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고양시의 대리운전사
나는 고양시의 대리운전사
2018.03.20 17:45 by 이창희

바야흐로 지방선거의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전국 단위로 4000명에 가까운 선출직 공무원들을 뽑는 선거죠. 당연히 수많은 이들이 출사표를 던집니다. 더퍼스트에선 기성 언론이 주목하는 유력 후보 대신, 분명한 뜻을 품고 새롭게 도전하는 이들을 차례로 만나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룬 것보다 이룰 게 많은 사람들일 수도 있죠. 하지만 어떤 도전이든 의미가 없지 않으며, 이를 알리는 것 역시 무의미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퍼스트의 슬로건은 '당신의 시작, 우리의 동행'입니다.

금요일 밤, 기다리던 대리콜이 떴다. 확정 1만원. 목적지가 외진 곳이었고, 새벽 1시를 넘긴 시각이었다. 사실상 가격 후려치기였다. 받을지 말지를 한참 고민했다. 한 푼이 아쉬운 입장이라 받는 게 맞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런 터무니없는 가격의 콜을 누군가 받기 시작하면 상식 이하의 대리비가 당연하듯 여겨질 것이다. 기다렸다. 30분간 콜이 사라지지 않았다. 분명 다른 기사들도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었다. 결국 콜은 15000원으로 올라갔다. 연대의 힘이었다.

그렇게, 이 글의 주인공은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경기도의원 선거에 출사표를 던지게 된다.

신정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원 예비후보. (사진: 신정현 예비후보 캠프)
신정현 더불어민주당 경기도의원 예비후보.

모두는 그가 미쳤다고 했다

한국나이 38. 직업은 주간 백수, 야간 대리운전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정1·2동 선거구 도의원에 도전하는 신정현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의 짧지만 강렬한 약력이다. 그는 왜 한창의 나이에 낮에는 놀고 밤에는 다른 사람의 차를 운전하게 된 걸까.

그는 4년제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학사장교로 군복무를 마쳤다. 졸업과 함께 국내 굴지의 에너지 관련 대기업에 입사했고 주변의 인정을 받으며 나름 승승장구했다. 당시에 만났던 그는 잘 나가는 회사원이자 후배들의 롤모델인 선배였다.

그랬던 그가 갑자기 하루아침에 사표를 던진 시기는 2012. 느닷없이 정치를 하겠다고, 아니 더 구체적으로는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했다. 당시 민주통합당에서 19대 총선을 앞두고 공개 모집한 청년 비례대표에 도전장을 낸 것.

결과는 탈락. 나름 야심찬 도전이었던 만큼 후폭풍도 거셌다. 비운을 맛봤고, 현실 정치의 한계도 여실히 깨달았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때 그는 돌아갈 곳이 있었다. 그가 등진 회사는 그를 버리지 않았고, 다시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는 돌아가는 대신 지역사회로 뛰어들었다. 경기도 고양시 곳곳을 누비며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덤비고 봤다. ‘한 개인은 하나의 책이라는 개념을 살려 만든 사람도서관을 통해 건강한 개인주의와 공동체 의식이 공존할 수 있었고, 청년기본조례 제정을 위한 활동은 지역 청년들이 하나로 뭉치는 계기가 됐다. 이 같은 활동과 결과물이 신정현 만으로된 것은 아니지만 신정현 없이도될 것은 아니었다.

결국 그렇게 그가 하는 일 중에 소위 돈 되는 일은 대리운전 말고는 거의 없었다. 비빌 언덕도 없는 30대 청년이 경제 활동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것, 미래를 보장할 수 없는 의미만을 쫓는다는 것은 주변의 응원과 격려만으로 상쇄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아니었다.

 

도의원의 언어, 도지사의 구상

그런 그가 다시 정치에 도전한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무작정 쏟아부었던 지난날들이 오늘의 도전을 위한 사전 작업이었는지 여부는 그 스스로만이 알고 있다. 그의 진정성 여부를 시민들이 판단할 차례다.

지난 16일 고양시 화정동에서 만난 신 예비후보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자신만만했다. 당선 가능성이 아니라 자신이 마련한 구상과 공약에 대해서다.

특정 계층과 시간대에만 이용 가능한 지역 내 공공시설을 모든 이들이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시민활력공간 확대 및 지원’, 남북관계 발전에 따라 지역적 중요성이 높아진 고양시의 발전을 도모하는 경기북부 평화지대’, 사회적 약자와 차상위계층을 보듬는 예방복지제도사회수당 확대’, 미세먼지 문제 해결과 도시미관을 위한 거리숲 조성’, 투명한 관리비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공동주택관리 투명화등이 그의 구상이다.

하나하나 뜯어보면 지나치게 거창하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도의원이 아니라 도지사 후보가 내놓은 구상이라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다. 일개 도의원이 과연 이 모든 일을 맡아 해낼 수 있을까. 다소 회의적이다.

그럼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희박한 신뢰감이나마 앗아가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그의 흔들림 없는 눈빛과 확고한 육성이다. 도의원이라고 해서 지레 스스로 역할을 제한하고 자기검열에 빠질 이유가 없다는 것을 그의 태도가 강변하고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처럼 거대한 구상들이 역설적으로 냉정하고 뚜렷한 현실 인식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고양시 내에는 많은 공공시설이 있음에도 체계적이지 못한 행정적 관리로 인해 상당수가 놀고 있는공간이다. 남북·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상황에서 개성공단 재개는 시간문제이고 고양시의 정치경제적 역할이 커질 것은 자명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복지정책은 예산의 또 다른 기회비용을 제한하고 있으며, 사람이 아닌 자동차 친화적으로 조성된 고양시 도로에는 녹지공간이 절실하다.

모두가 정치하는 그날까지

그가 바라보는 대한민국 선거판은 그리 근사한 공간이 아니다. 적어도 청년과 지역활동가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정당은 청년 출마자에게 가산점을 부여하고 있지만 이를 밑천으로 유의미한 결과를 기대하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보여주기식의 미미한 가산점과 짧은 정당활동 경력만으로는 기존의 공고한 조직과 공천 시스템을 돌파하기 어렵다. 우리 편 선수를 한두 명 더 뛰게 해준다고 한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승리하기란 쉽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다.

그는 무엇보다도 지역에서 시민들과 마주하며 땀흘려온 이들이 정치 전면에 나설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한다. 지역 활동을 통한 성과가 아무리 크고 많아도 빈손으로 정치를 한다는 것은 꿈에 가깝다. 아무 것 아닌 것 같은 도의원 선거에 최소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선거자금이 우습게 들어간다는 건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실제로 인구 중 청년 비율은 25~30%인데 반해 전체 도의원 중 청년은 3%가 채 되지 않는다. 여전히 정치는 중장년 이상이 주도하는 영역이고 그들은 손에 쥔 기득권을 놓을 생각이 없다.

그래서 신 예비후보는 청년을 포함한 모든 시민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청년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에 우선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처럼 정치적 약자로 계속 남게 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디지털 문화에 능숙하고 소통에 민감하며 수평적 관계에 익숙한 지금의 청년 세대입니다. 이들이 가져올 효과는 시민과 정치의 거리를 좁히는 것이고, 그때 비로소 시민은 정치적 결정의 수혜자가 아닌 참여의 주체가 될 수 있습니다.”

정신없이 바쁜 선거운동 기간에도 그는 틈틈이 대리운전을 놓지 않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이 역시 그에게는 유권자와 만나는 소중한 시간이기 때문에서다. 그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을 받아 또 다른 운전대를 잡을 수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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