조인에게 보이지 않았을 거란다. 지인이 주차장에서 나올 때부터 누군가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더란다.

무슨 일인가 하고 봤더니 동환이라고. 익히 알고 있는 동환이. 아는 언니의 아들. 지인에 따르면 아들은 눈이 가득 쌓인 맨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이이이이이~~~” 소리를 내며 울고 있더란다. 이미 바지가 눈으로 흠뻑 젖었을 거란다.

그 옆에서 활동보조인은 “일어나!!!! 일어나!!!!!”라고 소리를 지르며 손바닥으로 아들의 머리를 내리치더란다. 맞은 아들은 또다시 “이이이이이~~~” 그러면서 울고. 떼를 쓸 때의 아들은 “우왕~”하며 터지는 반항의 울음소리를 낸다. “이이이이이~”라며 우는 건 공포에 질린 무기력한 어린아이의 울음소리다.

지인을 만나 상황을 전해 들은 나는 강의실에서 나와 활동보조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 받는다. 음악치료 선생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들이 잘 들어왔는지 물으니 지금 바지가 다 젖어서 활동보조인이 옷을 갈아입히고 있단다.

피가 거꾸로 솟는다. 심장이 벌렁벌렁 거린다. 당장 음악치료실로 뛰어가고 싶다. 불쌍한 내 새끼를 안고 달래고 안심시키고 싶다. 하지만 이럴수록 침착해야 한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준비를…. 만발의 준비를 다 해놔야 한다. 활동보조인과 대면하는 건 그다음이다. 시간 활용이 자유로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을 픽업하러 가도록 했다. 그리고 나는 준비에 나섰다.

먼저 증거확보. 이미 목격자가 있는 상태이긴 하지만 확실하게 하기 위해선 CCTV가 필요했다. 폭행이 벌어진 곳은 재활병원과 복지관 사이 마당 같은 곳. 평소엔 그 마당에 CCTV가 있는데 마침 옆 건물이 공사하면서 최근 CCTV를 치웠단다.

대신 주차장으로 연결되는 병원 뒤쪽에는 CCTV가 있었다. 병원에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이러한 연유로 CCTV를 보고 싶다고 했다. 아들이 오래 다녔던 병원이라 병원 측에서도 도움을 주고 싶긴 한데 법적으로 걸린단다. 경찰의 입회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경찰을 불렀다. 두 명의 경찰관과 한 명의 형사가 출동해 온갖 서류에 사인을 하고 CCTV를 보러 간다. 부모인 나는 볼 수가 없다. 형사고발 조치가 취해진 다음에야 확인이 가능하단다. 경찰들이 먼저 들어가 폭행여부를 확인키로 했다.

경찰들이 확인한 CCTV에선 머리를 때린 장소를 볼 수가 없었다. 단 몇 미터 차이로 그 구역은 CCTV 범위에서 벗어나 있었다. 다만 병원에 들어가는 입구에서 활동보조인이 또다시 아들의 엉덩이를 3대 내리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담당 형사는 머리를 때린 것은 CCTV에 나오지 않았지만 목격자도 있는 데다 엉덩이를 때린 것은 증거도 확보됐기 때문에 얼마든지 형사고발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복지관 인권팀에도 찾아가 도움받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중앙지검에서는 아들의 경우처럼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는 피해자들을 위해 진술조력을 해주는 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연락처를 알려준다. 그곳을 통해 형사고발이 취해졌을 경우 국선변호사도 소개받을 수 있단다.

오케이. 다음. 서울시 장애인 인권센터에 연락을 했다. 어떤 법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는지 물었다. 하지만 그곳에서 얻은 답변은 실망스러웠다. 현행법의 한계를 알게 된 것이다.

이제 그녀는 아들의 활동보조인을 못하게 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른 장애인의 활동보조인까지 못하게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었다. 형사고발을 할 경우 활동보조인이 금고 이상의 징역형을 받아야만 1년 동안 자격이 정지된단다. 그 이후에는 다시 새로운 곳에 가서 활동보조인을 할 수 있단다. 하지만 1년 정지를 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고. 대부분이 벌금형으로 끝나곤 한다고.

