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 인증샷’ 담보로 대출을???
‘누드 인증샷’ 담보로 대출을???
2018.02.20 18:31 by 제인린(Jane lin)

 

밤새워 공부하는 학생들. 창업을 위해 매진하는 젊은이들. 중국의 캠퍼스는 꿈을 위한 열정의 장으로 소개되곤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높은 이율의 사채에 시달리는 청춘들이 있습니다. 끝없는 이기심을 가진 자본은 그들을 착취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정부는 그들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 他们说, 그들의 시선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서 통장을 개설하고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신분증만 지참하고 은행에 가면 외국인도 비자 기한이나 종류와 무관하게 통장과 신용카드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심지어 남의 명의로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젠 달라졌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선 통장 개설 시 상당히 상세한 개인 정보를 요구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다행히 중국인들은 이처럼 까다롭고 번거로운 절차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중국의 금융 사기와 고리대금 문제가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她说, 그녀의 시선

중국 인터넷 웹사이트 ‘즈후(知乎)’에서는 최근 자국 대학생들을 상대로 고리대금 피해 사례를 공모했다.

해당 사이트에는 고리대금업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수기가 수백 개나 올라왔다. 대학교 동기에게 소액을 빌렸다가 감당할 수 없는 높은 이자 탓에 1년 후 빚쟁이로 전락했다는 내용 등이 상세히 게재됐다.

실제로 간쑤성에 소재한 사범대학교 여학생 A씨는 같은 학교 학생인 B씨에게 학비와 용돈 명목으로 지난해 4만 위안(약 800만원)을 빌렸다. 하지만 시중 은행의 6배를 넘는 높은 이율로 인해 4만 위안의 빚은 6개월 만에 100만 위안(약 2억원)을 넘어서게 됐다.

A씨는 B씨에게 눈덩이처럼 불어난 금액을 낮춰줄 것을 요청했으나 B씨는 A씨로부터 받았던 나체 사진을 인터넷과 교내 게시판, 심지어 그녀의 부모님과 지인에게 공개할 것이라는 협박을 가했다.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한 A씨는 자살을 선택했다.

공안 당국의 수사 결과 B씨의 휴대폰에서는 같은 대학 여학생 167명의 누드 사진이 발견돼 충격을 줬다. 뿐만 아니라 이 휴대폰 속에는 B씨와 피해자들의 성관계 영상도 담겨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채를 사용하기 위해 ‘누드 인증샷’을 찍는 대학생들의 모습. (사진: 즈후망)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대학 내 고리대금업 사건을 대하는 중국 사회의 태도다. 해당 사건에 대한 보도 기사에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질타하는 댓글이 주를 이뤘다.

“머리가 너무 나쁜 것 아냐? 그 정도 학벌이면 고리대금 이자 정도는 계산할 줄 알아야지.”

“그렇게 가난하지도 않으면서 사채 빚을 왜 썼대?”

“교사가 되려는 사범대 학생들이 무슨 생각으로 사채를 끌어다 유흥비에 사용했을까?”

어쩌다 이 지경까지 됐을까… 악의 고리는 지금으로부터 10여 전인 2009년 무렵 시작됐다. 당시 중국 정부는 돌연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신용카드 발급을 허가했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대학생들에게 재학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를 발급하는 데 아무런 제한이 없도록 한 것이다.

이에 은행들은 앞 다퉈 대학생 모객에 뛰어들었다. 신용카드 발급 남발이 초래할 대학생 신용불량자 양산 우려에는 눈을 감았다. 오히려 학생들이 이를 활용해 자신의 신용을 관리하는 연습기회가 될 것이란 황당한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그로부터 7년 만인 2015년.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신용카드 발급은 갑자기 정지됐다. 중국 정부는 ‘대학생신용카드신청기준(大学生信用卡申请姿势)’을 공표하고 과거 신용카드 사용 가능 액수를 무제한으로 하는 은행 방침을 불법으로 규정했다. 동시에 신용으로만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을 학부생 1000위안(약 15만원), 석사과정 3000위안(45만원), 박사과정 5000위안(75만원) 등으로 구분해 상한선을 마련했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한도 무제한 신용카드 사용에 익숙해진 대학생들은 사채에 손을 뻗기 시작했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고리대금 업체들은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온라인 사이트에는 ‘무이자 대출’, ‘즉시 대출’ 등의 단어가 들어간 대부광고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 업체들은 대학생들이 주로 이용하는 모바일 결제 방식 등을 활용해 고객을 손쉽게 모집하고 있다.

대출을 받으려는 여성과 ‘나체 인증샷’을 요구하는 고리대금업자의 대화. (사진: 즈후망)

문제는 이들이 광고 내용과 달리 실제로는 대출의 대가로 부당한 명목의 각종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체납을 대비해 여성 고객에게는 누드 사진을, 남성 고객에게는 장기 포기각서 등의 계약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들은 누드 사진이나 각서 등이 대출금 회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는 대학생 및 20대 청년을 대상으로 한 고리대금업 규모가 무려 20조 위안(약 338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향후 2년 안에 중국 전체 GDP의 20%를 초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외관상으로 밝게 빛나는 중국 대학가는 고리대금업의 굴레에 빠져 안으로부터 썩어가고 있다. 이 같은 부패의 가속화를 부추기는 것은 학생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여기는 중국 금융 업계와 정부의 일관성 없는 정책이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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