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의 한 초등학교 앞 건널목. 5㎡ 넓이의 길바닥이 샛노랗다. 한 눈에도 눈에 확 뜨일 정도다. 그 위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신호를 기다린다. 이곳을 무심히 지나던 차량 운전자는 본능적으로 속도를 줄이고, 아이들은 자신이 안전한 곳에 머물고 있다는 안도감을 가진다. 그렇게 학교 앞은 안전사고 프리존이 됐다.
|글로벌 트렌드가 된 ‘안전’, 지역에서 싹트는 사회공헌
위 사례는 글로벌 디스플레이 전문 제조사인 LG디스플레이 구미공장(이하 LG디스플레이)의 사회공헌 사업 ‘옐로카펫’ 프로젝트다. 옐로카펫은 등하교길 어린이 안전을 위해 횡단보도 양쪽 보행자 대기선에 마련된 노란색 공간이다. 지난해 구미 소재 초등학교 현장 답사를 통해 안전도가 떨어지는 6곳에 우선 설치됐다.
당초 LG디스플레이가 이 계획을 내놨을 때 일선 학교와 학부모들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미 기존의 어린이 보호구역이 설치돼 있어 옐로카펫의 효과에 반신반의했던 것. 하지만 실제 옐로카펫으로 인한 안전효과를 직접 경험하고 난 뒤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단순히 계도에 중점을 둔 스쿨존과 달리 옐로카펫은 운전자의 시야에 노란색을 강하게 인지시켜 속도저하를 유도하는 것이 실제로 증명됐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상반기 구체적인 현황을 파악하고 효과를 분석해 추가 설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아이들의 안전이 걸려있는 만큼 중단 없이 추진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기피하는 출산과 육아, 구미에서라면 OK!
“구미에는 젊은 근로자들이 많고, 그들의 자녀들도 많습니다. 전체 인구 중 아동·청소년 비율이 23%를 차지할 정도죠.”(LG디스플레이 구미대외협력팀 김소라 선임)
수많은 기업과 공장이 위치해 있는 도시 구미.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은 30대 중반으로, 젊은이와 아이들이 많은 생기 넘치는 도시다. 올해로 입주 42년째를 맞고 있는 LG디스플레이사회공헌 활동도 자연스레 여기에 맞춰졌다. 이들이 사회공헌의 슬로건을 ‘젊은 꿈을 키우는 사랑’으로 명명한 이유다.
이를 잘 설명해주는 활동 중 하나가 ‘희망의 도시락’이다. 지역 내 저소득층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급식을 먹을 수 없는 방학 기간에 점심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지난해부터 LG디스플레이와 국제구호개발 NGO 굿네이버스 경북서부지부가 함께 진행해오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임직원들과 굿네이버스 경북서부지부 관계자들이 직접 학교를 찾아 아이들과 함께 도시락을 만들어 전달하는 방식. 지역 내에선 “방학 중 방임 가능성이 있는 위기가정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아동들을 대상으로 아동위험상황극을 선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LG디스플레이 직원들이 직접 선보인 무대라 애착이 더욱 강하다. 사내의 한 관계자는 “근무 외 시간에 짬을 내 상황극 연습에 구슬땀을 흘렸다”고 귀띔했다.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을 위한 프로그램도 있다. ‘LG드림페스티벌’은 이미 17회를 맞은 장수 프로그램. 청소년 문화의 저변 확대와 지역사회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청소년이 직접 공연에 참여해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무대가 매년 성황리에 펼쳐지고 있다. 구미출신으로 소문난 그룹 god의 김태우, 10cm의 권정열, 가수 황치열 등이 모두 LG드림페스티벌 출신이다.
김소라 선임은 “LG드림페스티벌의 가장 큰 의미는 수도권에 비해 문화적 기회가 적은 구미의 청소년들에게 기회와 경험의 장을 제공한다는 것”이라며 “아동‧청소년의 신체‧정신적 건강과 안전은 미래 인재육성을 위해 가장 선행돼야 할 것이란 믿음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상이 된 사회공헌, 일부 아닌 전체의 몫
지난해 LG디스플레이 구미 공장 직원식당엔 커다란 단말기 한 대가 설치됐다. 직원들이 자신의 ID카드를 갖다 대면 1000원씩 자동 기부되도록 하는 모금 시스템이다. 단말기 화면에 구미 지역 위기가정 아동들의 사례와 이미지가 띄워져 있는데, 직원들은 식사를 위해 오가는 길에 자발적으로 기부에 참여한다. 간편하게 기부할 수 있다는 편의성과 함께 지역 아동들을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기업이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건 이제 일반적인 형태가 됐다. 많은 기업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힘을 쏟고, 지역의 그늘진 부분을 해소하기 위해 고민한다. 하지만 LG디스플레이의 사회공헌은 한 차원 진일보한 모습이다. 앞선 모금 단말기의 사례처럼, 사회공헌을 일상 생활화했다는 점, 사내 모든 임직원들이 함께 해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80%를 훌쩍 상회하는 직원들의 사회공헌 참여율이 이를 증명한다. 이들은 모두 한 가지 목표를 품고 있다. 지역의 거점기업으로서 젊은 구미를 보다 밝게 만들어나가데 일조하겠다는 다짐이다.
“저희가 하는 사회공헌 활동을 콕 집어 말씀드리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만 저희는 쉬지 않고 고민하고 있고, 움직이고 있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저희의 활동 자체가 아니라, 지역사회에 얼마나 어떻게 기여하고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여부겠죠.”(김소라 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