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는 5%’ 여기 이상한 서울시장 후보가 있다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목표는 5%’ 여기 이상한 서울시장 후보가 있다
2018.04.11 13:48 by 이창희

바야흐로 지방선거의 시즌이 찾아왔습니다. 전국 단위로 4000명에 가까운 선출직 공무원들을 뽑는 선거죠. 당연히 수많은 이들이 출사표를 던집니다. 더퍼스트에선 기성 언론이 주목하는 유력 후보 대신, 분명한 뜻을 품고 새롭게 도전하는 이들을 차례로 만나볼 생각입니다.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룬 것보다 이룰 게 많은 사람들일 수도 있죠. 하지만 어떤 도전이든 의미가 없지 않으며, 이를 알리는 것 역시 무의미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퍼스트의 슬로건은 '당신의 시작, 우리의 동행'입니다.

정치는, 어떤 사람이 하는 걸까요. 아니, 어떤 사람이 해야 하는 것일까요. 가진 게 많아 부정을 저지를 필요가 없는 사람? 가진 게 없어 가난한 사람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 사람? 높은 가치를 이룩해 사회에 기여한 사람? 현실을 직시하고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줄 아는 사람? 저마다 생각은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정치의 존재가치가 불가능한 것을 꿈꿀 때생긴다고 목청 높여 외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능한 것을 꿈꾸는 정치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지론입니다. 아직도 그렇게 꿈같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사람이 있느냐고요? 있습니다, 여기.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사진: 신지예 후보 캠프)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예비후보. (사진: 신지예 후보 캠프)

여러분은 녹색당을 알고 계시는가. 이 기사를 누르고 들어왔다면 생전 처음 들어본다는 반응은 보이지 않을 것이다. 더퍼스트는 우리 독자들의 수준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녹색당은 생활정치, 다양성 정치, 녹색정치를 통해 소수자와 생명과 자연을 옹호하는 대한민국의 정당으로 2012년에 창당했다. 풀뿌리민주주의, 생태주의, 사회정의, 탈성장, 비폭력과 평화 등의 정치 이념을 지향한다.

이처럼 좋은 의미를 추구하고 있음에도 아직은 세력이 부족하다. 당원 규모가 1만명을 갓 넘어섰고, 국회의원 1명 없는 원외정당이다. 여러분 외에는 그 존재를 아는 이들도 많지 않다.

그런 정당이지만 이번 제7회 동시지방선거에서 당당히 서울시장 후보를 냈다. 그것도 20대 여성으로서 도전장을 던진 신지예 녹색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바로 그다. 봄기운이 완연한 4월의 어느 날 오후, 서울 옥인동 녹색당사에서 그를 만났다.

녹색당은 세계 95개국에 존재하는 글로벌 정당이다. (사진: 신지예 후보 캠프)
녹색당은 세계 95개국에 존재하는 글로벌 정당이다. (사진: 신지예 후보 캠프)

가장 민주적이고 치열한 그 이름, 'Green Party'

속을 도통 알 수 없는 얼굴. 자세히 보아야 보이는 옅은 미소. 무슨 이야기든 잘 들어줄 것 같긴 한데, 그냥 들어주기만 할 것 같기도 하다. 그의 첫인상이다.

신 후보는 재작년 녹색당 서울시당 운영위원장을 맡았고, 이는 자연스레 지방선거 준비로 이어졌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5번으로 출마한 것이 사실상 첫 정치적 데뷔다. 정치권의 시각으로 보면 신입도 이런 신입이 없다.

20대 여성, 그것도 정치 경력이 일천한 사람에게 서울시장 후보 공천을 주는 당이라니. 이건 둘 중 하나다. 후보가 그만큼 대단하거나 혹은 당의 결정이 대단하거나.

이 얼마나 민주적이라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저의 출마는 어느 1명의 힘으로 결정된 것이 아닙니다. 철저히 당 시스템에 따라 이뤄졌어요.

그랬다. 녹색당은 당내 의사결정권을 갖는 대의원을 추첨으로 뽑는다. 대한민국 정당 중 유일하게 여성 당원 비율이 50%를 넘으며, 여성과 남성 이외의 젠더에게도 리더의 자리를 열어뒀다. 소수자들이 권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을 지향하는 정당이다.

다만 아직까지도 상당수 대중들에게 녹색당은 시민단체혹은 유사정당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생태·환경 같은 이슈를 전면에 내세우다보니 현실정치의 메인스트림에서 벗어나 있는 듯한 인상을 주는 동시에 권력 의지 여부를 의심받기도 한다. 그러나 신 후보는 차분하지만 또렷한 어조로 반론을 내놓는다.

