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술’
술의 맛과 재미를 찾는 주당들의 본격 ‘옛술’ 탐구생활
프롤로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술’
2018.03.29 15:07 by 이창희

우리 한민족은 예로부터 술을 사랑했다. 집집마다 빚은 술을 이웃과 나누며 울고 웃었던 역사가 자그마치 반만년이다. 발효, 증류, 지난한 기다림 끝에 만들어진 전통주는, 그 복잡한 제조법만큼이나 얽힌 스토리도 다양하다. 우리 민족이 가진 질곡의 역사를 살아서 증명하는 존재랄까. 이번 시리즈는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전국 각지의 전통주를 마셔보고 품평하는 별 수고롭지 않은 기획이다. 단연코 본 에디터가 취재를 빙자해 술을 마시기 위한 목적이 아님을 밝혀둔다.

여느 때처럼 소주와 맥주를 연달아 목구멍으로 넘기기 바쁘던 그 어느 날 밤, 일순간 의구심이 피어올랐다. 우리는 대체 언제까지 이다지도 한정된 주종(酒種)에 갇혀 진정한 끽음(喫飮)의 재미를 모르고 살아가야 하는가.

그렇게, 재미를 찾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술을 마시면서 새로이 얻어지는 미각의 즐거움과 술이 간직한 역사와 숨은 뒷이야기가 어우러지면서 빚어내는 향연을 상상했다.

무엇보다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고 보편적이지 않은 술이라면 그 재미는 더욱 증폭될 것이란 생각에 다다른다. 멀리서 찾지 않기로 했다. 전국 방방곡곡 양조장에서 빚어지고 있는 전통주를 먼저 섭렵해보는 거다. 그런데 전통주라고 하면...

 

경기 포천의 산사원. (사진: 배상면주가)
경기 포천의 산사원. (사진: 배상면주가)

어렴풋이 스치는 약방의 향기. 코끝을 간지럽히는 풀내음. 씁쓸함과 쌉쌀함 어딘가를 오가는 산미. 의관을 정제하고 허리를 꼿꼿이 펴야 할 것만 같은, ‘에헴하는 추임새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한.

고루하고 편리하지 않으며 낯선 이미지다. 어떻게 만드는지도 잘 모르겠고 편의점에서 소주 한 병 사듯 쉽게 구하기도 어려우며, 이름도 대개 처음 들어보는 것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올드함을 사랑하는 이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술을 즐기는 이들로 기준을 한정하면 그 비율은 더욱 치솟을 것이라 단언한다. 스스로 최신 트렌드에 편승할 마음도 (혹은 도리도) 없는 술이라니. 이 얼마나 매력적이지 아니할 수 있겠는가.

전통이라고 해서 무조건 떠받들어야 하고 산소 호흡기를 달아서라도 살려나가야 한다는 숭고한 생각 따위는 없다. 그런 부분은 맛과 앎의 재미를 추구하다 보면 자연히 따라올 거다. 아니어도 할 수 없고.

(사진: 한국관광공사)
(사진: 한국관광공사)

그렇게 매주 1가지 전통주와 오붓한 만남을 가져볼 계획이다. 그 만남을 위한 물리적 공간과 시간, 간 건강이 허락한다는 전제 하에. 혹여 참여할 의향이 있다면 본 에디터에게 메일을 주시라. 사진 첨부(스노우 불가)는 필수다.

그런데, 그렇잖아도 매일 술을 마시는 주제에 술에 대한 이야기를 술을 마셔가면서까지 해야 하느냐고? 솔직히 여러분들은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서 먹기도 하잖은가?

, 참고로 광고·협찬 그런 거 없다. 요즘 유행하는 내 돈 주고 사 먹은 리뷰와 같다고 보시면 된다.(물론 추후 변동의 여지가 아주 없지는 않음)

앞으로 만나게 될 전통주와 이 시리즈를 탐독해주실 여러분들에게 행복과 평화가,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The First 추천 콘텐츠 더보기
  •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24주 연속 1위 브랜드의 저력으로”…‘나르카’ 운영사 ‘언커먼홈’, 매쉬업벤처스 등으로부터 후속 투자 유치

    이제 헤어 케어도 브랜딩이다!

  •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가장 눈에 띄는 창업팀은?”…유망 초기 스타트업 뽑는 ‘혁신의 숲 어워즈’ 막 올랐다

    최근 1년 사이 가장 주목할만한 초기 스타트업을 꼽는 '혁신의숲 어워즈'가 17일 대장정을 시작했다. 어워즈의 1차 후보 스타트업 30개 사를 전격 공개한 것. ‘혁신의숲 어워즈’...

  •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Only for you”…대세는 초개인화 서비스

    초개인화의 기치를 내건 스타트업들이 존재감이 점점 커지고 있다.

  •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타 산업과 연계, 핵심 기술 접목…“관광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라”

    '관광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틈새에 대한 혁신적인 시도 돋보였다!

  •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생산성, 효율성 쑥쑥 올리는 솔루션”…매쉬업벤처스, 스타트업 ‘마일 코퍼레이션’에 초기 투자

    기업의 공간, 자산 관리를 디지털 전환시킬 창업팀!

  •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당신에겐 더 큰 무대가 필요하다”…스타트업의 해외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스타트업의 등장!

  •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 발판 마련”…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뉴저지 진출 전략 웨비나 개최

    국내 유망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초록은 동색…“함께 할 때 혁신은 더욱 빨라진다.”

    서로 경쟁하지 않을 때 더욱 경쟁력이 높아지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