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의 겨울이 유난히 추운 이유
대륙의 겨울이 유난히 추운 이유
2018.01.22 13:39 by 제인린(Jane lin)

세계 1, 2위 경제대국에서 겨울에 추위로 얼어 죽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라면 믿으시겠습니까. ‘경제적 발전이 나라를 부유하게 만들고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구호는 그저 구호에 그치는 것일지도 모른단 생각이 듭니다. 적어도 오늘의 얘기만 들어본다면 말이죠.

 

| 他们说, 그들의 시선

“그 소식 들었어? 겨울은 아직 제대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중국에선 벌써 얼어 죽는 사람이 생겼다며? 정말이야? 아직도 그렇게 못 사는 사람이 많아? 넌 중국에서 괜찮아?”

중국으로 떠나온 이래 이런 질문을 종종 받곤 한다. 마치 내가 인간이 살 수 없는 오지나 빈곤 지역에 떨어져 있는 듯한 느낌. 동시에 아직까지도 중국의 단편적인 모습만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좁은 시선이 안타깝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현금을 가진 나라. 매년 7%의 고공 경제성장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 우리나라 인구보다 많은 갑부들이 사는 나라. 그런 중국에서 추위로 얼어 죽는 이들은 진짜 얼마나 될까.

외신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하지만, 중국 언론은 좀처럼 다루지 않는 중국의 혹한과 동사(凍死) 소식.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 她说, 그녀의 시선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중국에선 아직까지도 매년 겨울이 되면 많은 수의 사람들이 얼어 죽는다. 엄청난 경제 발전도 한겨울 국민의 온기를 지켜주진 못하나 보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일반적으로 지구 북반구에선 북쪽으로 갈수록 춥고 남쪽으로 갈수록 따뜻하다. 자연히 중국도 북쪽으로 갈수록 기온이 낮아진다. 하지만 겨울 추위로 인한 사망자는 남쪽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상식에서 벗어난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어째서 그럴까?

지난해 12월 10일 중국 인민일보 기사. ‘석탄을 사용하는 난방 방식을 바꾸면 오염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취지의 보도다.

중국은 후베이성(湖北省)을 기준으로 위쪽은 북방, 아래쪽은 남방으로 칭한다. 수도 베이징을 포함해 톈진, 다롄 등이 북방에 속한다. 하얼빈이 있는 동북 3성 역시 마찬가지다. 반면 남방에는 상하이, 항저우, 광저우 등이 해당된다.

가을부터 영하의 날씨가 시작되는 북방에선 일찍부터 난방 시설이 발달했다. 수십 년이 넘은 오래된 건축물에도 보일러 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남방의 경우는 다르다. 한랭건조한 북방과 달리 습기가 가득한 남방에선 실내 난방을 하게 되면 건물의 수명이 급속도로 짧아진다. 외부의 습기와 내부의 열기가 건물의 노후화를 촉진시키는 것이다. 이는 안전 문제와 직결된다. 또한, 곰팡이 서식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 등 건강을 해칠 우려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남방에는 겨울철 난방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건물이 허다하다. 물론 북방에 비해 따뜻한 게 사실이지만 어디까지나 상대적인 이야기다. 남방 역시 한겨울에는 영하 10~20도까지 심심찮게 내려간다. 추위에 떨다 사망하는 이들이 매년 속출하는 이유다.

석탄 에너지를 주 에너지로 사용하는 난방을 금지한 중앙 정부의 방침에 따라 기능을 하지 못하고 방치된 중국 모 학교 난방 기기의 모습.

그런데 최근 들어선 북방에서도 겨울 사망자가 늘고 있는데, 이 사연 또한 갑갑하긴 마찬가지다.

베이징을 비롯한 북방 주요 도시에서는 매년 11월 초부터 중앙 정부가 통제하는 난방이 일제히 시작된다. 문제는 이 일대의 노후화된 건축물들이 난방 연료로 석탄을 사용하면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다. 최근 한국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잦다던데,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그 발원지로 중국부터 의심할 것이다. 이처럼 자국민들의 안전은 물론이고 이웃 나라들의 눈총을 벗어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석탄 사용을 금지했다. 당초 중국 정부는 석탄 사용량을 오는 2020년까지 점진적으로 줄여나갈 계획이었으나 갑작스레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에 적지 않은 건물들이 난방 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겨울을 맞았고, 특히 유치원과 일선 학교에서는 난방 없이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심지어 어떤 학교는 볕이 드는 건물 밖에 의자와 책상을 내놓은 채 수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믿기 어려운 것은 신생아와 산모가 있는 병원에서도 난방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전언이다. 태어나자마자 추위에 떨어야 하는 아이와 이를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은 어떠할까.

중국 정부의 이 같은 막무가내식 정책에 대한 불만은 SNS상에서 조금씩 새어 나오고 있지만 크게 공론화되지는 못하고 있다. 언론 보도 역시 전무한 상태다. 북방 사람들은 정부의 어떠한 대책도 없이 이번 겨울을 나게 됐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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