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위와 권력을 가진 이들이 사회적·상대적 약자에게 행하는 성적 희롱과 추행 혹은 폭행. 좀처럼 근절되지 못하고 있는 범죄 행위를 참다못한 약자들이 드디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태풍이 될지 돌풍이 될지 모르겠으나 일단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것은 사회가 제대로 된 방향성을 찾기 시작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모든 나라가 그러한 것은 아닙니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곳 또한 있습니다.
他们说, 그들의 시선
최근 홍콩 국제공항에서는 도주 중이던 76세의 용의자가 잠복 중인 공안에 붙잡혔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 여자 육상팀 감독으로 활동해온 그의 혐의는 여자 선수들에 대한 지속적인 성폭행.
그는 선수들을 지도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부터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선수들과 강제로 성관계를 가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근육통 해소 등을 구실로 선수들 몸에 손을 댔으며, 피해자의 나이가 13~14세에 불과한 경우도 있었다.
당시 두려움이 컸던 어린 선수들은 제대로 저항하거나 외부로 이를 폭로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에 이르러 자신들의 SNS를 통해 피해 사례를 공개하면서 그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한국에서 강하게 불고 있는 ‘미투(me too)’의 바람. 중국에서도 일기 시작한 걸까.
她说, 그녀의 시선
공안에 붙잡힌 해당 감독은 자신이 연루된 성추문 사건에 대해 당시 정신박약 혹은 약물 중독 상태의 범죄라는 점을 강조했다. 자신이 환자임을 주장하고 치료의 필요성을 호소한 것이다. 그는 공안 조사와 병원 치료를 번갈아 받다 결국 보석으로 풀려났다. 피해자는 있어도 가해자는 없는, 최악의 결과로 마무리됐다.
필자와 가까운 이의 사례도 있다. 중국 유명 언론사의 기자로 활동했던 중국인 양모 씨(28·여). 그는 어느 날 저녁 한 술자리에 참석했다 잊지 못할 수치스러움을 경험해야 했다.
선배 기자 및 출입처 관계자들과의 이날 술자리는 노래방으로 이어졌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40대가 다 된 선배 기자는 양씨에게 출입처 직원과의 신체적 접촉이 많은 춤이나 스킨십을 강요했다. 거부하는 양씨를 힘으로 누르기도 했다. 기자로서의 ‘출입처 관리’에 여자 후배를 이용한 셈이다.
양씨는 현장에서 크게 반발한 뒤 장소를 떠났으나 당시의 치욕스러운 감정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려야 했다. 회사에서도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당 선배 기자의 사과를 요구했으나 듣지 못했다. 오히려 자신이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으로 치부됐다. 부장과 국장 등 윗선에서는 사건이 커지거나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데 급급했다.
무엇보다도 사측에서 내세운 ‘여성 기자는 기자일 뿐 여성이 아니다’라는 해괴한 논리는 결정타가 됐다. 결국 언론계를 떠난 양씨는 현재 대학에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성추문 문제는 비단 언론계 뿐만 아니라 학계, 체육계 등 위계질서와 상하관계가 뚜렷한 곳이라면 어디에나 발생한다.
특히 학교의 경우 논문 심사 및 통과 등의 실권을 가진 교수와 이를 꼭 성취해야 하는 학생 간 갑을관계가 형성되면서 성추문이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간다.
이는 대부분 대학원 진학 또는 석·박사 학위를 앞두고 벌어지는 것으로, 밀폐된 지도 교수 연구실에서 진행되는 상담 시 제자의 신체를 더듬거나 손을 잡는 등의 성추행부터 심각한 수준의 성폭행 사건이 일어나곤 한다.
학계에서 ‘학술적 성희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배경이다. 마카오대학교 사회과학과 교수진 연구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중국 15개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57%에 달하는 여대생들이 지도 교수 또는 상급 기관 관계자로부터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을 겪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형사 고발 조치된 경우는 13건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가해자는 자신이 저지른 성추행 사건에 대해 ’교양있는 성희롱‘이라고 명명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있다. 앞으로 누군가의 ’미투‘가 얼마나 더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큰 기대를 갖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곳 중국에서는.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