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나, 우리가 모여 ‘홍대스러움’을 발산하다
홍대앞 문화 파수꾼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너, 나, 우리가 모여 ‘홍대스러움’을 발산하다
2018.08.21 12:24 by 송희원

 

역사상 유례없는 고(高)스펙, 88만원 세대, 중규직, 최저시급… 이 시대 청년들에게 거머리마냥 붙어있는 키워드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청년문제 해결에 여전히 게으릅니다. 결국 기다림을 포기한 청년들은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대단하다거나, 거창한 구호를 외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역대 그 어느 세대들보다도 유쾌하고 유연하며 진지하고 치열합니다. 조금씩 움트는 이 변화의 물결을 가감 없이 담아보려 합니다.

 #장면 하나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쬐던 어느 한낮의 여름, 서울 마포구 연남동 경의선숲길 공원에 열 명 남짓의 사람들이 모였다. 문학동아리를 하는 중학생부터 시를 쓰는 습작생까지. 참가자들의 연령대도 관심사도 제각각. 이들은 석지연·권창섭 시인의 인솔 아래, 3시간 동안 홍대 경의선 책거리와 홍대 독립서점 탐방한다. 각 공간을 들를 때마다 홍대와 관련된 시 낭독도 이뤄진다. 이들은 탐방을 마친 뒤 홍대 뮤지션들의 공연장이자 카페인 ‘언플러그드’에서 산책을 통해 발견한 키워드로 한 편의 시를 완성한다.

#장면 둘

폭염이 한창이던 지난달,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예술공간 ‘라움트’ 세미나실에 노트북과 종이·펜을 든 이들이 모였다. 연극배우부터 독립잡지 발행인, 홍익대 학보사 대학생, 문화기획자, 회사원까지 다양하다. 이들이 모인 이유는 글쓰기 수업을 듣기 위해서. 올해로 창간 10년을 맞이하는 홍대앞 문화예술 매거진 ‘스트리트H’의 정지연 편집장이 진행하는 수업이다. 이들은 4주 동안 글쓰기의 기본기와 기획 중인 독립잡지 얼개를 다듬고, 스트리트H에 객원에디터로 활동하는 경험을 선물 받는다.

(왼쪽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연시홍시’ 포스터 / ‘연시홍시’ 홍대앞 탐방 워크숍 모습 / ‘에디팅 스쿨’ 포스터 / ‘에디팅 스쿨’ 글쓰기 강좌 모습

앞에서 언급한 활동들은 ‘홍대앞에서 시작해서 우주로 뻗어 나갈 문화예술 사회적협동조합’(이하 홍우주)가 ‘스타카토H(STACCATO H)’라는 자체 플랫폼 브랜드로 진행하는 워크숍·강좌들이다. 모두 ‘홍대앞’이라는 지역적 연관성을 가지고 기획됐으며, 홍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이 주체가 되어 진행한다.

창작자 커뮤니티 ‘안전가옥’, 독서모임 ‘트레바리’, 취미활동 중개 플랫폼 '프립(Frip)'까지. 최근 취미를 기반으로 한 온·오프라인 강좌들이 넘쳐난다. 그야말로 커뮤니티 문화예술 플랫폼 전성시대다. 이 전장에 사회적협동조합 홍우주도 ‘스타카토H’라는 브랜드를 무기로 동참했다.

 

| “홍대앞 문화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사람들 모이세요.”

‘홍대앞에서 시작해서 우주로 뻗어 나갈’이란 거창한 이름을 가진 사회적협동조합의 시작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홍대앞 예술가들의 아지트와 같았던 서교예술실험센터가 임대기간 만료로 폐관위기를 맞았을 때, 문화예술단체들 중심으로 폐관 반대 캠페인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홍대 문화예술인을 아우르는 대표협의체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렇게 결성된 것이 바로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2014년 8월의 일이다.

2018년 홍우주 정기 총회.

지난 14일, 홍우주 사무실(서울 마포구 상암동 문화비축기지)에서 만난 정문식 홍우주 이사장은 “처음 조직을 만들 때 형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정 이사장은 “공공성, 공적인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조직의 형태를 염두에 뒀고, 그 결과 모든 구성원들이 함께 하는 사회적협동조합을 선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사회적협동조합은 (영리)법인인 협동조합과는 다르다. 공익사업을 40% 이상 수행해야 하고, 지역사회 재생 및 주민들의 권익을 증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 따라서 이익이 생겨도 조합원에게 배당이 금지되며, 이익금을 이월해야 한다.

현재 4주년을 맞은 홍우주의 조합원은 120여 명에 달한다. 홍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카페나 식당 등 공간 운영자, 지역주민, 대학생 등이 하나둘 동참했다. 모두 홍대앞의 독특한 공간적·문화적 자산이 지켜지길 바라는 이들이다. 실제로 정문식 이사장 역시 홍대에서 오랫동안 인디밴드로 활동했던 뮤지션이다.

