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스러운 중국 사회에서 살아남은 여성들의 삶은 과거 그녀들의 모습과는 크게 변화하는 중입니다. 결혼과 임신, 출산 후 자녀 양육이라는 일반적인 모습의 가정을 꾸리는 대신 자기 자신을 최우선 가치로 두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죠. 비단 중국만의 일은 아니지만, 그 변화의 디테일이 사뭇 독특합니다.
他们说, 그들의 시선
20대 초반이던 10여년 전, 처음 중국을 여행할 당시 필자는 필자보다 더 앳된 얼굴의 여성들이 아이를 품에 안고 다니는 모습을 쉽게 목격하곤 했다.
당시만 해도 중국에서는 스무 살이 넘으면 결혼을 하고 임신과 출산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진학하는 대신 결혼을 선택하는 여성들이 많았던 탓이다.
실제로 당시 중국에는 ‘20대 초반에는 여성이 남성을 선택하고, 20대 중반에는 남성이 여성을 선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어린 나이에 결혼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여성들 중 상당수가 ‘결혼은 선택’이라는 서구적 마인드로 돌아섰다. 경제적인 이유에 이끌려 결혼하는 대신 여차하면 비혼주의자로 남겠다는 여성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她说, 그녀의 시선
베이징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 알고 지냈던 중국인 한 씨(36·여). 그녀는 한 차례 이혼 경험을 갖고 있는 인민대학교 역사학과 강사다. 자신 명의로 베이징 아파트 2채와 호텔식 레지던트 1채, 고가의 독일산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그녀의 아버지 역시 베이징 소재 유명 대학교 역사학과 전임교수이며 어머니는 대학 병원에서 근무하는 외과 전문의다. 외모 또한 크게 흠잡을 곳 없고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성격에도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하지만 그녀는 한 차례 이혼 이후 지금까지 다른 남성들과의 연애를 반복하면서도 재혼 상대만큼은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한국에서도 같은 이슈가 불붙은 지 오래다. 중국의 비혼주의자는 어떤 모습이고 어떻게 다를까.
첫 남편과 성격불화로 2년 만에 이혼을 결정한 그녀는 재혼을 통해 안락한 가정을 꾸리는 것을 계속해서 꿈꿔왔다. 경제적으로 윤택한 삶을 영위하고 있지만 그것을 넘어 내적인 만족을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한씨와 만난 남성들은 대부분은 그녀가 가진 경제적인 면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고, 그녀는 최근 재혼에 대한 환상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치 않게 비혼주의자의 삶을 살고 있는 또 다른 중국 여성 탕 씨(38세). 베이징의 초고층 빌딩에서 애견 2마리와 함께 일상을 보내고 있는 그녀는 해외 유학파 출신으로, 외국계 기업에서 프랑스어를 교육하는 프리랜서 강사다.
그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가족과 지인들이 주선하는 소개팅에 성실히 임했으나 올해부터는 인연을 만나는 것을 거의 포기했다. 마음이 어느 정도 맞는 것 같아 만났다가 그녀가 가진 물질적인 것들을 탐내는 남성들에게 실망하기 일쑤였기 때문.
한씨와 탕씨 모두 ‘좋은 남자’를 찾는 것에 이제 지쳐버렸다.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이 없는 그녀들은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는 ‘좋은 남자’를 만날 때까지 비혼주의자의 삶을 유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에서는 이 같은 여성의 수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결혼적령기 역시 크게 늦춰지면서 최근에는 중국 여성의 평균 결혼 나이가 26.8세라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상을 대도시 거주 여성으로 좁히면 이는 더욱 올라간다.
결혼에 미온적인 이들은 80년대 이후 출생한 고학력자·전문직 여성들이 대부분으로, 결혼 대신 대학원 입학이나 해외 유학 등을 선택하고 자기 개발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개인적인 공부를 마친 뒤에도 일반 회사의 정규직 대신 시간적으로 여유로운 삶이 보장되는 프리랜스 통역가, 대학 강사 등의 직업군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다. 외로움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반려 동물을 입양하고 이를 위해 큰돈을 지출하는 것에 부담이 없는 것 또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한 가지 특징이 더 추가됐다. 모바일 시대를 맞아 온라인 게임 속에서 남자친구와 연애하는 기분을 느끼려는 여성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상대방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거추장스럽고 감정 다툼에도 지친 이들은 게임 속 가상 남자친구를 선호한다.
가장 대표적인 모바일 게임은 ‘연여제작인(恋与制作人)’이다. 가상현실 속에 존재하는 4명의 남자와 여성 유저가 연애하는 기분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설정돼 있다. 게임 속 가상 남자친구는 유저에게 한결같이 따뜻하고 자상하다.
심지어 게임에 로그인하지 않는 경우에도 유선 전화나 문자, 메신저 등을 통해 안부를 물어주기까지 한다. 이쯤 되면 여성 유저들이 게임 속 가상 남성과 현실을 구분하기 어려울 지경이다.
해당 게임은 지난해 12월 첫 출시 이후 중국 앱스토어에서 한 달 동안 가장 많이 다운로드 된 애플리케이션으로 선정됐으며, 1월에만 무려 2억 위안(한화 약 343억 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대부분 20대 여성들의 지갑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집계됐다.
나아가 가상 남자친구의 생일축하 메시지를 고층 건물 옥외광고에 싣기 위해 무려 5000만원 이상을 소비한 여성 유저의 사연이 언론에 소개되기도 했다.
비혼주의자들이 고독감 해소의 통로로 이용하는 가상현실의 세계. 그 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하는 중국 여성들의 삶의 모습이 중국의 새로운 사회 현상으로 등장했다. 혹자는 비웃을 수도 있고 세태를 비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과연 나쁘기만 한 것일까. 한 가지 확실한 건 그녀들은 전통적인 여성상으로 돌아갈 마음이 조금도 없다는 사실이다.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