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자리 고민이 본격화되면서, ‘사회적경제’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사회적기업, 소셜벤처, 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경제주체인 사회적경제 조직들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방안이다. 지난달 초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 역시 정부의 이 같은 의지가 투영된 것. 특히 사회적경제 학부 운영대학이 2개교에 불과하고, 해당 분야 종사자의 18.6%만이 교육에 참여하고 있다는 정부의 실태조사 결과는 교육 및 육성 인프라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 교육의 중요성 알고 있었는데…
국내에서 사회적경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한 건, 지난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되면서부터다. 이후 5년간 정부가 1000여개에 이르는 사회적경제 기업을 발굴‧육성했고, 2010년 마을기업(자립형 지역공동체 사업 시범추진), 2012년 협동조합(협동조합기본법 시행) 등 범위를 넓히는 데 성공했지만, 해당 분야의 자생적인 성장까지 이어주진 못했다. 사회적기업육성법에 힘입어 설립한 기업들의 80%가 적자를 면치 못할 정도다.
이를 교육으로 풀고자 하는 노력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노동부(사회적기업), 기재부(협동조합), 행안부(마을기업), 복지부(자활기업) 등 담당 부처에서 진행하는 교육 프로그램이 줄을 이었고, 지자체별로 거점대학과 사회적경제계와의 산학협력을 맺는 움직임도 많았다. 지난 2016년 서울시 교육청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균형 있는 교육’을 목표로 제작된 사회적경제교과서를 인정교과서로 승인해 서울지역 384개의 중학교에 배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향력엔 의문이 남았다. 전문가들은 “소관부처에서 개별적으로 교육을 실시함에 따라 프로그램 연계, 실태 파악 및 평가가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교육이 부족하여 시장 활성화가 더디고, 시장이 위축되면 홍보도 힘을 잃는다. 지난해 정부 설문조사에서 국민 절반가량(47.3%)이 “사회적경제란 용어는 들어보지도 못했다”고 답한 배경이다.
| 인재 들여오고, 리더 양성하면… 꿈은 이뤄진다
이번에 새로 발표된 <사회적경제 인재양성 종합계획>에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건 크게 두 가지. 사회적경제로의 인재 유입을 확대하는 것과 기존 종사자의 역량을 강화시켜 리더를 육성하는 것이다.
먼저 혁신적인 청년들의 사회적경제 기업 유입을 확대하기 위한 취·창업 지원이 강화된다. 창업지원 기간을 기존 1년에서 최대 2년까지 탄력적으로 연장하고, 내년까지 공유 오피스, 안테나 숍, 금융 자문·컨설팅이 가능한 혁신공간 조성을 추진하여 자금·공간·판로 등을 체계적으로 밀착 지원한다. 또한, 청년들에 대한 창업지원 규모를 기존 500개 팀에서 1000개 팀까지 확대할 예정인데, 특히 안전·돌봄·문화 등 지역문제 해결에 참여하거나 지역 사회적 경제기업에 취업하는 경우 2년간 최대 연 2400만원의 인건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여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닌 신중년의 사회적경제 유입을 위한 지원도 확대될 방침이다.
기존 종사자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교육 지원도 넓고 다양해진다. 노동부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사회적경제 선도대학을 지정해 오는 2022년까지 20개 대학, 500명에 이르는 학부 전공자 육성을 지원하며, 현재 4개 수준인 대학 내 사회적경제리더과정을 2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이밖에도 ▲사회적기업진흥원 내 신재생에너지, 사회서비스 등 5개 분야 교육과정 개설 ▲KOICA 장기 해외봉사단, 희망사다리 장학생 등 6000여명의 대학생들이 국내외 사회적경제분야로 진출하도록 돕는 교육 및 컨설팅 프로그램 ▲사회적경제 전용 온라인 플랫폼(가칭 SE-배움터) 운영 및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 모델 ‘K-MOOC’ 개설 ▲개별 기업별 맞춤형 교육훈련프로그램 개발 ▲사회적경제 연구학교 지정을 통한 학교협동조합 체험 등을 순차적으로 진행시켜 나갈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계획을 보다 실효성 있게 추진하기 위해 노동부·관계부처·민간전문가·사업주협회·사회적경제지원기관 등으로 이뤄진 ‘사회적경제 인재양상 정책협의회’을 구성하여, 종합계획의 이행사항을 점검하고 추가적인 정책과제를 발굴,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사회적경제가 확산되고 지속성장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들과 제2의 경력을 펼치고자 하는 신중년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사회적경제 성장의 기반을 다져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