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엔 ‘미투 운동’ 같은 거 없습니다
중국엔 ‘미투 운동’ 같은 거 없습니다
2018.04.04 16:03 by 제인린(Jane lin)

 

미투 운동의 반향이 거세다. 지난 세월에 오점을 남긴 사람들은 좌불안석을 피할 길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 했건만, 14억 인구가 사는 거대한 대륙 중국은 의외로 조용하다. 도대체 현재 중국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他们说, 그들의 시선

중국 후난성 창사의 대표 관광지역인 귤섬(橘子洲) 중앙에는 마오쩌둥의 젊은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흉상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이 흉상을 중심으로 섬을 여행한다. 재밌는 건 이 섬에는 달리 관광명소라 할 만한 게 없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관광청 역할을 하는 중국 국가여유국은 이 지역을 5A급 여행 특구로 지정해 직접 관리 감독하고 있다.

필자가 이 지역을 직접 방문하고 느낀 건 단 하나였다. ‘중국에서 그를 발견할 수 있는 곳이 베이징의 중심 천안문뿐만이 아니라는 사실’말이다. 그야말로 1인 신격화가 아닐 수 없다.

최근 서구의 한 언론인이 마오쩌둥의 흉상 앞을 지나치던 현지인들에게 1인 신격화가 가능한 중국의 상황을 물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질문을 받은 현지인은 “우리 마오쩌둥을 모욕했다”며 손가락질했다고 한다.

한 사람의 흉상을 향해 14억 인구가 머리를 숙이는 것이 가능하며, 이 같은 분위기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중국은 대체 어떠한 사고가 상식으로 통하는 나라일까.

중국의 한 대학 캠퍼스 입구에 우뚝 선 채 관광객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마오쩌둥 주석.

 

她说, 그녀의 시선

“여러분, 미투 운동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라는 물음에 대학 2년생 학생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대체 그게 무어냐’는 표정을 짓는다.

지난주 (필지가 강의하는)대학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평소 수업시간보다 10여분 일찍 끝내고,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미투 운동에 대해 학생들의 생각을 물어보고자 했으나, 학생 어느 누구도 미투 운동에 대해 자세히 인지하고 있지 않았다.

애써 해당 사건의 내역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지만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아! 그것 때문에 한국에서 유명한 배우가 자살했다”고 말한 학생 한 명이 있었을 뿐. 일부 학생은 “우리나라에서는 뭐든 ‘운동’이라는 글자가 붙은 단체 행동은 좋아하지 않는다. 그건 곧 정부를 비판할 수도 있는 움직임이니까”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같은 모든 사건 사례를 마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학생들이 자리한 교실 한편에는 마오쩌둥의 커다란 사진이 교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며칠 전 방문했던 귤섬 중앙의 마오쩌둥 흉상이 떠올라 섬뜩한 느낌마저 들었다.

자유로운 토론과 여론이 형성되는 것이 당연한 상아탑에서조차 20대 초반의 대학생들이 ‘운동’이라는 단어에 소스라치며 단체 행동은 위험한 것이라고 말한다. 자유로운 여론 환경이 보장되지 않는 현장에서 도대체 어떤 교육이 진행될 수 있는 것인지 스스로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대학 강의실 벽면에 부착된 마오쩌둥 주석의 사진. 사망 후에도 여전히 신격화되고 있는 마오 주석이 내려다보지 않는 곳이 과연 있을까.

그렇다면, 중국에는 미투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일까? 우습게도 여론이 보장되지 않는 장소일수록 약자에 대한 가해는 더욱 공공연하게 발생한다. 그런 이유 탓에 미투가 가장 필요한 나라는 바로 중국이기도 하다. 실제로 여성에 대한 직장 내 성희롱 등 성폭력 사건은 ‘치엔궈이즈(潜规则)’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쉽게, 일상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는 곳이 중국이기 때문이다.

‘치엔궈이즈(潜规则)’라는 단어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현실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관행을 일컫는데, 미투 운동의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성폭력 사례 역시 많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치엔궈이즈’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미투’ 운동은 지난 1월 이후 줄곧 중국 정부에 의해 제재대상으로 감시를 받고 있다. 인터넷상에선 지난 1월 뤄첸첸(羅茜茜) 박사가 과거 자신의 지도교수로부터 성폭력을 당한 처음으로 알렸지만, 당시 정부는 이 같은 움직임을 위험요소로 판단하고 그가 고백한 웨이보 페이지를 일괄 삭제해버렸다.

이 같은 정부조치 이후 추가 미투 운동은 단 한 차례도 이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현재 온라인에서 ‘미투’라는 단어로 검색하면 1월 1일 뤄첸첸 교수사건 이후의 추가 사례는 단 한 건도 검색되지 않는다.

‘군사 굴기’에 대한 초심을 잊지 말자는 문구와 ‘중국의 꿈이 나의 꿈’이라는 홍보글이 각각 적혀있는 거리 모습.

이 같은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일부 네티즌들은 ‘me too'라는 검색어 대신 이와 유사한 발음의 ‘쌀 미(米)'와 ‘토끼 토(兎)'를 붙여 ‘쌀토끼’라는 키워드로 해당 운동을 이어가기도 했다. 그런데 ‘쌀토끼’라는 유사 발음에 대한 검색어조차 정부에 의해 ‘금지’ 조치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금 중국 일부 네티즌과 중국 중앙정부 사이에선 비유적인 표현과 유사 발음을 통해 목소리를 내려는 사람들과 이를 자제시키려는 정부 정책 사이의 끝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비교적 자유로운 보도로 유명한 독립 언론사 중국디지털시보(中國數學時報)는 최근 중국 최대 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 △개인숭배 △왕좌에 오르다 △동물농장 △곰돌이 등과 같은 일부 단어가 검색 금지어로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곰돌이는 시진핑 주석을 비하할 때 주로 사용하는 단어이며 개인숭배, 왕좌에 오르다 등과 같은 단어는 최근 주석 연임제를 추진한 시 주석의 독재를 의미하는 목소리다.

‘사회주의의 위대한 승리’라는 붉은 문구가 눈에 띄는 중국의 한 거리.

그런데, 이 같은 사태에 대해 분노하고 분개하는 것은 오로지 중국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해외에서 교육받은 뒤 귀국한 일부 중국인에 한정되어 있다.

미투 운동을 포함한 중국 정부에 맞설 수 있는 어떠한 움직임이나 목소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필자와는 달리 대부분의 대학생과 중국인 강사들은 그저 ‘호들갑을 떤다’는 정도로 받아들인다.

개인의 생각과 말, 그리고 행동조차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중국. 익명성이 반드시 보장된다는 점에서 누구나 스스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온라인에서조차 자신이 과거에 겪어야 했던 성폭력 사례를 말하는 것이 단체행동으로 치부되는 나라 중국. 미투 운동이 정부를 향해 칼을 겨누게 될 것이라는 것이 두려워 피해자의 목소리를 짓밟는 쪽을 선택한 중국.

피해자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 감시에 감시를 거듭하며, 국민의 생각과 말과 행동을 철저하게 봉쇄하는 이곳에서 자유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필자만의 지나친 기대일까.

 

/사진: 제인린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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