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대국의 도둑 ‘클라스’
차이나는 대국의 도둑 ‘클라스’
2018.02.13 17:57 by 제인린(Jane lin)

세계 어느 나라를 가나 ‘견물생심’을 핑계로 남의 물건을 훔치는 이들은 존재합니다. 이들이 훔치는 것의 종류와 크기는 실로 다양합니다. 그런데 그 도둑질의 스케일은 땅덩이 크기와도 관련이 없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천민자본주의가 ‘의적’을 운운하는 나라. 중국입니다.

(사진: 바이두)

 

| 他们说 , 그들의 시선

국내 포털사이트에 ‘중국 여행’, ‘중국 유학’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뜨는 관련 검색어가 있다. 그것은 바로 ‘중국에서의 주의 사항’. 그 주의 사항 중에서도 가장 위험성이 높은 것은 단연 ‘도난’이다.

중국 내 노트북, 스마트폰 등 값비싼 제품의 분실 사례와 함께 이 물건들을 소지할 때 반드시 자신의 지척에 두고 이용할 것을 강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중국 유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베이징에서 어학연수를 했던 어느 학생이 직접 쓴 후기가 큰 관심을 모았다.

“백팩을 메고 오토바이를 탄 그날을 잊을 수 없다. 차가 막히던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 나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가 백팩을 열고 아이패드와 노트북, 휴대폰, 지갑 등을 가져갔다. 뻔히 주인이 있는 대로 물건을 훔쳐 달아나는 것을 보고 중국에 대한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중국은 여행이나 유학을 하기에 위험한 지역이다.”

(사진: 바이두)

 

| 她说, 그녀의 시선

불과 몇 주 전 필자가 겪었던 일도 위 사례 못지않게 황당하다. 베이징에서 후난성으로 이사를 한 직후 인터넷 회선 설치를 주문했다 겪은 사연이다.

중국의 방식대로 1년 치 요금을 완납하니 설비 기사가 방문해 선을 연결했다. 그런데 정상적이던 인터넷 속도가 며칠 지나지 않아 갈수록 느려지기 시작했다. 여러 응급 처치를 시도해 봤으나 결국은 익스플로러 하나 열기도 어려운 상태가 됐다.

이를 이상히 여겨 AS를 불러 알아본 결과는 놀라웠다. 이웃집 4곳에서 필자의 인터넷 광선을 몰래 연결해 무단으로 사용해오고 있었던 것이다. 인터넷 요금을 지불하기 싫은 이들의 꼼수였다.

AS기사와 함께 아파트 30층 로비에 설치된 인터넷 중앙제어장치를 확인했다. 이 장치에는 최초 설치 당시에는 볼 수 없었던 흉물스러운 전선들이 뒤엉켜있었다. 마치 숙주를 빨아먹는 기생충들 같았다. 이 전선들을 제거하자 인터넷 속도는 곧바로 회복됐다.

(사진: 바이두)

그렇게 마음을 놓고 지낸 지 불과 몇 주. 다시 문제가 터졌다. 이번에는 속도 저하가 아니라 아예 인터넷이 끊겨버린 것. 다시 AS기사를 호출했다.

이번엔 더욱 충격적인 사실과 맞닥뜨려야 했다. 지난번처럼 ‘새끼’를 친 것이 아니라 숫제 회선을 끊어 버젓이 자신의 집으로 연결해놓은 것이다. 최근 필자의 앞집으로 이사 온, 평소 살갑게 인사를 건네던 이웃이 범인이었다. 이런 내막도 모르고 낡은 노트북을 탓하며 수리점을 들락거렸던 지난 며칠을 떠올리니 분노를 참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분한 마음에 이들을 공안국에 신고를 할까도 생각했으나 이내 포기했다. 중국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치안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를 기대하는 것은 헛된 희망임을 그간의 경험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저 그들이 연결한 인터넷 선을 다시 잘라내 복구하는 것으로 마무리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인터넷 도둑’의 진상을 잘 알게 됐다는 것이 소득이라면 소득이다. 조금만 알아봤음에도 필자가 겪은 일은 이미 중국에서 부지기수로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오죽하면 대학 기숙사 같은 공공시설에서는 인터넷 회선을 관리하는 기기에 박스를 씌우고 자물쇠를 채우는 것이 일반화된 상태다.

비슷한 사례로 한국에서도 ‘와이파이 도둑’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상점 주변에서 몰래 와이파이를 연결해 사용하는 이들로 속도가 떨어지자 이를 막기 위해 업주들이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변경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중국인들의 행태와 비교하면 귀여운 수준이다. 역시 대국의 도둑은 스케일이 다르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는 상식을 넘어서는 파격적인 할인율을 내세워 제품을 판매하는 상점이 문을 열었다. 기존 제품과 비교해 최소 30%, 많게는 50% 이상 저렴한 가격을 매겨 소비자들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 상점의 주인인 3명의 20대 청년들은 어느 날 불시에 출동한 공안들에 의해 체포·연행됐다. 알고 보니 이 상점에 진열된 제품들은 인근 대형마트 등에서 이들이 몰래 훔친 장물이었던 것. 공안국은 이들을 엄하게 처벌할 뜻을 나타냈지만 주민들은 오히려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값비싼 물건을 훔쳐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 이들의 행위를 두고 ‘의적’이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훔친 물건으로 상점을 운영한 도둑 청년들에 대한 사건이 담긴 언론보도영상. (사진: 칸칸신원왕·看看新闻网)

이처럼 중국에도 바늘도둑부터 소도둑까지 다양한 도둑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더욱 극심해진 절도 행태의 원인이 단지 중국인들의 도덕 불감증 때문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최근 출간돼 큰 호응과 공감을 얻고 있는 소설이 하나 있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신종 도둑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북경에 사는 도둑(我在北京當小偸)’이 그것. 부조리한 시대, 베이징이라는 대도시에서 도둑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과 중국 사회 전반의 타락과 부패 등을 꼬집는 블랙 코미디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도둑들은 일자리를 찾아 대도시로 상경했지만 치솟는 물가와 집값을 감당하지 못해 각종 물건을 훔친다. 당연하게도 지탄의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이들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더 큰 도둑질을 하는 부패한 자들로 묘사된다.

도둑질을 하지 않고서는 생계를 이어갈 수 없는 소설 속 ‘장발장’들. 이들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착취와 강탈로 이룩된 현재 중국 대도시의 그늘진 모습을 투영한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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