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Y와 공유문화에서 싹튼 혁신(上)
아니 대체 메이커가 뭔데?
DIY와 공유문화에서 싹튼 혁신(上)
2018.07.23 14:30 by 이창희

 

수만 년 전 초기 인류는 무엇이든 만들어야 했습니다. 약한 피지컬을 지닌 탓에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도구가 필요했으니까요. 그렇게 우리에겐 오래전부터 ‘만드는 DNA’가 축적돼 왔습니다. 비록 하루가 멀게 신기술이 발달하고 온라인 시대가 열렸지만, 손으로 물건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것은 여전히 인간의 영역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최근 이 같은 기술 발달 속에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오프라인에서 제품을 만드는 이들을 칭하는 신조어가 등장했습니다. ‘메이커(maker)’가 바로 그것입니다. 인간의 근원적인 ‘만들기’ 재능과 욕구, 신기술이 결합돼 생겨난 개념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는 메이커란 개념이 뚜렷하게 와 닿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A부터 Z까지 꼼꼼하게 취재해보기로 했습니다. 더퍼스트미디어는 독자들을 위한 ‘액션 저널리즘’을 꿈꿉니다.

만드는 사람들이 만드는 세상이 왔다.

“다가올 새로운 산업혁명을 주도하며 제품 제작 및 판매의 디지털화를 이끄는 사람과 기업” (크리스 앤더슨, ‘Makers’ 저자)

“만드는 활동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관점에서, 제작방식에 관계없이 우리 모두는 ‘만드는 사람’ ” (데일 도허티, 메이크 미디어 창업자)

“어디에나 존재하며 물리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초래하는 모든 사람” (데이비드 랭, ‘Zero to maker’ 저자)

메이커에 대한 여러 전문가들의 정의다. 자세히는 몰라도, 여기서 말하는 메이커가 ‘나X키’, ‘아디X스’ 같은 유명 브랜드를 일컬었던 단어가 아니라는 건 분명하다. 기본적으로 현존하는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물리적인 제작을 하며, 때로는 소통과 교류를 통해 협업까지 가능하다는 것이 공통분모다. 좁게는 무언가를 만드는 데서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에서부터 넓게는 이를 통해 사회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가져오고 싶은 사람으로까지 그 범위가 확대된다.

한국에서 메이커와 관련된 정책적 지원을 맡고 있는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는 메이커를 ‘미래를 향한 움직임’이라고 정의한다. 인류 역사 전반에서 이뤄지던 DIY(Do It yourself) 활동에 공유문화, 디지털 제작기술, 창업특구 등 발전된 기술과 환경이 융합되면서 새로이 형성된 사회문화적 현상이라는 설명이다.

인간은 원시시대부터 도구를 만들었다. 우리는 그 DNA를 갖고 있다.

메이커의 현대적 개념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2005년이다. 미국에서 출간된 ‘메이크 매거진’이라는 잡지에서다. 각종 도구와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만들기’에 대해 제품 리뷰에서부터 도구의 쓰임, 만들기 강좌와 칼럼 등의 콘텐츠를 다뤘다. 전 세계적으로 물리적 창작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높아졌고, 한국에서도 2011년 메이크 매거진 한국판이 처음 출간됐다.

메이커의 특징은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과정을 통해 다양한 협업과 창작이 이뤄지며, 커뮤니티가 형성되기도 한다. 이를 바탕으로 창업에 도전해 수익을 창출하는 이들도 있다. 이 같은 활동이 활발해지면 제조업이 살아나고, 이는 국가 생산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메이커라는 개념이 왜 최근에 와서야 주목받는 것일까. 과거의 제조업 시장에서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가 뚜렷했다. 대부분의 기술은 독점됐고, 만드는 이와 소비하는 이가 구분됐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을 통해 기술이 급격히 발달하고 디지털 문화가 파고들면서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기가 도래했다. 개인의 제품 제작이 용이해지면서 소규모 제조 창업이 확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공유 문화에 대한 개인의 이해도가 높아지고 기술이 발달한 것도 메이커 문화의 확산을 가져온 또 다른 원동력이다. 과거와 비교해 소통과 교류가 쉽고 활발해지면서 공간과 커뮤니티가 급격히 생겨났다. 각종 스킬이 담긴 오픈소스는 인터넷을 통해 웹상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집단지성의 효과가 극대화됐다.

2005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메이크 매거진’. (사진: 메이크 매거진)

이를 잘 나타내주는 사례가 메이크 페스티벌인 ‘메이크 페어’다. 메이커 미디어의 공동 창업자인 데일 도허티는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처음으로 페어를 개최해 100명 이상의 메이커들이 자신의 작품을 전시하도록 했다. 이 자리에서 우수한 기술과 아이디어가 교류되면서 엄청난 시너지가 만들어졌다.

현재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메이크 페스티벌이 상시적으로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도 지난 2012년 ‘메이커 페어 서울’을 시작으로 여러 기관과 단체가 주최하는 페스티벌이 활발히 열리고 있다.

“기계의 가격이 낮아져 누구나 제조업에 접근할 수 있게 됐고, 인터넷 및 오픈소스를 통해 협력이 쉬워졌습니다. 이에 지금까지 상상 속에만 있던 제품들이 메이커들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됐습니다. 이제는 취미를 넘어선 산업으로 그 영역이 확장되며 하드웨어 스타트업 열풍을 이끌고 있습니다.” (마크 해치, echshop 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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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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