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킹으로 시작한 세 男子, 청년 사업가 되다
버스킹으로 시작한 세 男子, 청년 사업가 되다
2018.08.07 09:00 by 제인린(Jane lin)

 

여기, 유쾌한 청년 세 사람 쉬스랑(徐侍郎), 공쥔지에(龚俊杰), 옌빈(颜斌)이 있다. 스물셋의 동갑내기 세 명의 청년들은 각각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기타와 피아노, 드럼을 연주하고, 사람들에게 그들의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지고 있다. 그들의 주요 무대는 ‘거리’. 사람들이 오고 가는 길 한복판에서 세 남자는 각각 기타를 꺼내고, 전자 피아노를 꺼내 놓는다. 그렇다, 그들은 버스킹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이 선율에 담긴 이야기를 시작하면 어느새 주위에는 100여명은 족히 넘어 보이는 수많은 관객들이 모여든다. 그렇게 버스킹으로 시작한 그들이 이젠 ‘청년 사업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거리의 음악가에서 청년 창업가가 된 세 남자의 ‘음악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버스킹을 하고 있는 음악 전문 교육 학원 ‘LISTEN,樂森’을 창업한 청년 창업가의 모습. 해당 연주는 곧장 온라인 생방송을 통해 중국 전역으로 방영된다.

k-pop의 열기가 뜨거운 중국의 도심 곳곳에서는 늦은 밤까지 거리를 뜨겁게 달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노래 부르는 청년들이다. 후난성의 성도 창사도 예외가 아니다. 창사시 중심에 소재한 대형 쇼핑몰 ‘taskin’에는 매일 밤 쇼핑몰을 찾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오랜 시간 잡아두는 3명의 청년이 있다. 후난사범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한 세 남자는 23세 동갑내기 친구이자, ‘LISTEN,樂森’이라는 간판을 단 음악공작실(음악전문 교육학원)의 운영자다. 세 사람은 지난해 11월 무렵 대학을 졸업한 직후, 쇼핑몰 인근의 오피스텔을 임대해 피아노, 기타, 드럼, 보컬 등을 전문으로 교육하는 사설학원을 개업했다.

당시 그들은 온라인 생방송과 오프라인 버스킹 등으로 큰 유명세를 얻었는데, 이 일대에서는 그들이 나타나기만 하면 구름처럼 몰려든 소녀 팬들로 북적이기 일쑤다. 이들의 음악이 인기를 얻는 비결은 무엇이며, 어떻게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었을까?

이하는 일문일답(멤버들의 얘기를 종합해 각색했습니다.)

-스물셋, 창업을 시작하기에는 다소 이르다. 창업을 계획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다면 무엇인가.

“평생 음악을 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아주 오래전부터 해왔던 것 같다. 아마 처음 기타를 배우고, 피아노를 접하면서부터 그것을 운명으로 여겼다. 그러던 중에 운이 좋게 대학에서 음악을 전공하게 됐고, 4년 동안 오직 음악 생각만 하며 지낼 수 있게 됐다. 물론 단순히 음악만으로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많았다. 지인들 역시 ‘어떻게 음악으로 먹고 살려 하느냐’고 걱정 반 비난 반이 섞인 조언을 많이 해줬다. 하지만 가족들의 응원과 지원 덕분에 창업을 결심했고, 지금까지 무난하게 운영해오고 있다.”

음악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인터뷰 모습과 스튜디오 내부 전경.

-가족들의 응원? 걱정되는 부분이 더 많았을 텐데?

“그 점에선 우린 모두 행운아다. 저희 세 사람의 부모님들 모두 전공을 선택할 때나, 창업을 결심했을 때 어느 한 분도 반대하지 않으셨다. 오히려 현재 중국의 학부모님들 사이에선 자녀가 악기 한두 개 정도는 취미 이상의 실력을 갖추기를 원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 마치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 국가에서 자녀 교육을 위해 악기나 체육 등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한 가지를 교육하는 것과 유사한 분위기다. 자녀가 어렸을 적에 악기를 배워놓으면 이후 성장해서 교우관계나, 사회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다. 그 점 때문에 비록 이제 막 시작한 음악학원이지만, 향후 비전이 밝다고 전망하고 있다.”

