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어쩌다 보따리상의 나라가 됐나
중국은 어쩌다 보따리상의 나라가 됐나
2018.02.06 18:37 by 제인린(Jane lin)

他们说, 그들의 시선

중국인들은 자국에서 생산된 국산 우유를 좀처럼 마시지 않는다. 그 대신 독일이나 프랑스 등지에서 수입한 멸균 우유를 선택한다. 영유아용 분유도 마찬가지다. 대형 마트에는 중국산 분유가 매장 한 면을 빼곡하게 채웠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수입제품 앞에 몰린다.

이들은 수입품의 원산지 뿐만 아니라 유통 경로도 따진다. 같은 브랜드의 같은 제품이라 할지라도 중국으로 바로 수입되는 물건보다는 한국·일본 혹은 홍콩·마카오를 통해 들여오는 것을 더 신뢰한다.

21세기 들어 엄청난 경제 호황을 누리는 중국인들이 조금 잘 살게 됐다고 비싼 수입품만 찾는다는 힐난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활용해 한국 브랜드들도 제품을 대량으로 가져다 팔고 큰돈을 벌어야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에 오래 거주한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중국인들의 특이한 행동과 경향에는 늘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他们说, 그들의 시선

5년째 중국에 머물고 있는 필자는 1년에 2~3차례씩 한국을 방문한다. 그럴 적마다 중국인 지인들은 필자에게 자신이 원하는 한국 제품의 구매를 부탁하곤 한다.

한국에서 생산되는 화장품과 의류가 대부분이지만 심심찮게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이들이 부탁하는 것들 중 일부가 ‘made in china’ 제품이라는 것. 한국에서 판매되는 자국산 제품의 품질이 중국에서 유통되는 것보다 믿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모양이다.

같은 브랜드의 같은 제품이 중국에서 이미 판매 중임에도 한국에서 구입해야 안심할 수 있다는 그들의 판단이 과연 합리적인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심지어 해당 제품들은 한국에서 중국으로 건너오는 통관 과정에서 붙는 세금 때문에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 중국인들은 이를 알고 있으면서도 부탁을 멈추지 않는다.

한국에서 가져오는 수입품에 더 신뢰를 가지는 이들의 심리는 과연 무엇일까.

이들은 한국이나 일본 등을 통해 들여오는 수입품의 경우 그 나라 정부의 엄격한 세관 정책과 통관 절차에 따라 품질과 안정성이 입증됐다고 믿는다. 반면 중국에서 유통되는 해외 브랜드의 수입품 가운데 상당수는 생산일자와 유통 기한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가 빈번해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세관과 통관 절차를 전혀 믿을 수 없다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이 때문에 수입품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중국 쇼핑몰과 백화점에서는 유통기한이 많이 남은 제품혹은 최근 생산된 생산일자의 제품이라는 문구가 붙은 상품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생산일자가 최근으로 표기된 제품은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이상한 점은 유통 기한이 임박한 제품들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 대체로 우리나라에서는 떨이개념으로 가격이 낮게 책정된 제품을 흔히 볼 수 있는 데 반해 중국에서는 그렇지 않다.

유통 기한을 속인 가짜 화장품을 사용한 뒤 피부병을 얻게 된 중국인 여성. (사진: 웨이보)

중국 소비자들은 해당 제품들이 폐기되는 것이 아니라 판매처에서 생산일자 또는 유통 기한이 명기된 부분을 조작하는 것으로 추측한다. 이처럼 조작된 제품들이 주로 중국 최대 쇼핑 기간인 광군절(光棍節·1111)폭탄 세일또는 저가 제품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돼 나간다는 의혹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1111일 프랑스의 유명 브랜드 화장품을 주문한 중국인 동모 씨(·28)는 택배 상자를 열어 제품을 확인한 후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1+1’ 행사로 화장품을 저렴하게 구매했는데, 실제 화장품 용기 안에는 그가 주문한 것이 아닌 베이비 로션이 들어있었던 것.

폐용기를 재활용해 소비자를 기만한 해당 업체는 행사가 끝난 직후 온라인 유통 채널에서 돌연 종적을 감췄다. 이 채널에서 탈퇴할 경우 소비자는 해당 업체를 다시 찾거나 항의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시중에 유통되는 가짜 화장품의 피해를 입었다는 한 남성의 사례. (사진: 웨이보)
시중에 유통되는 가짜 화장품의 피해를 입었다는 한 남성의 사례. (사진: 웨이보)

중국 온라인에서는 소비자가 자신이 구매한 제품 겉표지의 유통 기한을 손으로 문질렀더니 가짜 유통 기한이 벗겨져 나갔다는 제보도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 이 같은 문제는 쉽게 공론화되거나 판매처에게 크게 항의하는 분위기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해당 판매처에서 더 이상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뿐.

대신 중국 소비자들은 해마다 비싼 경비를 들여 쇼핑 여행을 떠나거나 보따리상을 통해 해외에서 물건을 직접 들여오는 방법을 택한다.

따이공(代工)’으로 불리는 이 보따리상은 이미 중국에서 보편화된 투잡의 한 형태다. 한 집 건너 한 집마다 따이공을 한다고 할 정도로 많은 이들이 무역 보부상으로 뛰고 있다.

이는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현저히 낮은 중국의 특성상 자연스러운 일이다. 중국인들의 머릿속에는 전혀 일면식이 없는 사이가 아닌 친척, 친구, 이웃이라면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다는 심리도 깔려 있다.

결국은 신뢰의 문제다. 국민은 국가를 믿지 못하고 국가는 국민에게 신뢰감을 심어주지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따이공은 신뢰 상실의 시대를 겪고 있는 중국에서 나타난 돌연변이 유통 채널이고,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불편함이나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다. 신뢰가 없지만 신뢰가 절실하지도 않은, 중국은 그런 나라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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