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창업 4대 천왕의 쓸쓸한 퇴장
중국 창업 4대 천왕의 쓸쓸한 퇴장
2018.02.13 19:20 by 제인린(Jane lin)

 

누군가 죽었다. 그리고 그 죽음은 언론사 ‘단신’으로 취급되어 대중들에게 알려졌다. 바로 ‘마오칸칸(茅侃侃)’ 회장의 죽음이었다. 한때 그는 중국 국영 방송 CCTV가 꼽은 성공한 20대 창업자로 이름을 알렸다. ‘성공한 창업자’이자 ‘잘나가는 사업가’로 20대 청년들의 본보기로 꼽혔던 그. 그런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세간에 알려졌던 그의 성공적인 삶 이면에는 어떤 사연이 숨겨져 있었던 걸까. 성공한 창업자 천국이라는 허울에 가려진 중국의 진짜 현실은 뭘까.

 

| 2017년 일평균 1만 6600곳 스타트업이 생겨나는 나라

지난 한 해 중국에서는 일평균 1만 6600곳의 신생 기업이 생겨난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중국 유력 언론사 ‘시나닷컴(sina.com)’은 공산총국 집계 결과를 인용, ‘지난해 중국에서 신규 기업으로 등록 완료한 업체 수는 총 607만 4000곳이며, 이는 하루 평균 약 1만 6600곳의 기업이 생겨난 수준이다’고 보도했다. 해당 수치는 중국 역사상 최대치다.

청년 창업가에게 창업에 대한 준비 완성도를 묻는 홍보 광고문. (사진:웨이보)

현재 중국의 창업자와 창업 기업의 수는 지난 2015년 무렵 중국 정부가 ‘청년 창업가 양성’ 정책을 실시한 이래 일 년 만에 약 16% 이상 증가한 수준이다. 이런 성장세에는 중국 정부도 톡톡히 한 몫을 했다. 일례로 중국 정부는 ‘법인 등록제도의 개혁이 성공을 거뒀다’는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일명 ‘상사등록제도’로 불리는 중국의 법인 등록과정은 예전에 비해 수월해졌다. 과거엔 일정한 자본을 갖췄는지 여부에 대한 증명 자료가 반드시 요구됐던 반면, 개혁 이후엔 일체의 자료 수반 과정 없이도 법인 등록을 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개혁 의지에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중국 현지인들 사이에선 “정부의 지나친 띄어주기식 창업 정책으로 중국이 마치 창업자들의 천국처럼 보이고 있으나 실상은 창업자를 자살로 몰아가는 분위기”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과연, 성공한 창업자라던 마오칸칸의 죽음이 내포하는 의미는 무엇일까.

 

| 21세에 첫 창업 성공…CCTV가 뽑은 성공한 창업가

지난달 23일, 마오칸칸 회장은 자신의 SNS에 ‘나는 당신들을 사랑하며, 어떠한 것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모든 사건에 대해서 존중합니다’라는 짧은 문장을 남기고 이튿날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35세에 불과한 나이였다.

최근 사망한 마오칸칸 회장의 생전 모습.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현지 언론들은 그의 죽음을 단신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인터넷 상에서는 그의 죽음과 관련해 온갖 무수한 추측과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지난 수 년 동안 청년 창업가 키우기 정책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런 상황에서 젊은 나이에 창업에 성공했던 마오 회장의 죽음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가 가졌던 사회적인 지위가 곧 ‘창업자 천국’이라는 중국의 이미지와 동일했기 때문이다.

마오 회장은 이미 중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세를 얻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 2004년 21세 나이로 게임 전문 온라인 업체 ‘마조이(MaJoy)’를 설립해 첫 창업에 성공했다. 중국 정부와 합작으로 설립한 회사였다. 일명 ‘버라이어티 게임 회사’라고 불리던 ‘마조이’의 초기 자본금은 3억 위안(한화 약 513억원) 규모. 이 가운데 약 20%의 지분을 마오 회장이 소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010년 무렵 기업 임원진이 모두 퇴임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퇴임을 주도했던 임원 중 한 명은 마오 회장이 ‘1인 황제 군림’식 경영을 해왔다며 강도 높은 비난을 했다.

마오 회장이 숨친 채 발견된 자택. (사진: 웨이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오 회장의 성공가도는 한 동안 지속되는 듯 보였다. 특히 의료용 어플리케이션, 교통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앱 등은 출시와 동시에 큰 호평을 얻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완자 기업과 합작으로 문을 연 e-스포츠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속적인 경영난에 허덕였고 급기야는 지난해 11월 파산 신청을 했다. 파산 사유를 묻는 언론의 질문에 대해 마오 회장 측은 ‘직원 월급 체납 문제’ 등을 꼽은 바 있다. 완자 그룹 측은 이 같은 경영난의 가장 큰 원인으로 ‘고금리 자본에 회사가 잠식됐다’고 밝혔다.

마오 회장이 운영했던 기업 사무실의 문이 굳게 잠겨 있다. (사진: 웨이보)

완자 그룹 측이 밝힌 고금리 자본 문제는 이렇다. 당시 마오 회장은 자본난에 시달리던 e-스포츠에 고금리 대출이라는 위험한 금융을 활용해서라도 회사를 살리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오히려 업계 내에서 e-스포츠가 파산 중이라는 소문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이어 끝없이 이어지는 주가하락, 역외 협상 무산, 자금 사슬의 차단, 피할 수 없는 자금난 등의 악순환이 이어졌다.

이와 함께 지난 2004년 마오 회장과 함께 당시 4대 청년 창업가로 군림했던 또 다른 창업가들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금으로부터 약 15년 전, 중국 국영 방송 CCTV가 꼽은 성공한 청년 창업가 4인에는 고인이 된 마오 회장을 포함, ‘PCPOP’의 CEO 리샹, ‘Comsenz’의 설립자 다이즈캉, ‘Mysee’의 CEO 가오란 등이 꼽혔다. 당시 이들의 창업 성공 사례는 현지 유명 언론은 물론 한국, 일본 등의 언론에까지 알려지며 큰 유명세를 치른 바 있다.

현재는 거취를 알 수 없는 한때 잘나가던 소위 4대 청년 창업가의 모습. (사진: 바이두 이미지 DB)

이들이 ‘성공한 창업가’라는 호칭을 얻었던 2004년 무렵, 이들의 나이는 23~25세에 불과했다. 특히 전자제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인터넷 쇼핑몰 PCPOP의 창업자 리샹은 나이 25세에 약 1억 위안의 자산을 가진 부호로 이름을 알렸다. ‘Mysee’의 CEO 가오란은 대학 진학 대신 창업 전선에 뛰어들며, 중국판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연상케 한다는 호평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현재 마오 회장을 비롯한 일명 4대 청년 창업가의 거취는 공개된 바가 없다. 이들이 키웠던 업체들은 도산 또는 파산했거나 타 기업과의 합병 과정에서 그 명칭을 변경했다. 과거 성공한 청년 창업 기업이라는 명성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현지 언론들은 이들의 거취에 대해 ‘최근 사망한 마오 회장이 해당 업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남아 활동한 사례다. 마오 회장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의 창업자와 그들이 설립했던 기업들은 그 후 자취를 감췄다’고 보도했다.

마오 회장 측의 한 인사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등진 그의 죽음은 80년생, 90년생 젊은 세대의 창업가가 겪고 있는 모든 고민과 스트레스가 얼마나 무겁고 막중한지를 보여준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섹션별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