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10년 전 오늘 8월 8일, 중국 베이징에서 올림픽이 개막했습니다. 자국에서 처음 열리는 국제 스포츠 행사인 만큼 당시 중국의 준비는 대단했습니다. 화려한 볼거리와 엄청난 규모의 이벤트를 전 세계에 과시했습니다. 그런데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2008년 8월 8일 8시 8분 8초에 맞춰 개막식을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대체 8이라는 숫자가 중국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일단 기원부터 알아보도록 하자. 사실 생각보다 단순하다. 중국어로 숫자 8(八)은 ‘ba’라고 발음한다. 이는 돈을 번다는 뜻을 가진 ‘发财’의 ‘发(fa)’와 발음이 유사하다. 오랜 역사 속에 미신에 대한 상당한 믿음, 여기에 21세기를 전후해 개혁개방이 이뤄지면서 자리 잡은 물질 만능주의가 맞물리면서 빚어진 특성이다.
숫자 8에 대한 중국인들의 집착은 상상을 초월한다. ‘8888’ 같은 자동차 번호판이나 휴대폰 번호를 갖기 위해 엄청난 돈을 들여 로비를 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실제로 최근 한 자동차 번호 경매에서 8이 4개가 들어가는 번호판이 한국 돈으로 약 3억원에 낙찰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국 증권시장에서 한 투자자는 고유종목코드에 8이 2개 들어갔다는 이유로 해당 주식을 대거 매수하기도 했다. 인터넷 도메인 중 ‘www’와 ‘com’ 사이에 8만 넣어서 사용하는 주소가 여럿 있는데 모두 중국 사이트다. 상점에 있는 물건 가격은 188위안, 998위안 끝자리 수는 대부분 8이다. 호텔에서 8이 들어가는 방은 예약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중국을 상대로 한 기업들의 대응도 발 빠르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시내 한 호텔은 8가지 재료로 8분간 요리한 메뉴를 내놨다. 한 국내 항공사는 중국발 한국행 비행기 편명에 8을 넣어 홍보하기도 했다.
중국에서 기업을 꾸리거나 거래처를 둔 한국 기업인들은 이 같은 특성을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 이를 이용해 물건 5개를 구입하겠다는 중국 거래처에 8개를 제안해 수주하기도 하고, 선물의 개수를 8개로 맞춰 보내기도 한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