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메이커는 재료 탓 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메이커 스페이스를 가다③
훌륭한 메이커는 재료 탓 하지 않는다
2018.08.14 16:14 by 이창희

손에 잡히는 대로 뭐든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게 좋기만 한 당신. 수익활동이든 취미든 무언가를 만드는 작업은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어느새 그렇게 도래한 호모 메이커스의 시대. 제조업 르네상스가 움트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기록적인 인구밀도를 자랑하는 이 땅에서 마음 편히 내 물건을 만들 공간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구나 기술력을 갖춘 도구와 장비는 희소하고, 구매 혹은 이용 가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만들고 싶고 만들 것도 있는데,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죠.

다행히 최근 정부 주도의 메이커 문화 확산 정책이 시행되면서 전국 곳곳에 메이커 스페이스들이 생겨나는 중입니다. 이곳에서는 고가의 장비들을 무상 혹은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고, 사용법에 대한 교육도 받을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신과 같은 메이커들과 함께 어울리며 정보 교류와 작업물에 대한 공유도 가능합니다.

자동차를 만드는 현장. 투박한 메카닉의 손 대신 아이들의 고사리손이 분주히 움직인다. 차량의 몸체가 되는 건 페트병 조각이요, 바퀴가 되는 건 페트병의 뚜껑이다. 가장 중요한 동력은 모터 대신 비닐 날개로 대신했다. 이렇게 완성된 자동차들이 10m 남짓 경사 진 트랙을 달린다. 랩타임 기록에 따라 우승자가 가려지고 환호성이 터져 나온다. 서울새활용플라자에 위치한 꿈꾸는 공장에서 열린 ‘Races-up’ 현장이다.

꿈꾸는 공장에서 열린 ‘Races-up’ 대회.(사진: 꿈꾸는 공장)
꿈꾸는 공장에서 열린 ‘Races-up’ 대회.(사진: 꿈꾸는 공장)

늠름하게 배치돼 있는 3D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다양하게 갖춰진 수공구(Hand tool), 곳곳에 마련된 작업대. 여느 메이커 스페이스와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꿈꾸는 공장의 외관이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이 다르다. 그것은 바로 소재다.

버려진 소재들을 활용해서 무언가를 만드는 공간입니다. 흔히 재활용으로 알고 계시지만 저희는 새활용이란 표현을 씁니다. 재활용품에 디자인 또는 활용도를 더해 가치를 담은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합니다.”(김영호 꿈꾸는 공장 선임연구원)

지난 5월 서울새활용플라자에 문을 연 꿈꾸는 공장.(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지난 5월 서울새활용플라자에 문을 연 꿈꾸는 공장.(사진: 더퍼스트미디어)

보다 이해를 돕자면 차이는 이렇다. 초록색 소주병을 수거해 다시 소주를 담아 판매하는 것이 재활용이라면, 이 소주병을 유리공예 작품으로 만들면 새활용이 되는 것이다.

새활용을 통한 만들기를 추구하는 만큼 소재도 다양하다. 목재와 금속이 위주인 다른 메이커 스페이스와 달리 이곳에서는 페트병과 유리병,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빈 캔과 버려진 옷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소재의 다양함은 기발한 창의성과 만나 실로 다양한 작품을 만들어낸다.

위에서 언급한 Races-up의 경우도 그렇다. 자동차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얇은 종이박스를 이용하고,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구멍이 뚫린 페트병을 사용한다. 동시에 추진력을 얻을 목적으로 종이 날개를 달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이 아이들의 창의력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Races-up’ 대회에 출전한 미니 자동차들. 이른바 ‘명예의 전당’. (사진: 더퍼스트미디어)
‘Races-up’ 대회에 출전한 미니 자동차들. 이른바 ‘명예의 전당’. (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이곳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소재는 MDF 합판이다. 목공에 쓰이고 남은 나뭇조각이나 대나무, 볏짚, 헌 옷 등에서 섬유조직을 분리한 후 접착제를 넣어 열과 압력을 가해 만드는 대표적인 재활용 소재다.

방학 중 직무 연수로 이곳을 처음 와보게 됐습니다. 단순히 무언가를 만드는 것 자체로도 즐거운 일이지만 버려지는 소재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황병남 대원고 교사)

MDF 합판 조각으로 작업 중인 황병남 교사. (사진: 더퍼스트미디어)
MDF 합판 조각으로 작업 중인 황병남 교사. (사진: 더퍼스트미디어)

꿈꾸는 공장은 문을 연 지 100일도 되지 않은 메이커 스페이스지만 초보 메이커들에게 벌써부터 입소문이 났다. 이용 교육을 받고 멤버십에 가입한 후 월 5만원의 이용료를 내야함에도 초중고 학생부터 대학생,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다만 공간의 활용성과 찾는 이의 다양성에 비해 이용객 수가 아직은 폭발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 이는 거의 모든 메이커 스페이스의 고민이기도 하다.

문화적 확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시민들이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여가를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게끔 해야 합니다. 그만큼의 공간과 장비가 갖춰지고 있고요. 관심을 가진 일부만이 향유하는 그들만의 리그로는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죠.”(김영호 선임연구원)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새활용플라자. 꿈꾸는 공장은 이곳 1층에 있다. (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서울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새활용플라자. 꿈꾸는 공장은 이곳 1층에 있다. (사진: 더퍼스트미디어)

이를 타개하기 위한 일환으로 꿈꾸는 공장은 올해까지 여러 이벤트를 펼쳐 홍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 홍보 이벤트에는 단순히 공간을 알리는 것을 넘어 새활용에 대한 의의도 포함된다. 당장 오는 10월 예정된 리보트(Reboat) 프로젝트가 대표적인 이벤트다.

과거 페트병이나 캔을 모아 만든 뗏목으로 한강을 도하하는 사례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리보트 프로젝트는 한강을 건너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강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수거하고 이를 다시 제작에 활용하는, 완전한 업사이클링(up-cycling)’을 꿈꾼다. 이제는 당신도 집에 굴러다니는 재활용 쓰레기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일 터다.

필자소개
이창희

부(不)편집장입니다. 편집을 맡지 않았고 편집증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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