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소설’의 장르는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다.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 넘치는 탄탄한 전개로 그 미덕을 모두 갖추고 있는 듯 하다. 하지만 더욱 주목해야할 점은 한국 사회의 현실과 부패를 무겁지 않고도 신랄하게 비판하는 ‘블랙 코미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점이다.
영화 ‘살인소설’은 유력한 차기 시장후보로 지명된 남자(오만석)가 우연히 의문의 소설가 순태(지현우)를 만나면서 겪게 되는 충격적인 24시간을 담은 영화다.
영화는 이전에도 ‘소년 백대영’이라는 블랙코미디로 주목 받았던 김진묵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김진묵 감독은 최근 언론 시사회에서 “서스펜스로 시작해서 블랙코미디로 넘어가 스릴러로 마무리하는 게 목적이었는데 관객 입장에서 어떻게 받아들이지 궁금하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영화에서도 블랙 코미디라는 셀링 포인트를 가지고 관객들 앞을 찾은 것이다.
한정된 시간, 한정된 공간의 구도는 서스펜스 스릴러의 쾌감을 충실하게 전달한다. 또 그 안에서 충실하게 불편한 현실을 웃음 포인트로 신랄하게 꼬집는다. 러닝 타임 내내 자꾸만 웃음을 유발하는 상황들이 계속 되고, 이로 인해 정치인들의 민낯을 짜릿하게 들춰내는 듯 하다.
‘살인소설’ 속 인물과 배경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분이라 더욱 공감도를 높인다. 부패한 정치인과 그런 정치인이 숨기려 하는 비자금, 계속되는 ‘갑질’, 성공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도 서슴치 않는 경석의 모습은 뉴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권력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 앞에 나타난 순태는 악의 캐릭터 경석과 반대되는 ‘선한 인물’은 아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캐릭터가 선인지 악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는 수상한 남자다. 순태는 영화 내내 경석을 골탕먹이는 주요 인물이다.
특히 “정치하는 분을 어떻게 믿냐. 키우던 개를 믿지”, “입만 열면 거짓말, 아무것도 책임 안 지는 새끼가 우리 동네 시장한다고 깝치는 거 난 못 보겠는데?” 라는 대사는 관객들에게 짜릿한 대리만족을 선사하기도 한다. 해맑은 얼굴로 자극적인 대사들을 내뱉는 지현우의 연기력이 다시한 번 입증되는 순간이다.
정치인과 소설가. 이 직업도 영화의 메시지와 무관하지 않다. 김진묵 감독은 소설가와 정치인을 ‘거짓말의 양대산맥’이라고 표현하며 “권력의 속성과, 폭력의 대물림, 그리고 반전의 반전을 통해 풍자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허구의 세계를 만드는 소설가와 야망 앞에 영혼을 파는 정치인. 거짓과 진실을 오가는 두 직업이기에 더욱 피부로 와닿는 현실이다.
사실 전 세계가 기다려온 ‘어벤져스’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 큰 리스크를 안고 가는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이와 정면대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살인소설’만의 비장의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는 ‘블랙코미디’적인 요소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분명 관객들은 긴장속에 웃음을 놓치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오는 2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