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맞춤을 꼭 해야 할까요?
눈 맞춤을 꼭 해야 할까요?
2018.01.10 18:35 by 류승연

 

얼마 전 SNS상에서 한 발달장애 아이의 아빠가 질문을 던진다. 눈 맞춤이 잘 되지 않는 아이에게 눈 맞춤 연습을 시켜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 많은 댓글이 달리는데 강제적으로 연습을 시키라는 얘기는 없다. 이게 요즘의 흐름이다. 강제성은 지양한다.

하지만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해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연습을 반복하면 나아지기도 하니, 흥미를 유발하는 방법을 통해 눈 맞춤의 기회를 늘려가라는 조언은 있다.

눈 맞춤. 흔히 아이가 어릴 때 발달장애가 있는지 알 수 있는 첫 번째 징표로 사용되곤 하는 게 눈 맞춤 여부다. 알다시피 감각의 문제를 지닌 발달장애 아이들의 많은 수는 타인과의 눈 맞춤이 어렵다.

우리 아들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인지한 것도 눈 맞춤부터 시작이었다. 쌍둥이 남매. 딸은 신생아 때부터 눈 맞춤이 잘 됐다. 이름을 부르며 “까꿍~”을 하면 엄마 얼굴을 보며 방긋방긋 웃었고 자신의 이름이 불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곤 했다.

반면 아들은 세상만사에 무관심했다. 엄마가 불러도 그러려니. 아빠가 불러도 그러려니. 눈 한 번을 제대로 안 마주쳐주니 불안한 마음에 대학병원에 가서 청각 검사까지 받았다. 혹시 귀가 안 들려 반응이 없나 싶었던 것이다.

아이를 재우고 뇌파 검사를 했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는 소견이다. 다행이다. 사내아이라 성격이 진중해서 그런가 보다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발달장애였지만.

어쨌든 눈 맞춤이 안 되는 아들은 타인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다. 생후 13개월부터 각종 치료를 받으러 다녔지만 치료사를 쳐다보지 않으니 학습효과는 미미했다. 유치원과 학교를 들어가서도 마찬가지.

아들은 사람도 쳐다보지 않았지만 사물도 쳐다보지 않았다. 선 긋기를 해도 눈으로 선을 보면서 색연필을 움직여야 하는데 아들은 허공을 보면서 손만 기계적으로 움직였다. 어쩌다 쳐다보긴 해도 그 시간은 극히 짧았다. 이런 걸 눈과 손의 협응이 잘 되지 않는다고 표현한다.

교사들도 수시로 물어 온다. 다른 사람과도 눈 맞춤이 안 되냐고. 하지만 이때마다 나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어릴 때야 엄마와도 눈을 맞추지 않았지만 커가면서 엄마와는 항상 눈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타인을 쳐다보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모방행동도 따라하지 않게 된 아들. 모방행동이 없으니 말도 모방하지 않는다. 대신 아이는 울고 떼쓰고 웃고 외계어를 말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사를 표현했다. 무발화인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알아듣고 그에 답해준 건 24시간 곁에 있는 엄마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아들은 엄마를 쳐다보기 시작했다. 울어도, 떼를 써도, 웃어도, 외계어를 말해도 엄마의 눈을 정확히 쳐다보면서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엄마는 자신과 소통이 되는 유일한 존재였기 때문이다.

이제 아들은 매 순간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아빠나 누나와는 아직도 엄마만큼 눈 맞춤이 되지 않는다. 부르면 쳐다보긴 하는데 눈을 맞추는 시간이 극히 짧다. 엄마만큼 소통이 되지 않는 존재라고 느끼기에 먼저 마음을 차단해버린 느낌이랄까?

아이와의 눈 맞춤 연습, 강제로라도 연습시켜야 할까? 아니면 자연스럽게 놔둬도 될까?

사실 이 문제에 해답을 내리긴 어렵다. 아이와 소통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눈 맞춤이 되도록 했던 건 내 아들의 경우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저마다의 특성이 천차만별이라 “이렇게 하면 됩니다”라고 정답 지을만한 것은 사실상 없다.

그러다 보니 이 사안은 부모의 양육태도에 대한 문제로 넘어간다. 부모가 어떤 양육관, 교육관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아이에 대한 지도방법이 달라진다.

보다시피 나는 아이를 강제하지 않는 편이다. 내 스스로가 강제된 학습을 싫어해서다.