-창업을 앞두고 창업 준비 기간과 초기 투자비용 등은 각각 어느 정도였나?

“처음 음악 학원을 창업하기까지 길거리 버스킹과 온라인 생방송 등을 통해 일부 창업비용을 준비했다. 사실 우린 대학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창사시 중심지에서 주말마다 버스킹을 했는데, 그때마다 조금씩이라도 돈이 모이면 그걸 그대로 저축했고, 그 금액이 모여서 약 15만 위안(약 2천 700만원)의 초기 투자비용을 마련했다. 세 명이 공동사장인 만큼 세 명이서 동일하게 투자비용을 마련했고, 수익에 대해서도 그에 합당하게 분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창업한 지는 약 10개월 정도 지났는데, 그동안 버스킹과 온라인 생방송 등을 통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던 큰 관심인데, 이 같은 관심이 곧장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학원에 등록돼 교육받고 있는 수강생의 수는 약 40여명 정도인데, 1차 목표는 이를 100명까지 늘리는 것이다.”

-학원의 주요 프로그램은 어떻게 되나?

“주요 수업은 1인 레슨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1인 레슨의 경우 45분당 100위안(약 1만 8000원), 한 코스는 한 달 정도로 구성돼 있다. 원하는 경우 1대 다수의 레슨도 진행하는데, 대부분의 1대 1 레슨을 원하는 경우가 많아서 오전 10시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수업이 계속된다. 단, 바쁜 수업 일정 중에도 주말 저녁만큼은 꼭 버스킹을 하려고 시간을 비워둔다. 비록 길거리에서 무료로 공연하는 것이지만, 처음 저희들의 시작이 ‘버스킹’이었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에게 우리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이다.”

-수강생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연령은 매우 다양하다. 가장 나이가 어린 학생은 7세 어린이다. 피아노와 기타를 배우고 싶다며 부모님 손을 잡고 학원을 찾아온 학생이다. 비중을 보면, 대학생이나 고등학생들이 가장 많고, 버스킹이나 온라인 생방송을 보고 먼 곳에서 학원을 직접 찾아오는 여학생 팬들도 있다. 음악 학원을 운영하다 보니 장래성에 대해 질문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다. 장래성이나 비전은 오히려 창업 이전보다 창업을 하고 운영을 해오면서 점차 더 확신을 가지게 되는 측면이 강하다. 대학 졸업 후 첫 창업이라는 점에서 창업 전에는 많은 점이 부족하고 어려울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왔었는데, 창업 이후 오히려 많은 분들이 찾아주시고, 수익도 점점 오르고 있다. 음악은 어려서부터 아무 이유 없이 그냥 좋아했던 분야다. 창업을 통해 유명세를 얻고 큰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일이 좋아서 시작했다는 처음 그 마음을 잊지 않고 꿈을 지켜나가고 싶다.”

-한국에도 음악과 관련한 창업을 준비하는 많은 청년들이 있다. 이들에게 창업 선배로 전하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무엇인가.

“뜻과 마음이 맞는 동업자를 찾는 것이 성공의 첫 번째 열쇠라고 생각한다. 특히 누군가에게 음악이라는 도구를 통해 목소리와 생각을 교육하는 일이라면 이 길을 함께 갈 친구들을 오랜 시간 고민해서 찾아보길 바란다. 물론 창업을 하기까지 청년들에게 가장 큰 부담은 아무래도 창업비용을 마련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음악 교육 사업은 다른 사업과 비교해서 악기와 장비, 스튜디오 임대료, 인테리어 비용 등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창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음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이 일을 평생하겠다는 투철한 직업의식이 있어야 한다. 케이팝이 유행이고, 대세가 연애사업이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창업은 반드시 오랜 시간 유지될 수 없다. 사회적인 분위기를 따르기보단, 내면의 목소리를 듣고 그래도 ‘이 길이 내 길이다’라고 여겨진다면 도전해볼 만하다.”

 

/사진: 제인린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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