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먹으면 탱크도 만들 기세, ‘팹 랩 서울’
대한민국 메이커 스페이스를 가다①
마음먹으면 탱크도 만들 기세, ‘팹 랩 서울’
2018.08.01 18:45 by 이창희

 

손에 잡히는 대로 뭐든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게 좋기만 한 당신. 수익활동이든 취미든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어느새 그렇게 도래한 ‘호모 메이커스’의 시대. 제조업 르네상스가 움트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기록적인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이 땅에서 마음 편히 내 물건을 만들 공간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기술력을 갖춘 도구와 장비는 희소하고, 구매 혹은 이용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만들고 싶고 만들 것도 있는데,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죠.

다행히 최근 정부 주도의 메이커 문화 확산 정책이 시행되면서 전국 곳곳에 메이커 스페이스들이 생겨나는 중입니다. 이곳에서는 고가의 장비들을 무상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고, 사용법에 대한 교육도 받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신과 같은 메이커들과 함께 어울리며 정보 교류와 작업물에 대한 공유도 가능합니다.

오밀조밀한 공간, 쉴 새 없이 돌아가는 3D프린터와 레이저커팅기, 곳곳에 놓여있는 각양각색의 결과물들(이를테면 각종 장식품이나 놀이도구) 후각을 자극하는 목재와 철재의 내음, 미간을 한껏 좁힌 채 골똘히 생각에 빠진 사람들.

‘팹 랩 서울’의 메이킹 룸. (사진:더퍼스트미디어)

무더위가 한창인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 세운상가에 위치한 ‘팹 랩 서울(Fab Lab Seoul)’의 풍경이다. 여러 경로로 모여든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의 작품을 제작하거나, 장비를 다루는 기술을 배운다. 팹 랩 서울은 도심에 위치한 대표적인 메이커 스페이스다. 제조 분야에서 ‘성지’로 이름난 세운상가에 위치해 있다. ‘마음먹으면 탱크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바로 그곳이다.

처음 문을 연 건 지난 2013년. 타이드 인스티튜트의 고산 대표의 손에서 탄생했다. 그렇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 선발에 도전했던 그 ‘고산’ 씨가 맞다. 모두가 IT와 신기술에 매몰돼 있을 때 그는 제조업에 주목했고, 지금까지 하드웨어 기반 스타트업들에 대한 조력을 이어오고 있다.

이곳에 구비된 3D프린터(좌)와 레이저커팅기. (사진:더퍼스트미디어)

이곳에는 3D 프린터와 레이저커팅기, C&C 라우터 등 고가의 장비들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엄청난 가격으로 인해 구입하기 어려운 장비들이지만 이곳에서는 미리 예약만 하면 시간당 3000원에서 2만원 가량의 비용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장비 사용에 숙달하고 싶은 이들은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된다.

이용자들의 목적과 형태도 다양하다. 졸업작품을 만들기 위해 찾아온 대학생부터 수업 교재를 제작하려는 교사, 취미로 코스튬 제작을 목적으로 방문한 직장인 등 저마다 자신만의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LED 전기 제품을 만들어 볼까 해서 여기에 왔어요. 친구들과 노는 것보다 혼자 만드는 걸 좋아하는데 여기에는 없는 것이 없어서 너무 좋아요.”(김태균, 초등학생_12세)

제작에 골몰하고 있는 김태균 군. (사진:더퍼스트미디어)

이들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곳곳에 진열돼 방문자들의 창작열을 자극한다. 3D프린터로 뽑아낸 아이언맨 마스크부터 게임 캐릭터의 황금 장갑, 실제 크기의 황소 모형 등 제각각이다. 팹 랩 서울에서 인턴으로 근무 중인 조권행 씨는 “처음엔 사람들이 모여 저마다 무엇인가를 만드는 모습이 흥미로웠는데 완성된 작품을 보면 정말 감탄이 나온다”며 “더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고 꿈을 구현하는 것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알아서’ 찾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지만, 기관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행사나 교육 프로그램도 알차다.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MAKE 人 BETTER’, 메이커 마스터 과정인 ‘메이커스 프로’ 등이 대표적이다.

이용자들이 실제 제작한 작품들. (사진:더퍼스트미디어)

비교적 아담한 공간을 기능적으로 배치한 노력도 엿보인다. 회의나 토론을 위한 디자인 룸과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메이킹 룸이 용도에 따라 구분돼 있다. 조권행 씨는 “내부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최대한 분리하고 공간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소형 전기기기를 직접 만들어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는 대학생 권병재(24)씨는 이곳의 환경에 연신 감탄을 금치 못했다. 권씨는 “혼자 만들려다보면, 비싼 공구나 구하기 어려운 장비가 필요할 때가 종종 있다”면서 “이곳엔 모든 게 갖춰져 있어 창의력이 더욱 샘솟는 것 같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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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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