정리하면 이렇다. 말 한마디 못하는 아들. 그 긴 시간 동안 내가 모르는 곳에서 얼마나 맞아 왔을지 모르는 아들. 이날 지인이 ‘우연히’ 목격하지 않았으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아들의 학대 사건은 부모인 내가 목격자 진술과 CCTV 증거를 토대로 얼마든지 형사고발을 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녀가 금고 이상의 징역형을 받기는 사실상 어렵고 법정에 왔다 갔다 하느라 내 정신만 힘들어진 다음 벌금형으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아들의 활동보조 일은 당장 관두게 되겠지만 그녀는 다른 곳에서 또 일을 하게 될 것이다. 그녀가 속해 있는 기관에서는 더 이상 그녀에게 일을 주지 않겠다고 해고 의사를 밝혔지만 그녀가 다른 기관에서 일을 하는 것까지 막을 방법은 사실상 없다. 그녀의 신상에 대해 활동보조인 양성 기관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건 개인정보법 위반이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알아봐야 할 것들을 모두 알아본 뒤 나는 그녀가 속한 기관에 가서 지부장을 만났다. 당연히 지부장은 내 편에 선 듯한 제스처를 취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더 이상 그녀에게 일을 주지 않겠다고 단호한 듯 말하지만 그건 ‘액션’일 뿐이라는 걸 안다.

활동보조인에 의한 장애인 폭행 사태가 일어나지 않으려면 활동보조인 양성 기관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법적인 장치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일주일에 4~5일 교육시킨 뒤 이수증을 주면서 현장에 투입해 수수료만 챙기는 무책임한 기관들이 없어진다.

장애인들의 자립된 생활을 돕고자 하는 목적에서 생긴 활동보조인 제도. 일주일 교육 받고 발달장애 아이들을 맡으니 곳곳에서 사고가 터진다. 세상에는 좋은 활동보조인도 많지만 단지 돈벌이를 위한 쉬운 수단으로 장애인을 이용하는 나쁜 사람들도 있는 법이다.

우리가 복지관에서, 치료실에서 만나는 일부 활동보조인의 모습을 보면 그렇다. 방치는 일상이고 막말을 서슴지 않는 경우도 꽤 있다. 그렇다고 활동보조인을 안 쓰는 것만이 해답도 아니다.

활동보조인이 하교 후 치료실에 왔다 갔다 하는 것만 담당을 해줘도 주양육자의 시간은 한 움큼 늘어난다. 아이와 만나는 순간부턴 또다시 ‘영원히 끝나지 않는 육아전쟁’이 시작되기 때문에 주양육자가 자신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활동보조인 제도 자체는 바람직하다.

장애 아이 당사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영원히 살 수가 없다. 늙고 병들은 엄마는 언젠가 자식의 곁을 떠나게 될 텐데 한평생 엄마를 통해서만 세상과 교류하던 성인 발달장애인이 어느 날 갑자기 낯선 타인의 도움을 받으며 사회에 적응하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

아들도 마찬가지였다. 엄마 없이는 아무 데도 안 가던 아들이 활동보조인과 함께 치료실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타인과 함께 일상을 살아나가는 법을 익히게 되었다. 활동보조인 제도의 순기능이다.

그래서 나는 생각한다. 활동보조인 제도는 그대로 두되 법적인 강화를 해야 한다고. 활동보조인의 시급을 높이는 대신 전문성을 지닌 하나의 직업 유형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이를 위해 교육도 강화하고 활동보조인 양성 기관에 대한 평가와 제재도 강도를 높여야 한다고.

다시 아들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기관에까지 가서 한바탕 난리를 친 다음에 맨 마지막으로 활동보조인을 만나 얘기를 했다.

그녀는 예상한 대로 행동한다. 당연히 발뺌을 한다. 자신은 아들을 때린 적이 없다며 다른 활동보조인이 자신의 증인이 되어줄 거란다. 나는 그녀를 무심히 바라본다. 내 엄마뻘 되는 그녀가 자신의 억울함을 피 튀기게 주장하는 그 모습을 그저 무심히 바라만 본다.

형사고발은 안 하기로 했다. 현행법에서는 실질적으로 그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고발을 해야만 활동보조인 자격 영구 정지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면 법정에 오가는 수고로움 쯤은 얼마든지 감수하겠지만 그녀가 받을 수 있는 최고형은 사실상 벌금형이다. 내 목적이 그녀의 돈 몇 푼을 뺏는 건 아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손주처럼 내 아들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는 그녀의 말을 조금은 믿어보기로 한다. 안 그러면 내가 더 슬퍼 견딜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런 그녀를 믿고 아들을 맡겼던 나를 용서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사진:류승연

 

필자소개
류승연

저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전)아시아투데이 정치부 기자. 쌍둥이 출산 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노릇도 처음이지만 장애아이 엄마 노릇은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풀릴 수 있다고 믿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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