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직 상실: 그놈의 금배지가 뭐길래
의원직 상실: 그놈의 금배지가 뭐길래
2018.02.11 23:04 by 이창희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입니다. 선거에서 지역구 주민들의 지지를 받아 8, 12년 혹은 그 이상까지 의정 활동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불미스러운 일로 4년을 채우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땅에서 300명만이 가질 수 있는, 그래서 그들이 목숨 거는 금배지의 몰락을 소개합니다.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지름 1.6㎝, 무게 6g의 배지. 금배지라 불리지만 사실 성분의 99%는 은이다. 금은 표면 도금 과정에 들어가는 0.2g에 불과하다.
국회의원에게 지급되는 지름 1.6㎝, 무게 6g의 배지. 금배지라 불리지만 사실 성분의 99%는 은이다. 금은 표면 도금 과정에 들어가는 0.2g에 불과하다.

잘못에도 기준이 있고 한도가 있다

국회의원도 불법을 저지르거나 검은 돈을 받으면 법의 심판을 받게 된다. 하지만 형사 입건과 법원의 유죄 판결이 곧 의원직 상실을 의미하는 걸까?

#사례 1

보좌관의 일 처리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A의원. 화를 참지 못하고 손찌검을 했다 폭행죄로 기소돼 200만원의 벌금을 내게 됐다. 항소를 통해 대법원까지 갔지만 원심이 확정됐다.

#사례 2

치열한 선거를 치르고 당선된 B의원. 선거 과정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비방을 했다 허위사실 유포죄가 적용됐고, 징역형은 면했지만 벌금 100만원이 선고됐다. 대법원 상고심에서도 원심은 바뀌지 않았다.

#사례 3

재선에 성공한 C의원. 선거 기간 동안 자신의 회계를 맡아준 책임자가 용처가 불분명한 자금 내역을 숨겼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 책임자는 대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누가 금배지 대신 쇠고랑을 찰 것인가.
누가 금배지 대신 쇠고랑을 찰 것인가.

위의 3명 중 직을 잃은 의원은 누구일까? 정답은 B의원과 C의원 2명이다. 왜 그럴까. 그 비밀은 공직선거법에 숨어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따르면 의원 본인이 금고(징역)형 혹은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 의원직을 잃게 된다. 징역은 변명의 여지가 없으나 벌금 100만원 이상에는 전제가 붙는다. 바로 공직선거법으로 인한 벌금에만 해당된다는 것.

폭행을 저질러 2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졌음에도 무사한 A의원과 허위사실 유포로 100만원을 선고받아 직을 상실한 B의원의 사례를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C의원의 경우 공직선거법의 또 다른 항목이 적용된 사례다. 직계 존·비속이나 배우자, 또는 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가 금고형 혹은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에 처해질 경우 해당 의원이 직을 상실한다.

물러나거나 쫓겨나거나 혹은 사라지거나

물론 법원의 판결로 인해서만 금배지가 날아가는 것은 아니다. 의원이 개인적인 사유로 사퇴를 선언할 수도 있고, 국회 차원의 징계로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다. 흔한 사례는 아니지만 정당이 해산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2014년 지방선거 출마를 앞두고 의원직을 사퇴한 정몽준 당시 서울시장 후보. 결과는 낙선. 그렇게 한번 던진 금배지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2014년 지방선거 출마를 앞두고 의원직을 사퇴한 정몽준 당시 서울시장 후보. 결과는 낙선. 그렇게 한번 던진 금배지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의원직 사퇴는 도지사나 시장 등 자치단체장 선거에 도전하는 의원들이 주로 선택한다. 이 경우 선거일 기준으로 90일 전까지가 사퇴 시한이다. 참고로 대통령 선거에 나가는 경우는 예외다. 또한 장관으로 임명되는 경우도 겸직이 가능해 사퇴할 의무는 없다.

의원으로서의 자격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국회에서의 의결을 통해 의원직을 박탈하기도 한다. 국회 윤리위원회 회부 후 표결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 재적의원 2/3 이상의 찬성이 있으면 제명하는 절차다.

이렇게 국회가 제명을 선언할 수도 있다.
이렇게 국회가 제명을 선언할 수도 있다.

정당 해산은 지난 2013년 통합진보당의 경우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정부가 청구한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및 정당활동 정지 가처분신청 사건에서 인용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5명의 소속 의원 전원이 직을 상실했다.

지역구 의원이 아닌 정당 비례대표로 선출된 의원은 당적을 변경하거나 이탈할 경우 의원직을 잃는다. , 당의 결정에 따라 제명이 되는 경우는 무소속으로 변경되며 이후 다른 당으로의 입당이 가능하다.

정치혐오는 그들 스스로가 만든다

그렇게 국회 회기 4년 동안 적잖은 의원들이 직을 잃곤 한다. 21세기 이후로만 살펴봐도 2000년 출범한 16대 국회에서 12명을 시작으로 17대 국회 18, 18대 국회 20, 19대 국회 22명 등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는 중이다. 지난해 5월 출범해 10개월째를 맞은 20대 국회의 경우 현재까지 6명의 의원이 직을 상실했다. 그 중 5명이 비리로 인한 결과다. 전임 국회와 비교했을 때 뒤처지지 않는 수준이다.

사실 이는 최소로 집계된 수치다. 기소에 따른 1심 재판에서 혐의를 바로 인정하는 의원은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서다. 대부분이 항소와 상고를 거쳐 대법원까지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형사소송이 보통 16개월, 23개월, 33개월 가량 소요되지만 늘어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재판 도중에 임기가 만료되기도 하는 이유다. 정기국회와 임시국회 등 회기 동안에는 불체포특권이 발동돼 법정 구속도 면할 수 있다. 심지어 재판을 받는 기간에도 세비는 중단 없이 지급된다.

그들은 변할 수 있을까. 과연.
그들은 변할 수 있을까.

국회의원이 직을 상실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직업을 잃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에게 표를 던진 수천 수만명 유권자들은 그 이상을 잃는다. 지역 발전을 위한 사업이나 계획은 중단 혹은 폐기될 수밖에 없어 혼란이 불가피하다. 일관성을 잃은 정책은 표류하고 또 다른 대표자를 뽑기 위한 비용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단 한 번도 심각성을 깨닫거나 민심에 공감하지 못했다. 구속된 의원에게 세비 지급을 중단하는 법안이 국회에 수차례 발의됐음에도 의결은커녕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소속 의원의 구속을 막기 위해 임시국회 일정을 질질 끄는 방탄국회또한 여전한 행태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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