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투어 사무실에서 우연히 한 장의 사진을 보았다. 사진 속에는 코끼리 트래킹을 즐기는 백인 관광객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잇몸 웃음에 마음을 빼앗긴 엄마와 나는 짚라인 티켓을 끊는 대신 코끼리 트래킹을 예약해버렸다.
황홀한 상상을 하면서 도착한 트래킹 지역. 그곳에서 우리가 목격한 것은, 코끼리 학대의 현장이었다. 코끼리들은 낫으로 머리를 콕콕 찍히며 같은 길을 수십 번씩 걷고 있었다. 얼마나 배가 고팠으면 한 걸음 걷다가 수풀에서 먹을 것을 찾고, 두 걸음 떼다가 또 먹을 것을 찾았을까. 관광객의 가방과 다리를 샅샅이 뒤지며 밥 달라고 울부짖는 코끼리들을 보면서 편안한 마음으로 코끼리 등에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기본 관리도 안 되어 보였던 코끼리들의 보금자리. 동물 학대에 가담했다는 죄책감이 쉽사리 떨쳐지지 않았다.
우리를 아연실색하게 만든 것은 쇠사슬에 묶인 아기 코끼리였다. 가이드가 포토 존이라며 가리킨 강 건너편에는 아기 코끼리 한 마리가 있었는데, 발에 쇠사슬이 묶여 있었다.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 갇힌 아기 코끼리가 할 수 있는 건, 겨우 앉았다 일어서는 것 정도일 것 같았다. 아기 코끼리에겐 최소한의 자유도 없어 보였다. 일 분이라도 빨리 코끼리 트래킹을 그만두고 싶었다.
다음날, 빠이 행 버스를 예약하러 다시 투어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번에는 사진 속 코끼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코끼리는 우울한 표정을 지으며 애원하는 것 같았다. ‘살려 주세요. 제발 이곳에서 꺼내 주세요.’ 어제 본 코끼리들의 슬픈 눈동자가 눈앞에 아른거렸다. 앞으로는 동물을 이용한 관광은 하지 말자고 몇 번이나 다짐했다. 내가 그런다고 당장 동물들이 자유를 찾는 건 아니겠지만. 더 이상 동물들의 슬픈 눈을 보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서둘러 빠이 행 티켓을 끊고 씁쓸했던 코끼리의 도시 치앙마이를 떠났다.
이 콘텐츠는 첫눈출판사에서 출간한 책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의 내용을 재가공한 것입니다. 키만소리 작가와 책에 대해 더욱 궁금하신 독자분들은 첫눈출판사 브런치로 방문해 주세요.
프리랜서 피처 에디터. 카카오 브런치에 '엄마야 마음 단디 먹고 배낭 메라'라는 제목으로 여행 웹툰 에세이를 연재해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