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의, 여론에 의한, 여론을 위한?
여론의, 여론에 의한, 여론을 위한?
2018.03.30 18:48 by 이창희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이번 주 직무수행 지지도가 70%선을 유지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사흘간 전국 유권자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대해 ‘잘 한다’는 답변은 지난주 대비 1%p 하락한 70%로 나타났다. ‘잘 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2%p 오른 21%로 집계됐고 9%는 의견을 유보했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여론조사는 여론을 얼마나 반영할까

우리가 매주 접하게 되는 신문기사의 내용이다. 대통령의 행보와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입장과 의견, 즉 ‘여론’을 살필 수 있는 뉴스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적당한 수의 표본을 추린 뒤 전화를 통해 설문을 하고 그 결과를 발표한다.

일반적으로 1가지 여론조사에 동원되는 표본은 1000명 남짓이다. 4000만명이 넘는 유권자를 전수조사하기란 물리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오차가 발생하게 된다. 여론조사 기관들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세대·성별·지역·소득 등을 세분화해 비율에 맞게 표본을 선정하고 있지만 오차율을 제로로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오차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또 다른 요소는 조사 방식이다. 전화 및 ARS로 이뤄지는 조사는 유선전화와 휴대전화를 혼용하는 것이 보통인데, 문제는 유선전화다. 평일 일과 시간 중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은 중장년층이 설문에 응할 확률이 높기 때문에서다. 중장년층에서 보수 지지층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진보 지지층이 많은 젊은 세대의 의견은 배제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휴대전화만 사용하는 조사 방식도 늘고 있지만 이 역시 완벽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1분 이상이 소요되는 만큼 응답을 아예 않거나 도중에 끊기는 경우도 많다. 실제로 응답률은 지독하게 낮은 편으로, 어지간해선 5%를 넘지 못한다.

여론조사는 선거 결과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곤 한다.

특히 선거철에 실시되는 여론조사의 오류 사례는 차고 넘친다. 일례로 지난해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서울 종로구에서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는 45.8%, 정세균 민주당 후보는 28.5%의 지지를 얻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52.6%를 얻은 정 후보가 39.7%에 그친 오 후보를 꺾고 압승을 거뒀다. 불과 2달 동안 별달리 드라마틱한 사건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시 여론조사가 분명 잘못됐다는 점이 증명된 셈이다.

 

|문구 하나에 목숨 거는 이유

여론을 취합해서 만들어지는 여론조사 결과는 역설적으로 여론에 다시금 영향을 미친다. 각 정당과 정치인들이 여론조사에 민감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부터 가장 논란이 되곤 하는 문제는 여론조사 설문 방식이다. 결정을 요하는 질문을 던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보기의 순서를 정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뒤에 제시되는 보기의 경우 선택받는 확률이 떨어진다.

지난 18대 대선을 앞두고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 과정의 경쟁이 치열했다. 당시 경선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도입했는데, 설문의 문구가 논란이 됐다. ‘귀하께서는 OOO후보와 XXX후보 중 누가 단일후보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는 문구를 두고 두 후보 진영에서 서로 자신의 이름을 앞에 표기해야 한다고 맞섰다. 뒤에 호명될 경우 손해가 불가피하고 판단한 것이다. 당시 구도가 엄청나게 팽팽했던 점에서 더욱 그러했다.

 

“끝에 단어 3개만 바꿉시다. ‘볼 수 있다’가 아니라 ‘매우 보여진다’로.” (사진: 영화 ‘내부자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의 전신)에서 선거 경선 여론조사에서다. 후보 적합도를 묻는 설문 문항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름을 넣는 것을 두고 당내 일각에서 큰 반발이 일었다. 노 전 대통령과 가까운 후보들이 ‘OOO 전 노무현 정부 행정관’, ‘XXX 전 노무현재단 위원’ 등의 직함을 내세우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주장이었다. 실제로 당 지지층에서 노 전 대통령의 인기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해당 후보들이 유리했던 것은 사실이다.

이 외에도 사례는 많다. 정부 정책에 대한 설문에 보기를 ‘매우 지지한다’, ‘어느 정도 지지한다’, ‘별로 지지하지 않는다’, ‘보통이다’로 불균형하게 제시한 경우가 있다.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만큼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하시면 1번, 법원의 무죄 선고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2번을 눌러주세요’라는 설문도 있었다. ‘무리한 기소’라는 문구를 넣어 1번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개선되고 발전해야만 하는 여론조사

그럼에도 여론조사는 민심을 살펴볼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자 지표로 계속 활용될 수밖에 없다. 그래야 대통령이든 정치인이든 정책과 행보의 잘잘못을 인식하고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디테일의 문제다. 여론조사가 공신력을 더욱 높이려면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하고 오차율을 낮추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야 한다. 조사주체, 조사대상(모집단), 표본크기, 조사방법, 표본오차, 무응답률, 조사기간, 설문 내용 등을 투명하게 공개함은 물론이고 표본의 선정 방식도 계속 고민할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의 성의와 노력도 필요하다. 한 자릿수 응답률이 말해주듯 우리 중 대부분은 여론조사에 응하는 것을 귀찮은 일로 여긴다. 가급적 성실히 응하고, 동시에 설문에 어떠한 문제점은 없는지 살피는 것도 유권자의 역할이 돼야 한다. 투표만 한다고 민주시민으로서의 의무를 마쳤다고 생각하는 것은 다소 안이한 인식이 아닐까.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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