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감미로운 피서_ Bar 레너드
도심 속의 감미로운 피서_ Bar 레너드
2018.08.03 18:38 by 전호현

 

덥다. 여름 더위가 매년 되풀이 되는 레퍼토리라곤 하지만 올여름은 특별히 기상관측 111년 만의 최고 더위라는 타이틀까지 따냈다. 더위에 잠을 설쳐 불면증이 찾아올 정도다. 맥주를 파는 가게마다 더위를 피해 모인 손님들이 피서 아닌 피서를 즐기는 요즘, 나 역시 반강제적으로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물론 술 먹을 돈이면 집에서 에어컨을 켜는 것이 낫겠다는 와이프의 말에 ‘난 지구를 사랑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는 차원에서 어차피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가게에 있겠다’고 말했다가 등짝 스메싱 당한 것은 안 비밀.

처음 LP BAR 이야기를 시작했던 엘비스를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나를 LP의 세계로 발 디디게 했던 그때의 형님은 다른 곳에서 가게를 시작하셨고 그곳이 바로 오늘 얘기할 장소, ‘레너드’다.

두 개의 턴테이블과 진공관 앰프

단골 Bar 엘비스 형님이 몇 년 전 갑자기 가게를 그만둔다고 넌지시 일렀을 때 내심, 아니 몹시 서운했었다. 한두 해도 아니고, 긴 시간 동안 내 집처럼 드나들던 곳에서 무엇 때문인지 제대로 소외당한 느낌 아닌 느낌이랄까. 여하튼 조금 삐져있는 상태로 지낼 무렵 형님에게서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이게 무슨 일인가 하고 찾아가니 새로운 가게를 마련하고 오픈 준비를 마무리하고 계신 상태. 엘비스를 접을 때만 해도 “다신 안 하겠다”고 놓아버렸지만 결국 떠나지 못하고 다시 LP BAR로 돌아오신 것이다.

BAR 뒤쪽을 가득 채운 LP

이전 가게에서 LP를 거의 가져오지 못 한데다 스피커, 앰프, 믹서, 각종 부자재에 가게 인테리어까지 완전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상태라 난관 중 난관인 상태였고, 가게 주변은 LP BAR 자체가 생소한 지역이었다. 때문에 처음에 손님이 별로 없어 걱정했었는데, 좋으면 구석에 있어도 찾아오기 마련인지 몇 해가 지난 지금은 심심치 않게 손님들이 들락거린다.

벽면을 채운 포스터

가게 구조는 1층과 1.5층으로 되어있는데, 1층 입구에는 자그마한 공간이 있고 1.5층으로 올라오면 빼곡하게 쌓아놓은 LP가 한쪽 벽면을, 여럿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반대쪽 벽면을 채우고 있다. 옮긴 지도 여러 해라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소품들도 많아졌고, 벽면에 늘어난 다양한 포스터는 그것만으로 새로운 이야기 거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입구의 조그마한 공간, 내가 좋아하는 아델 LP표지

레너드의 스피커는 알텍 랜싱 MRⅡ594 혼이 달린 스피커로 맑고 웅장한 느낌을 전해준다. 특성상 클래식이나 재즈에 더 잘 어울리는 것이 사실이지만 앰프를 통한 형님의 적절한 세팅으로 여러 음악에 두루두루 잘 어울리는 소리를 내뿜어주고 있다. 입구와 창가 양쪽으로 배치해 테이블이나 바에서 최적의 음을 들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

알텍 혼 스피커

만난 지 벌써 10년 가까이 지나 슬슬 나이가 들어가는데도 형님의 깐깐한 성격은 여전하고, 예전만큼 함께 새벽까지 술을 마시지는 않지만 손님이 있으면 힘든 기색 없이 늦게까지 여는 것도 변함없다. 지역마다 특정 계층이 많은 다른 LP BAR들과는 달리 다양한 연령층이 찾아와 틀어주는 노래도 대중없는데 헤비메탈이 나오다 갑자기 70년대 트로트도 나오고, 그러다 뜬금없이 재즈가 흘러나오기도 한다. 뭐가 나올지 몰라 더 기대하게 되는 랜덤 주크박스 같달까. 나오는 노래마다 새롭고 좋아 과자를 입안에 털어놓고 한두 잔 마시다보면 어느새 분위기에 동화되어 새벽이 되는 것은 예사다.

먼로와 부르스 리

1994년 최악의 더위가 덮쳤던 여름, 막 중학생이 된 나는 방학 내내 더위와 사투를 벌였다. 에어컨도 없던 시절 찬물로 샤워하고 돌아서면 다시 땀이 흐르던 그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단수까지 경험하며 정신을 못 차리던 기억. 어머니와 동생과 마루에 가만히 누워있던 장면이 떠오른다. 지금의 내 나이보다 어렸던 어머니는 풀죽은 배추마냥 기진맥진해 있는 우리를 보며 속으로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그때 이상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이지만, 응전의 자세만큼은 살짝 다르다. 요즘은 어딜 가도 긴팔을 입어야 할 만큼 시원한 에어컨으로 무장되어 있지 않나. 그런 괴리감과 함께 과거의 한때를 기억할 겸, 에너지 절약도 수행할 겸, 난 오늘도 레너드로 향한다.

덧- 볼륨 따위는 줄여 주지 않는다. 조용한 분위기를 원하시면 다른 곳으로.

덧2- 기본으로 주는 미니 오징어스낵만으로도 충분하다.

덧3- 가게이름이기도 한 레너드의 곡을 골랐다. 

 

레너드(LYNYRD)

FOR 다양한 음악과 푸근한 곳을 찾는다면...

BAD 손님은 왕이다. (주인은 황제다)

 

필자소개
전호현

건설쟁이. 앨범 공연 사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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