(좌)홍우주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마포 문화비축기지 내 상암소셜박스. 이곳은 서울시가 사회적경제 생태계 조성 및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만든 공간이다. (우)정문식 홍우주 이사장(사진: 더퍼스트미디어)

| 공적인 가치 어필 보다, 브랜드 경쟁력으로 겨루자

홍우주는 서교예술실험센터를 지켜내는 것을 시작으로 지역 내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펼쳐왔다. 정책토론회에선 홍대앞 문화예술계의 지킴이를 자처하며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중 대표적인 사업이 2015년부터 마포구와 함께해온 ‘사회적경제특구사업’이다. ‘스타카토H’는 이 사업의 일환으로 2017년 홍우주가 마포구와 함께 만든 브랜드다.

*서울시사회적경제특구사업
지역의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사회적경제 사업 모델을 개발, 지역문제를 해결하는 사업이다. 마포구를 비롯해 성북, 성동, 광진, 강북, 노원, 관악, 금천구가 사회적경제특구 사업 지역으로 선정됐다.

“홍대앞 문화예술의 자원, 사람, 콘텐츠로 무엇을 해볼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가 예술가가 직접 나서서 홍대앞과 관련된 여러 가지 프로그램을 만들어보자고 의기투합했죠. 작년에 만든 ‘스타카토H’는 그 결과물입니다. 문화예술을 매개로 창작과 놀이, 소비를 하는 플랫폼이죠. 2015년부터 다양한 단체들과 활동해온 경험이 지금의 플랫폼을 운영하는 데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정문식 이사장)

‘스타카토H’ 플랫폼 사업은 크게 하루짜리 ‘워크숍’과 ‘클래스(강좌)’ 두 축으로 진행된다. 워크숍은 예술가들이 직접 기획·진행하고 이 과정에 홍우주 프로젝트 매니저가 컨설턴트로 참여한다. 홍대앞 풍경을 직접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편집하는 ‘스마트폰 여행 영상 만들기’, 투어를 통해 한 편의 시를 만들어보는 ‘연시홍시’, 자신의 주변 이야기를 소재로 스스로 작사·작곡해 보는 ‘나의 음악 레시피’ 등이 현재 진행 중인 프로그램이다.

클래스는 보다 더 본격적이다. 실무적인 능력을 익힐 수 있는, 예술가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수업들이다. ‘스트리트H와 함께하는 에디팅 스쿨(정지연 스트리트H 편집장)’, ‘예술인을 위한 임대차 법률 가이드(신아람 변호사)’, ‘어도비 프리미어 영상편집(신영준 ICON TV PD)'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홍대앞 문화예술 공간과 사람을 주제로 한 음악, 영상, 시, 명상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기존의 예술인 지원사업같이 단순한 창작지원 형태가 아닌, 예술가가 ‘워크숍’을 통해 본인의 사업을 직접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일종의 비즈니스 구축을 위한 모델이죠. 실무적인 역량은 ‘클래스’를 통해서 개발하고요. 플랫폼 참여 예술가들은 클래스를 통해 실무 역량을 높이고 워크숍을 진행하며 노하우를 쌓을 수 있죠. 그게 오롯이 자신들의 네임벨류가 되는 것이고요.”(정문식 이사장)

홍대앞 풍경을 직접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편집하는 ‘스마트폰 여행 영상 만들기’ 워크숍 모습.

홍우주 '스타카토H‘의 목표는 홍대앞 청년·문화예술인들의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안정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수익성을 만들기 위해 모든 수업을 유료화하고, 소비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프로그램 디자인과 기획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도 그래서다. 홍우주가 디자이너, 기획자 등 문화예술 주체들로 구성된 것도 이 대목에서 힘을 더한다. 정 이사장은 “공적인 가치를 내세우며 안일하게 접근하기보단 스스로 브랜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홍보에 큰돈을 들일 수 없는 비영리민간단체 특성상 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지난 3년을 이어온 마포구 사회경제특구사업은 올해로 마무리된다. 홍우주로선 새로운 시험대 앞에 놓인 셈. 정 이사장은 ‘스타카토H’라는 브랜드의 자생력과 지속가능성을 거듭 강조한다.

“최근에 플랫폼 기반으로 문화예술 사업을 하는 곳들이 많아졌다곤 하지만 주로 기업이나 재단들이 해요. 저희처럼 지역 기반으로 하는 게… 사실 잘 되기 쉽지 않거든요. 그래서 더 욕심이 납니다. 그 어려운 걸, 그것도 사회적협동조합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습니다.(웃음)”

홍우주 ‘스타카토H' 홈페이지, 프로그램 포스터 캡처

/사진: 홍우주사회적협동조합

필자소개
송희원

목표 없는 길을, 길 없는 목표에 대한 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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