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폰케이스로 수지맞았다고?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 토크 콘서트
수지폰케이스로 수지맞았다고?
2018.01.01 21:11 by 최태욱

2015년 1월 15일, 당시 국민 첫사랑으로 통하던 수지가 김포공항에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선글라스와 하얀 블라우스보다 더 눈에 띄었던 건 알록달록 보랏빛의 휴대폰.(정확히 말하면 휴대폰 케이스) 이 제품은 ‘수지폰케이스’로 불리며 큰 관심을 끌었고, 삽시간에 품절사태까지 겪었다. 디자인을 통해 사람의 존귀함을 알리는 사회적기업 ‘마리몬드’가 세상에 알려진 순간이다. 윤홍조 마리몬드 대표는 “외부 편집숍에 입점했던 모든 제품이 하루 만에 동났고 홈페이지는 폭격을 맞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재밌는 건 이 제품이 하마터면 출시조차 못할 뻔했다는 사실이다. 윤 대표는 “출시 전 내부 반응이 너무 안 좋아 출시불가를 주장하던 목소리도 많았다”고 멋쩍게 말했다.

윤홍조 대표의 무용담이 공개된 곳은 경기도 판교의 스타트업캠퍼스. 제3기 시그니처 코스의 수료식이 진행됐던 지난 12월 15일, 약 4개월간의 여정을 마친 예비 창업자들은 수료식에 앞선 ‘스타트업CEO를 만나다’ 행사를 통해 선배의 경험과 조언을 선물 받았다.

마리몬드는 ‘우리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귀함’을 사명으로, 디자인 제품을 제작․유통하는 회사다. 특색있는 디자인으로 먼저 알려졌고, 여기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 한 분 한 분의 인생을 모티브로 제품을 만든다는 가치가 더해지며 날개를 달았다. 2014년 윤 대표와 두 명의 디자이너로 시작한 마리몬드는, 이제 툭하면 품절 사태를 일으킬 만큼 대중적으로 사랑받는 브랜드로 성장했다.

“명품을 사는 이유가 풍족하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충족시켜주기 때문이잖아요. 그런데 최근엔 ‘내가 꽤 괜찮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란 걸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욕망’이 존재한다고 봐요. 그런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브랜드라면 시장에서 더 많은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윤홍조 대표)

스타트업캠퍼스 3기 시그니처 코스 수료식에 앞서 펼쳐진 윤홍조 대표와의 대담(사진: 스타트업캠퍼스)
스타트업캠퍼스 3기 시그니처 코스 수료식에 앞서 펼쳐진 윤홍조 대표와의 대담(사진: 스타트업캠퍼스)

윤 대표의 강연이 이제 막 세상에 진출하려는 예비창업자에게 안성맞춤인 이유가 있었다. 윤 대표와 마리몬드의 역사가 결코 평탄하지 않았기 때문. 때론 꿀팁이, 때론 반면교사가 되는 조언에 객석은 술렁였다가 진지해졌다가를 반복했다.

사실 윤 대표는 ‘사업’과 거리가 멀었다. 아니 오히려 금기시 여겼다. 극단을 운영하시던 아버지가 가족들을 얼마나 힘들게 했는지 어린 시절 내내 목도했기 때문이다. 윤 대표는 “무조건 돈 잘 버는 회사원이 되고 싶었다”고 한다. 학창시절 때 장래희망을 그리라면 대기업 로고를 그렸을 정도다.

견고했던 소망에 균열이 생긴 건 대학시절 ‘인액터스코리아’라는 국제 비영리 학생단체에 몸담으면서부터다. 위안부 할머니를 후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이 활동이 지금의 마리몬드의 모체다. 당시 경험은 시장이 얼마나 냉혹한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계기가 됐다. 윤 대표는 “스카프‧넥타이‧손수건 같은 걸 출시했는데 내놓는 족족 망했다”면서 “사실 만드는 입장에서도 ‘이게 팔릴까’ 의심할 정도로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마리몬드를 끌어올린 힘은 아이러니하게도 실패의 경험들이다. 섬유제품은 시장에서 외면당했지만, 그로인해 지금의 마리몬드 제품의 자산이 되는 ‘꽃무늬 패턴’을 발견할 수 있었던 식이다. 현재 마리몬드가 취급하는 제품은 디지털 액세서리부터 의류‧가방‧문구류까지 수 백 여종에 이른다.

