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하는 순간 사라진다, 자유의 ‘버뮤다 삼각지대’
2018. 01. 05 by 제인린(Jane lin)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희생이 따릅니다. 우린 교과서를 통해, 그리고 광장에서의 추위를 통해 이를 뼈저리게 학습했죠. 그렇게 인간의 역사는 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법이지만, 반대로 이를 억압하고 되돌리려는 세력 또한 스스로 진화합니다. 그런 진화가 진행 중인 나라가 바로 우리 옆에 있죠.

 

| 他们说, 그들의 시선

“우린 너희처럼 그렇게 할 수 없어. 절대로.”

어느 중국인이 말했다. 얼마 전 한국과 중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필자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중국 본토 출신의 한족(漢族)인 그는 지난해 한국에서 시민의 힘으로 최고 지도자가 끌어내려 지고 정권이 바뀌는 것을 지켜봤다. 하지만 자신들의 국가에서는 절대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없음을 강조했다.

그를 비롯한 중국 젊은이들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시따따(习大大)’라고 부른다. 본래 시 주석의 고향인 산시성에서 ‘따따(大大)’는 삼촌이나 아저씨를 일컫는 말로, 친근함의 표현이다. 하지만 ‘시따따’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큰 대(大)’가 두 번 쓰일 정도로 엄청난 권력자임을 나타내는 것이란 시각이 있다.

”시따따는 과거 진나라의 진시황제와 근대화 시기 마오쩌둥에 비견되는 권력자야. 만약 그를 처단하려고 하는 이들이 있다면 곧장 그들이 먼저 처단당하게 될 거야. 우리에게는 그런 자유가 없어.”

이런 말을 하곤, 본능적으로 주위를 살핀다. 필자와 나누는 대화조차 검열당하고 있을지 모른다며 불안해하는 것. 그러면서 중국의 대표적 메신저인 ‘웨이신’을 사용할 때도 공산당 방침에 반하는 대화를 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최근까지도 종종 당에 반대하는 의견을 피력했던 지식인들이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정말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는 말인가?

(사진: 웨이보)

 

| 她说, 그녀의 시선

평소 토론을 즐기던 베이징대학교 대학원의 모 교수. 올해 은퇴식을 치른 그는 명예교수직을 달고 일선에서 물러났다.

국제적 항구도시인 상하이 출신의 그는 일찍부터 열린 교육을 통해 서방 문화를 접했다. 그는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사상의 범위와 폭을 넓히지 못하는 순간 모든 공부는 거기에서 끝”이라며 “모든 관련 연구를 ‘지나간 것’에서 찾는 오류를 범하는 실수는 반복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그의 가르침을 받은 중국 학생과 지식인 중 많은 이들이 서방 문화와 사상에 긍정적인 시각을 갖게 됐다.

최근 그의 초대를 받아 베이징 외곽에 소재한 자택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택시에서 내려 도착한 그의 집 사방에는 푸른 옷차림의 공안 여럿이 배치돼 있었다. 이는 필자의 눈에 ‘보호’가 아닌 ‘감시’로 다가왔다.

그의 아파트 앞에서는 사복 경찰로 추정되는 남성들로부터 4차례나 신분증 검사를 당해야 했다. 진입로에는 길목마다 방문객의 신분을 파악하기 위한 이들이 줄지어 있었다. 당시 함께 자택을 찾았던 필자의 지인은 말했다.

“우리가 북한에 온 것은 아닐까?”

(사진:웨이보)

필자가 이 같은 경험을 한 이유는 해당 교수가 가진 사상의 성향 탓이었을 것이다. 비록 강단을 떠난 명예교수지만 사상의 검증에서 완전하게 자유롭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그의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감시의 눈길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사실 그가 몸담은 베이징대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비교적 크게 누릴 수 있는 학교로 꼽힌다. 반면 같은 명문대면서도 훨씬 억압적인 분위기를 자랑하는 학교도 있다. ‘시따따’ 시진핑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배출한 칭화대가 그곳이다.

칭화대 대학원의 한 수업에서 공산당 방침에 반하는 내용을 강의했던 모교수가 중국 학생들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는 일화는 베이징에서도 유명하다. 해당 수업에 참여했던 미국인 학생 A씨는 당시의 분위기를 이렇게 설명했다.

“공산당원으로 추정되는 학생들이 수업 중 교수의 강의 내용을 항의하며 책상을 박차고 일어섰고, 여러 명의 또 다른 학생들이 그들의 행동을 추종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마오쩌둥 전 주석의 서적인 ‘반대자유주의’라는 책은 현재도 절찬리에 판매되는 베스트셀러다. (사진:웨이보)

중국은 매년 청년절(5월4일)이 되면 시 주석을 비롯한 공산당 간부들이 학생들을 격려한다는 명목으로 베이징대를 찾아 학교 곳곳을 둘러본다. 격려를 가장한 감시다. 중앙도서관부터 책 보관소, 동아리 학당 등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는 모두 검문을 당한다.

실제로 공산당 내부의 연구는 자신들의 인권·사상 탄압에 대한 지적에 대항할 내용을 만들어 내거나 찾아내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누군가가 당의 방침을 비판하면 당은 곧장 국가 소속의 연구원과 학회 등을 동원해 다양한 압력을 행사하곤 한다.

사실상 ‘가택연금’된 그 교수는 최근 아내와 함께 작은 출판사를 설립해 사상의 자유를 위한 활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그의 제자들을 포함한 많은 이들도 그를 응원하겠다고 나섰다.

그의 도전은 위대한 시작이 될 수 있을까. 아니면 또 다른 억압의 역사로 기록될까.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