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찌라시를 대하는 자세
SNS 찌라시를 대하는 자세
2018.07.12 17:10 by 김사원

 

'[긴급공지 입니다.]'라는 말머리로 시작하는 SNS 찌라시를 박 이사가 직원 단톡방에 공유한다. 1분도 안돼서 황 이사가 '전체 공지 바랍니다'하고 톡을 보내면 팀장이 바로 '네'한다.

회사는 마케팅 목적으로 네이버 밴드를 몇 개 운영하고 있었고, 폰트나 이미지 사용 문제로 저작권이니 뭐니 연락을 받기도 한 터였다. 그러니 예민하게 반응할 법도 했다. (참고로 폰트 사용 관련 저작권 문제에 대해서 읽어 보면 좋은 글이 있다. http://ppss.kr/archives/14720)

하지만 공유된 글이 얼핏 봐도 수상했다. '서울쪽에서.. 모 밴드에서.. 저작권관련 법... 어느 사진작가..70~150만원.. 150만원 정도...' 모호한 표현이 난무했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이 '긴급한 공지'를 중요한 정보라고 생각해 공유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읽자마자 '정말 긴급하다'고 판단해 지시를 내렸다. 지시를 받은 누군가는... 굳이 생각이라는 것을 할 필요가 없었겠지.

황 이사는 오늘 아침 회의에서 최근 하와이 가족 여행 중 소지품과 신용카드를 몽땅 도둑맞았던 일화를 얘기했다. 그러고도 다음날 의연히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멘탈'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렇듯 멘탈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 사원은 황 이사가 SNS 찌라시를 볼 때도 그 멘탈을 지키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일을 하다보면 사소하고 당연한 일을 하나하나 따져서 결정할 수는 없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또 서울중앙지검에서 전체 밴드를 조사하는 일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해서 ‘됐어, 그거 신경 쓸 필요 없어’하는 편보다는 일단 저작권을 지키자고 하는 쪽이 더 안전할 것이다. 하지만 '긴급하다'고 판단했을 때 어깨에 힘을 조금 뺐다면 조금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보기 드문 그 자발성과 일사분란함이란 정말.

찌라시의 한 문장을 네이버에 검색해보니 첫 화면에 비슷한 글이 여럿 뜬다. 이 호들갑스러운 찌라시는 2016년에도 올라왔고, 2015년에도 올라왔고, 2014년, 2013년...... 처음 올라온 글을 찾으려면 하염없이 과거로 내려가야 할 듯했다.

찾아보니 2009년에 시행된 음악저작권법 관련 글이 시발점인 듯했다. 이후 찌라시의 내용은 음악저작권법에서 저작권법으로 바뀌었고, 밴드 또는 카페를 조사 중이라는 이야기가 들어갔고 연도는 그때그때 수정됐고 중간중간 특수기호가 추가되기도 했다.

SNS 찌라시 문장 일부를 검색한 결과. 똑같은 글이 일부분만 수정되어서 매년 퍼지고 있다.

김 사원은 글을 구체적으로 쓰라고 강조했던 글쓰기 선생님을 떠올렸다. 그래야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다고 선생님은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렇게 모호한 표현 투성이의 글을 몇 년째 퍼나르고 매번 강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어쩌면 박 이사나 황 이사 같은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글에 담긴 내용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단지 손 끝으로 ‘공유하기’ 버튼을 누르는 행위, ‘공유를 했다’는 느낌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참고한 URL

- 네이버 블로그, 4월 16일 저작권법 루머. 엄청난 저작권법이 곧 시행된다고?

- 주간경향, [언더그라운드. 넷]10년 인터넷을 떠돈 ‘긴급 저작권법 공지’ 유령게시물

 

 

필자소개
김사원

10년 차쯤 되면 출근이 조금 담담하게 느껴진다던데요. 저에게도 10년 차가 되는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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