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급, 이렇게 만들면 됩니다!
특수학급, 이렇게 만들면 됩니다!
2018.06.19 15:09 by 류승연

 

특수학교를 지어달라며 동네 주민들에게 무릎 꿇은 엄마들 사진이 공개됐을 때 많은 이들이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교육권에 모처럼 관심을 보였다.

그로부터 9개월.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결론부터 얘기해보자. 모두가 예상하는 그대로다. 달라진 것은 없다. 특수학교 신설은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그럼 특수학급은 어떨까? 일반 초중고교에 교실 하나만 더 내어주면 되는 특수학급 말이다.

애석하게도 그마저 쉽지 않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했던 게 동네 주민들이라면 특수학급의 경우엔 학교장이 나서서 개설을 반대하곤 한다는 게 다른 점이랄까?

얼마 전 특수학급 신설로 어려움을 격고 있는 유치부 엄마들을 만나게 되었다. 아이의 초등 입학을 준비하는데 아이가 다닐 학교가 없다는 것이다. 아, 물론 있기는 하다. 집 앞의 학교를 놔두고 저기 먼~ 곳으로 원거리 통학을 하면 그 때는 학교를 다닐 수 있다.

서울의 경우, 동네마다 하나씩은 있는 게 초등학교인데 갈 학교가 없다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내가 접한 사례는 두 가지다. 하나는 집 앞 초등학교에 특수학급이 개설되어 있지 않아서였고, 또 하나는 이미 특수학급이 개설돼 있지만 아이들이 많아 두 학급으로 반을 늘려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어서였다.

내 아이의 정당한 교육권을 지켜주고 싶은 엄마들은 여기저기 알아보고 호소하고 부탁하며 각 학교에 특수학급 한 반만 늘려달라는 청원을 열심히 넣고 있었다. 하지만 두 학교 모두 교장의 반대에 부딪혀 일이 진척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경우엔 어떻게 하면 되지? 특수학급 개설은 나도 해보지 않은 일이라 도움을 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주변에 도움을 청했다. 많은 분들이 저마다 알고 있는 노하우를 전해주셨고, 그 중에서도 한 장학사님의 답변이 큰 힘이 됐다.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자. 이제 풀어놓는다. 바로 집 앞에 있는 초등학교에 특수학급을 새롭게 신설할 수 있는 방법 말이다.

특수학급 개설을 바라는 부모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고자 하는 학교의 교장과 거리를 두는 것이다. 만날 필요도 없다. 아니, 만나지 않을수록 좋다.

그런데 보통은 그 반대의 경우로 일을 진행시키곤 한다. 가고자 하는 학교의 교장과 먼저 만나 특수학교 신설을 요청하는 것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귀찮은 문젯거리’ 정도로 치부하는 성향의 교장이 딱 잘라 거절이라도 하면, 그 때부터 갈등이 시작된다.

부모들은 요구하고 교장은 거절하고, 그 상황이 길어지면서 서로 간에 감정이 상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어찌어찌 특수학급이 개설되었다 해도 그 학교에 아이를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 이미 양측의 감정이 상할 대로 상해버린 데다, 그 때문에 아이를 보낸다 해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으며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는 것이다.

그럼 교장을 만나지 않고 어떻게 하느냐고? 특수학급 개설을 바라는 부모 몇몇이 모여 해당지역 교육지원청에 면담을 요청하고 요구를 하면 된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특수교육법) 제17조(특수교육대상자의 배치 및 교육)에 따르면, 교육장 또는 교육감은 제1항에 따라 특수교육대상자를 배치할 때에는 특수교육대상자의 장애정도·능력·보호자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배치하여야 한다. 다시 말해 A학교 병설유치원을 졸업하는 학생들의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가 A초등학교라면,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A초교가 소속된 교육지원청의 교육장은 A초교에 특수학급을 신설해야 하는 것이다.

이렇듯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교육권은 법에서 보장을 받고 있다. 한 학교의 교장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닌 것이다. 특수학급 개설 요구는 교육지원청 행정지원과 및 특수교육 담당 장학사와 상의를 해서 일을 진행시키면 되는 사안이다. 교육지원청에서 특수학급을 개설하기로 결정이 나면 교장은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보통 학교 측에서 특수학급 개설을 거절하는 이유로 가장 흔하게 내세우는 게 “교실이 없다”는 것이다. 과밀학급으로 운영돼 정말 여분의 교실이 없는 학교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잠깐. 여기서 잠시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하고 넘어가고자 한다. 쌍둥이인 딸과 아들은 3년 전 모두 B초등학교로 배정을 받았다. 하지만 B초등학교에는 특수학급이 없다. 당시 B초등학교에 특수학급 개설을 요구할까 하는 생각도 하루쯤 해 봤는데, 복지관에서 만난 한 엄마가 이미 B초등학교에 문의를 하니 특수학급이 들어설 교실이 없어서 거절당했다는 말을 듣곤 곧바로 생각을 접었다.

그런데 그로부터 2년도 지나지 않아 딸이 다니는 B초등학교는 1층 3개 교실을 하나로 뚫어 작은 소강당을 만들었다. 특수학급에 내어줄 교실 하나는 없었지만, 소강당으로 사용할 교실 3개는 있었던 것이다.