녹색당은 생태와 환경, 성평등 분야에서 가장 잘 준비된 정치집단이라고 자부합니다. 저희는 길 위의 정치를 해 오면서 축적된 치열함을 갖고 있습니다. 멀지 않은 미래에 꼭 국회에 들어가 이를 증명할 것입니다.”

 

25만표의 희망을 믿는다

현재 박원순 시장이 사상 최초 3선을 노리고 있는 가운데 당내 경쟁을 앞두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안철수 예비후보와 자유한국당의 김문수 전 경기지사도 도전자로 나섰다. 모두들 나름 쟁쟁한 정치인들이고 그 틈에서 신 후보는 얼마나 많은 표를 얻어낼 수 있을까.

조심스레 선거 전략을 묻는 질문에 오히려 신 후보는 조금의 주저도 없이 시원스레 말한다. ‘5% 득표’. 대략 25만표쯤 된다. 서울 유권자 100명 중 5명이라도 혐오와 차별에 맞서는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의 부동산 가치가 올라가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서울 비전에 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새로운 미래를 위한 희망이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바라보는 수도 서울이 가진 가장 큰 문제는 청년과 노인, 강북과 강남, 여성과 남성 등 곳곳에서 빚어지고 있는 갈등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신 후보는 서울의 물리적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은 너무 비대해요. 경기도 역시 서울의 주거지역 역할을 맡은, 확장된 영역일 뿐이죠. 최소 30년 이상의 장기 플랜부터 세워야 합니다. 이를테면 서울에서 지방으로 내려가는 이들에게 기본소득이나 세제혜택을 부여함으로써 그들에 대한 안전망을 마련해주는 등의 세부적인 방안을 고민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아무도 손을 대지 못하는 부동산 문제에 누군가는 메스를 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극단적인 가정이지만, 부동산 보유세를 50% 올리면 당장 세금 1조원이 확보되고 이는 모든 20대를 대상으로 매년 120만원씩 줄 수 있는 규모다.

뜻은 좋지만 다소 급진적이고 비현실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칠 무렵, 마치 그러한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 마냥 신 후보가 힘주어 말을 쏟아낸다.

정치의 존재가치는 불가능한 것을 꿈꿀 때 생깁니다. 가능한 것을 꿈꾸는 정치는 변화를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 그런 건 나중에 해도 됩니다. 현실 가능한 것만 꿈꾸는 정치인은 결정적인 순간에 결정할 수 없게 됩니다. 기득권 없는 정당과 후보가 과감한 선택을 했을 때 가능해 변화는 시작된다고 믿습니다.”

 

덜 나쁜 놈뽑는 선거, 더 이상은

선거까지 남은 시간은 두 달. 그 사이에 남북·북미 정상회담이라는 거대 이벤트가 예정돼 있다. 이런 경우 선거는 크게 주목받기 어렵다. 서울시장 선거 역시 싱겁게 끝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강하다.

그래도 선거는 선거.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경쟁자들에 대한 신 후보의 생각을 물었다. 이에 그는 현실적이면서도 냉철한 지적을 풀어낸다.

박원순 시장은 괜찮은 시장으로 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책의 디테일과 장기적 관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미세먼지를 줄이는 차량2부제와 흙먼지 공해를 일으키는 서울도로 지하화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는 모순이 대표적이라고 볼 수 있겠죠.”

장고 끝에 출사표를 던진 안철수 바른미래당 예비후보, 자유한국당 소속의 김문수 전 경기지사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다.

안철수·김문수 후보는 바라보고 있자면 그저 안타깝습니다. 정치인으로서 이름이 잊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강해 보여요. 그들은 서울의 미래를 이야기하지만 그게 어떤 미래인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하지만 과연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지 도저히 알기가 어렵습니다.”

누군가가 선거는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하는 것이라 했다. 하지만 신 후보는 덜 나쁜 놈뽑는 게 유권자의 선택이 돼서는 안 된다고 역설한다. 진정으로 유권자가 꿈꾸는 서울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고, 그는 그런 열망을 알고 결단이 가능한 정치인만이 변화를 가져온다고 믿는다.

도전이라는 그 이름의 무게

현실의 높은 벽을 모르지 않고 도전하는 이들은 많다. 하지만 승패의 결과를 분명히 알면서까지 덤벼들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게 도전하는 이들은 결과 너머를 응시하는 법이고, 그 너머에서 희망의 빛을 발견하려는 의지로 가득하다. 그런 이들의 행동과 언어에 우리가 한번쯤 주목하고 귀기울여볼 필요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으며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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