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 블루먼데이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 블루먼데이
2018.06.08 19:10 by 전호현

 

슬슬 여름이 오고 있다. 몸에 열이 많아 유난히 꺼리던 계절이었건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더위도 잘 못 느끼게 된 신체능력 저하를 더 걱정하기 시작한 요즘, 심리적인 안정을 위해서라도 뭔가 자극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기존과 다른 LP BAR를 찾아 나섰다. 일전에 소개했던 ‘LP와 음악사랑’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곳이었는데 나름 합정에 능통했다고 생각했던 내 믿음을 와장창 깨준 곳이라고나 할까. 홍대와 합정 사이에 이런 곳이 있을 줄은 정말 몰랐다. 보통 LP BAR하면 혼술, 아재 등이 바로 생각나기 마련인데 이곳은 정말 블링블링했다. 입구에 들어서는 것만으로도 아재의 트렌디한 핫플레이스 방문기, 아니 도전기가 될 만큼이나.

BAR 한쪽에 자리한 턴테이블 2대

일단 이곳은 보기 드물게 2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입구에서부터 시야가 확 트이는 실내는 단체를 위한 좌석과 반짝이는 BAR가 한눈에 보였다. 사실 오픈 전에 들어가서 사장님에게 앉아도 되겠냐고 묻기까지 한참이 걸렸지만 ‘LP와 음악사랑’도 들어가고 나서야 좋아지기 시작했으니 이번에도 굳은 믿음으로 일단 경험해보기로 결정. 두 벽면을 가득 채운 LP와 그 사이를 나누는 기다란 BAR, 소파가 놓인 구석자리와 소규모 테이블 LP만 없다면 일반 PUB을 연상시키는 가게의 분위기는 사장님의 작품이었다. 원래 2008년 대학로에서 시작해 합정으로 옮겨와서까지 10년 가까이 LP BAR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벽면을 가득 채운 LP

가게 이름은 음악을 처음 좋아하게 만들었던 ‘뉴오더’의 ‘블루먼데이’라는 곡에서 따왔다고 한다. 듣는 순간 멍한 충격에 빠졌고, 그때부터 LP에 심취하게 되었다고. 그렇게 중학생부터 수집한 LP 만장과 직장생활 10년 동안 모은 것까지 더해 BAR를 시작했다고 한다. 아날로그를 사랑해서 아직도 2G폰을 쓰고 있고-사실 이것도 디지털이기는 하지만- 가게가 가지고 있는 LP 이외에는 틀지 않는다. 그럼에도 워낙 보유한 LP가 많아서 듣지 못할 음악은 거의 없다. 사장님은 그 수많은 LP 사이사이마다 숨겨놓은 추억이 있다고 했다. 어떤 날은 지폐, 어떤 날은 편지 등 무심코 끼워놓은 물건들이 나올 때마다 보물을 찾은 것처럼 반갑고 아련하다는 말이 더없이 낭만적이었다.

벽에 걸린 그림(좌)과 원본 LP

스피커는 BOSS 501과 SPRIT EVO-815의 듀얼 구성으로 음악에 따라 한쪽 스피커의 볼륨을 올려 분위기를 조절한다. BOSS 501이야 70년대 좋은 가성비에 다른 시리즈처럼 여전히 부드러운 소리를 자랑하는 유명한 제품이라 별다를 것이 없었지만, SPRIT EVO-815는 도대체 어떤 스피커인지 찾을 수가 없었다. 사장님의 말처럼 유령 같은 스피커랄까. 고음과 강렬한 음악에 잘 어울리는 사운드를 가지고 있었는데 케이스까지 맞춤 제작해서 더욱 신비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었다. 여하튼 성향이 전혀 다른 두 스피커를 절묘하게 다루면서 음악에 맞춰 가게 전체에 골고루 소리를 전달하는 그 느낌이 매우 신선했다.

네 귀퉁이를 책임지는 스피커들

포노앰프가 하는 일의 첫 번째는 레코드에서 나온 신호를 약 1백배 정도 뻥튀기 해주는 일이다. 두 번째는 저음은 늘리고 고음은 줄여 원래 녹음된 신호에 가깝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말로 하면 간단한데 백배 증폭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 신호를 1백배 증폭하면 노이즈도 같이 1백배 증폭되기 때문이다. 노이즈는 효과적으로 줄이면서 신호만 증폭해야 하기에 포노앰프 설계자의 실력이 뛰어나야 한다. 그래서 앰프 제작자들 사이에선 포노앰프 만들기가 제일 어렵다고들 한다.

전기신호를 증폭하는 소자로 진공관과 트랜지스터(TR)를 주로 사용한다. 진공관은 음색이 따뜻하고 섬세해서 잘 만들기만 하면 트랜지스터보다 더 아날로그다운 소리를 내준다. 그러나 진공관은 크기가 커서 상대적으로 주변으로부터 노이즈 유입이 더 잘 되는 편이라 제작이 어렵다. 이런 이유로 비싸지 않은 입문용에서는 진공관 포노앰프가 드물다.

(참고: 최윤욱의 아날로그 오디오 가이드)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부터 번화가에 가면 어린 사람들(?)이 많은 곳은 자연스레 피하게 된다. 친구들과의 만남도 편하고 눈치 볼 것 없는 음식점만 찾아가게 되고, 단골을 맞아주는 사장님이 있는 곳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그저 시간이 흐르는 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되는 걸까 하다가 문득 언젠가 빨간색 차에서 로퍼를 신고 발목이 보이는 정장을 입고 내렸던 백발의 할아버지가 생각났다. 그때는 그분처럼 영원히 젊게 살자고 다짐했었는데. 세상은 계속해서 변하고, 아직도 내가 모르는 장소는 끝없이 많다. 그걸 너무 오래 잊고 산 것 같다. 몸이 허하다고 느낄 때, 삼계탕으로 기력이 회복되지 않을 때, 다시 젊어지고 싶을 때, 한때 인기 있었던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같은 이곳에 도전해보길.

덧- 다트도 있다. 열심히 던져보도록 하자.

덧2-뉴오더 ‘블루먼데이’

 

 

블루먼데이

FOR 시작하는 연인들, LP가 처음인 여성분들.
BAD 솔로(너도 울고 나도 울고 하늘도...)

필자소개
전호현

건설쟁이. 앨범 공연 사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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