여분의 교실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 이 또한 학교와 씨름할 이유가 없다. 정말 여분의 교실이 있는지 없는지는 교육지원청이 실사를 나와 확인하면 된다. 교실 내어주기 싫은 교장과 입씨름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만일 “예산이 없다”는 이유를 드는 학교가 있다면 그 또한 걱정 마시라. 특수학급 신설 시 학급시설을 갖추기 위한 예산은 모두 교육지원청에서 지원한다. 특수교사도 교육지원청에서 인사발령을 통해 배정된다. 교장은, 학교는 교실 하나만 내어주면 된다.

그렇다면 이미 특수학급이 한 학급 개설돼 있는데 한 학급을 더 만들고 싶으면 어떻게 하느냐? 그 때도 똑같다. 모든 것을 교육지원청과 함께 같은 순서로 일을 진행시키면 된다.

위에서부터 일이 진행되어야 마찰이 없다. 그런데 밑에서 교장과 면담부터 하니 감정이 상하고, 특수교육지원센터와 머리를 맞대보지만 그 곳에서는 일을 실질적으로 진행시킬만한 ‘높은 직위’를 가진 이들이 없다. 구청에 민원도 넣어보고 해당 지역 국회의원도 만나보지만 그들 역시 관할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네네~” 그러면서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 외에 별다른 일은 해주지 않는다.

이런 과정을 거쳐 특수학급을 새로 신설하거나 한 학급을 더 증설하라고 결정이 났는데도 교장이 온갖 이유를 들어 하지 않겠다고 버티면 그 때는 특수교육법 및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소를 해 볼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단계로 가기 전에 각 지역 부모단체의 도움을 받아 압력을 넣어보던가 언론 제보 등을 통해 사건을 이슈화시키는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그럴 경우 뒷감당 역시 부모가 져야 한다는 것, 아니 그 학교를 다니게 될 아이들이 져야 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내가 접한 사례는 모두 교장의 반대 때문에 특수학급 개설 또는 증설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경우들이었다. 하지만 꼭 교장의 반대만이 문제가 아닌 경우도 있곤 했다. 같은 장애 아이 엄마들끼리 이견이 있어 특수학급 신설이 난항을 겪는 경우도 있었던 것이다.

특수학급 없이 일반 아이들과 완전통합을 바라는 일부 엄마들은 특수학급이 생기게 되면 혹시나 본인의 아이가 도움반(특수반)에 내려가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에 특수학급 신설을 반대했다. 학교 입장에서 보면 부모들끼리도 생각이 다르니 “옳다구나”하고 더욱 당당히 반대할 명분이 생긴다.

그리고 내 아이가 A초등학교 병설유치원을 졸업했다고 A초등학교에 특수학급을 지어 달라 요구했는데, 알고 보니 거리상으로 비슷한 C초등학교에 특수학급이 개설돼 있고 입학할 자리도 충분히 남아 있다면 A초등학교에는 특수학급이 개설되지 않을 수도 있다.

교육지원청은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결정을 내리고, 그 결정에 따라야 하는 건 비단 교장만은 아니다. 우리 부모들도 마찬가지다.

보통의 엄마들은 이런 일을 겪지 않아도 된다. 장애가 없는 딸을 키워보니 그렇다. 딸은 입학할 나이가 되니 집에서 가장 가까운 학교의 이름이 찍힌 배정서가 집으로 날아왔다. 아무 의심 없이 그 학교에 가서 입학식을 하고 학교생활을 시작해 지금은 사춘기를 목전에 둔 3학년이 되어 온갖 ‘말대답의 여신’이 되어 있다.

하지만 장애를 가진 아들은 학교를 입학하는 것부터가 큰일이다. 특수학교를 갈지 일반학교 특수학급을 갈지 먼저 결정하고 그러고 난 후엔 또 특수학교들과 일반학교들 중에서 어디를 보내야 할지 부모가 머리를 싸매며 고심을 한다.

사실 의무교육이란 게 무언가? 장애가 있든 없든 그냥 동네에 있는 집에서 가까운 학교에 가서 필요한 교육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면 되는 단순한 일인데, 그 단순한 일이 이렇게 복잡해서 부모가 일일이 나서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고민하고 에너지를 써야 한다.

단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 당연한 일상조차 힘들고 어렵게 살아야 한다면,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도 이건 옳지가 않다. 이런 나라 좋은 나라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가 없는 것이다.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라는 광고 카피가 오래 전 유행했다. 그럼 나는 여기서 글자 몇 개를 바꿔보련다. “우리 아이, 그냥 학교 다니게 해주세요~”라고. 제발 좀 그럴 수 있게 도와달라고. 그것이 특수학교든 특수학급이든. 그냥 학교 좀 다니게 해 달라고.

 

필자소개
류승연

저서: '사양합니다, 동네 바보 형이라는 말'. (전)아시아투데이 정치부 기자. 쌍둥이 출산 후 180도 인생 역전. 엄마 노릇도 처음이지만 장애아이 엄마 노릇은 더더욱 처음. 갑작스레 속하게 된 장애인 월드. '장애'에 대한 세상의 편견에 깜놀. 워워~ 물지 않아요. 놀라지 마세요. 몰라서 그래요. 몰라서 생긴 오해는 알면 풀릴 수 있다고 믿는 1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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