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등급, 수능점수, 명문대 진학률… 대부분의 학원에서 강조하는 지표다. 학생과 학부모의 시선도 마찬가지. 결국 학원은 성적으로 말한다.
그런데 성적보다 더 특별한 숫자를 강조하는 학원이 있다. 영어교육 전문학원 ㈜쓰리제이(이하 쓰리제이)는 전체 수강생 수와 함께 후원하는 국내∙외 아이들의 수를 홈페이지 전면에 내걸었다. 일반적인 학원 홈페이지에선 찾아보기 힘든 풍경. 성적과 관련된 수치를 자랑하기도 바쁜 마당에 왜 후원 소식을 힘줘서 알리고 있는 걸까?
| 개인의 나눔, 기업의 가치가 되다.
현승원 쓰리제이 대표는 2011년 경기도 안산에서 ‘쓰리제이에듀’란 이름으로 개인학원을 시작했다. 영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곳이었다. 당시 학생들 사이에선 현 대표가 ‘존(John)쌤’으로 통했는데, 알찬 강의와 흡입력 있는 진행, 이로 인한 성적 향상까지 이뤄지며, ‘존쌤’에 대한 입소문은 빠르게 퍼져 나갔다. 소위 ‘스타강사’가 된 것이다. 개인학원 설립 시 175명이었던 수강생 수는 지난해 1만 여명을 넘어섰고, 동명의 분원도 꾸준히 증가해 이제는 전국 70곳에 분원을 둔 대형학원으로 성장했다. 지난 2017년에는 7개의 교육브랜드를 가진 ㈜쓰리제이로 성장했다.
수강생 수와 함께 꾸준히 늘어난 게 하나 더 있다. 정기후원을 맺은 국내 및 해외 아이들의 수다. 처음엔 그저 대표 개인의 작은 나눔에 불과했다. 하지만 학원사업이 기업 단위까지 커지면서 개인 후원 활동도 덩달아 기업 사회공헌 영역까지 다다랐다.
2018년 1월 17일 기준, 쓰리제이의 수업을 듣는 수강생 수는 1만433명. 그리고 쓰리제이가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를 비롯한 8개 단체와 함께 정기결연을 맺은 아이들의 수는 1037명이다. 수강생 수의 10%에 육박하는 수치. 이는 우연이 아니다. 오히려 철저한 원칙에 따른 것이다.
쓰리제이에서는 학원 수강생이 열 명 늘어날 때마다 후원 아동 수를 한 명씩 늘린다. 이른바 ‘열 명의 사랑’ 프로젝트다. 10퍼센트의 비율은 언제나 지켜진다. 업종 특성상 입시철이 끝난 후 수강생이 줄기도 하지만, 그때도 후원하는 아동의 수는 줄지 않는다.
| 좋은 강의로 명성을, 착한 활동으로 신뢰를
수강생 수의 10%. 참 깔끔한 숫자지만, 기업 경영 측면에선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비율이다. 지속적인 후원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는 않을까? 쓰리제이의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하진숙 운영관리팀 과장의 생각은 달랐다.
“적은 수치는 절대 아니죠. 하지만 설립할 때부터 이어온 전통이다 보니 다들 자연스럽게 여기는 분위기예요. 학원의 신뢰도에 도움되는 면도 많죠. 학부모들도 수강상담을 할 때 후원 활동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셔요.”(하진숙 과장)
학부모들이 학원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단연 성적 향상. 아무리 선한 활동을 해도 강의가 나쁘면 의미가 퇴색되겠지만, 애초에 좋은 강의에 대한 입소문으로 성장해온 쓰리제이에겐 해당사항이 없는 얘기다. 오히려 좋은 강의에 ‘착한 기업’의 이미지까지 더해진 게 학원에 대한 신뢰를 더하는 요인이 됐다는 평가다. 하 과장은 “요즘 학원이 너무 많아 학부모들 고민이 많은데, ‘착한 학원’이란 이미지 덕분에 여기로 결정했다는 얘기를 심심찮게 듣는다”고 귀띔했다.
| 덕(德)과 업(業)의 일치, 직원들도 ‘신나요’
대표자의 의지는 선한 바람이 되어 회사 곳곳에 불고 있다. 직원들의 애사심과 자부심도 남다르다. 쓰리제이의 직원들은 회사 차원에서 진행하는 아동후원 이외에도, 거의 대부분 개인후원까지 함께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입사 후 회사의 활동에 영향을 받아 개인후원을 시작한 경우다.
쓰리제이는 지난해 9월 연세대 의료원과 함께 ‘선한 사마리아인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긴급한 상황임에도 병원비가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회 취약계층 응급환자를 지원하는 활동이었다. ‘열 명의 사랑’으로 차곡차곡 축적시킨 온기가 다른 형태로 나타난 첫번째 결실이다. 하진숙 과장은 “회의시간에 아동복지기관을 직접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는 의견이 거의 매주 나온다”고 말했다.
아동의 성장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교육활동, 여기에 더해 소외받는 아동들의 성장까지 보살피는 후원활동. 이쯤 되면 ‘덕과 업의 일치’라고 할 만하다. 이 회사의 최고의 자랑거리는, 지금도 홈페이지에서 실시간으로 늘고 있는 후원자수다. 이는 곧 사업의 성장을 의미하기도 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