초등학교 교사였던 친정엄마는 장녀인 내게 거는 기대가 많았다.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하교 후 매일 전과(참고서) 두 페이지씩을 외워서 엄마에게 검사를 받아야 했다. 전과를 다 외우기 전엔 친구들이 불러도 나가 놀 수 없었다. 강제된 학습이 반복되다 보니 사춘기가 되면서 뻥~하고 터져 버렸다. 중학교 1학년 2학기가 되면서 보란 듯이 공부에서 손을 놓아버린 것이다. 강제로 시킨 공부가 역효과를 낸다는 걸 경험한 엄마는 남동생과 여동생에게 정반대의 방법을 시도했다. 공부에 대한 부담을 일체 주지 않은 것이다. 그랬더니 두 동생 모두 우리나라 최고의 대학에 입학을 했다. 첫째인 내가 실험대상으로 희생양이 된 덕분이었다.

이 경험은 나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다. 나 역시 내 아이들을 대할 때 적어도 학습 면에서만큼은 강제적인 걸 지양한다.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딸도 예체능 학원만 다닐 뿐 아직 보습 학원은 보내지 않는다. 물론 그러다 보니 수학시험을 50점 맞아 올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아이를 다그치고 싶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나처럼 만들지 말자며 욱하는 기분을 꾸욱 누른다.

아들한테도 마찬가지다. 느리게 가는 속도에 내가 맞춘다. 내 속도에 아이가 따라오게끔 강제하고 강요하지 않는다. 아들과 함께 있을 때의 내 시간은 언제나 천천히 흐른다.

하지만 이 방법이 옳은가에 대해선 나도 자신은 없다. 다만 내 교육철학이기 때문에 이 방법을 선택한 것뿐이다. 왜 확신을 갖지 못하는가 하면 발달장애 아이라도 강제성을 띠고 연습을 반복하면 문제점이 극복되고 좋아지는 부분이 분명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이런 경우가 있다. 나는 아들이 팔짝팔짝 뛰는 상동행동을 할 때면 굳이 제재하거나 못하게 막지 않는다. 자신이 그 순간에 필요로 하는 감각을 추구하기 위해 팔짝팔짝 뛰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 행동은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상동행동을 마음껏 하게 하면 아이의 욕구는 해소되고 스트레스도 풀리지만 사회적 적응 면에서는 마이너스가 된다. 사람들은 이상한 행동을 하는 내 아들이 낯설고 두렵다.

반면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불안감이 들 때마다 몸을 앞뒤로 흔들어 대는 자폐증 아이가 있었다. 그 행동은 사람들 속에, 사회 속에 녹아들어 살아야 하는 발달장애인에게는 부정적 요소였다. 그래서 그 행동이 나올 때마다 엄마는 아이를 강하게 제지했다. 못하게 했다.

이제 성인이 된 그 청년은 몸을 앞뒤로 흔들지 않는다. 불안감이 치솟을 때면 자신도 모르게 움찔하며 몸을 흔들려 하다가도 스스로 제어를 한다. 온몸에 힘을 주며 꾹 참는다. 사회적으로 적응이 된 발달장애인이 된 것이다.

무엇이 진정으로 아이를 위하는 길일까?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다시 눈 맞춤 문제로 돌아와서. 발달장애 아이들이 눈을 맞추지 않는 건 눈을 맞출 때의 자극이 너무 강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우리는 타인의 얼굴을 보면 얼굴이 그대로 보이지만 감각처리 기능이 과도하게 가동 중인 발달장애 아이들의 경우엔 속눈썹의 파르르 떨림이, 얼굴에 난 수십 수백 개의 모공이 다 보이는가 하면 아주 작은 점 하나가 대문짝보다 크게 다가오기도 한단다. 말하면서 변화되는 상대방의 미묘한 표정변화도 정보처리에 과부하를 걸리게 하는 요인이 된단다.

상대방이 싫어서가 아니다. 상대방이 못생겨서도 아니다. 이런저런 등의 감각적인 이유로 눈 맞춤이 힘든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인 걸 알면서도 부모들은 발달장애 아이들이 사회에 흡수되기 위해 눈 맞춤이 필요하다는 걸 안다. 그래서 그 방법을 고민한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시선을 살짝 돌려본다. 발달장애 아이들의 부모가 아닌 사회에, 세상에 질문을 던져본다. 이 모든 감각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사회 구성원으로 흡수되기 위해 발달장애인은 눈 맞춤을 연습해야 할까? 상동행동을 막아야 할까?

부모들이 수년에 걸쳐 괴로워하는 아이를 다그치고 잡아가며 사회적으로 적응된 발달장애인이 되도록 연습을 시키는 게 나을까? 아니면 사회가, 세상이 남들과는 다른 발달장애인의 행동도 다양성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인식의 변화를 보이는 게 나을까?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이고 어떤 것이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길이 될까? 어느 쪽이 바뀌는 게 더 나을까? 판단은 각자의 몫이 될 것이다.

 

/사진:류승연

 

필자소개
류승연

저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전)아시아투데이 정치부 기자. 쌍둥이 출산 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노릇도 처음이지만 장애아이 엄마 노릇은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풀릴 수 있다고 믿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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