위안부 할머니의 압화작품을 모티브로 마리몬드가 제작한 패턴(사진: 마리몬드)
위안부 할머니의 압화작품을 모티브로 마리몬드가 제작한 패턴(사진: 마리몬드)

이날 행사에서 윤 대표가 예비 창업자들에게 시종일관 강조했던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때론 발목을 부여잡고, 때론 골치를 썩게 했던 고민들이 지나고 보면 대수롭지 않은 것들로 여겨질 수 있을 거란 얘기다. 핵심은 오히려 시작하는 것과 버티는 것 일게다.

“수지폰케이스로 소위 대박을 쳤지만, 저흰 요청 드린 적도 없고 그런 방법도 몰랐어요. 기회란 게 그렇게 오는 것 같습니다.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죠. 그저 모든 걸 감사히 느끼고 제 갈 길 묵묵히 가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사실 시작을 결심하는 게 힘들지, 시작한 후엔 흘러가듯 성장할 겁니다. 여러분들이 이 자리에 계신 것 자체가 이미 훌륭한 결정을 한 셈이죠.”(윤홍조 대표)

윤홍조 대표는 “묵묵히 나아가면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홍조 대표는 “묵묵히 나아가면 기회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1문1답 with 윤홍조 대표

Q. 마리몬드 홈페이지를 보니 제품군이 굉장히 다양한 것 같습니다. 향후 제품군을 더 확대할 계획이 있나요? 그리고 입점 수수료는 얼마인가요?
“현재 뷰티, 생활용품, 가전제품까지는 입점이 되어있습니다. 아이리버와 협업한 손난로 같은 것도 있고요. 영향력 있는 브랜드와 천천히 범위를 확장할 예정이지만, 갑자기 옥션처럼 전방위로 넓히는 건 다소 위험한 성장방법이라 생각합니다. 푸드나 식재료 등의 특성을 감안하면 말이죠. 수수료는 다른 곳들과 똑같이 25%입니다.”

Q. 마리몬드는 가치 중심적인 기업으로 보입니다. 팀원들이 가치를 공유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텐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치 부분 때문에 흔들리거나 갈등을 빚는 일은 없나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처음에 정립하는 가치는 일종의 ‘스냅샷’인 것 같아요. 그래서 발전시키고 맞춰가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야 하죠. 우리도 처음 일을 시작할 땐 ‘존귀함을 이야기한다’는 미션 자체가 없었어요. 후에 팀원들이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누군가에게 공감하는 태도로 다가가서 그 사람을 재조명하고 기억하게 하는 것, 즉 ‘존귀함을 이야기한다’는 미션이 생긴 거죠. 또 몇 년 후에 보니까 사회적 가치만 있지, 고객 중심의 가치는 하나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고객과 어떤 태도로 일을 해야 하는가. 어떤 결과를 추구해야 하는 가에 대한 핵심가치를 잡아 나갔죠. 이런 식으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공감대를 만들고, 단단히 해나가면 될 것 같습니다.”

(사진:스타트업캠퍼스)
(사진:스타트업캠퍼스)

Q. 초기 스타트업은 입점제안서를 보내도 선택받기가 힘들잖아요. 마리몬드도 초기에 그랬을 텐데, 어떻게 극복했나요?
“맞습니다. 저희도 처음에 텐바이텐이나 1300k 같은 편집숍에 제안서를 보냈는데, 초기 디자이너 브랜드나 스타트업들에겐 장벽이 너무 높더라고요. 퇴짜도 많이 당했죠. 제한된 시간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무엇이고, 우린 어떻게 해결했는지 설명하기 바빴어요. 그런데 사실 MD들은 그런 걸 궁금해 하지 않더라고요. 얼마나 독특한지, 얼마나 잘 팔릴지가 중요한 거거든요. 그래서 다른 디자이너 브랜드처럼 콘셉트샷 찍어 보내고, 제품스펙 같은 것들을 충실히 설명했죠. 스토리와 의미는 뒤로 미루고요. 그랬더니 한두 군데에서 반응이 오더라고요. 편집숍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을 치밀하게 파고들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필자소개
최태욱

눈이 보면, 마음이 동하고, 몸이 움직이는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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