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을 주무르는 ‘알부자’들, 그 출생(지)의 비밀
대륙을 주무르는 ‘알부자’들, 그 출생(지)의 비밀
2018.08.21 13:53 by 제인린(Jane lin)

캉스푸(康师傅)랑 통이(统一)에서 만든 중국라면을 여기선 2500원이나 주고 사야 돼!”

필자가 미국에서 지냈던 어느 날, 중국에선 2위안(300)도 안 되는 중국산 봉지라면을 값비싸게 사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곧장 중국 친구에게 전화해 그 사실을 알렸더니, “그럼, 해외 직구 사이트를 열어서 장사를 하자고 제안하더군요. 자신의 남편이 자본금 전액을 지원할 테니, 필자에겐 현지 시장 조사만 담당해 달라고요. 그 친구는 미국에 3층짜리 빌딩을 서 너 채나 가지고 있는 알부자입니다. 그리고 그녀와 그의 남편 고향이 중국 저장성 원저우(温州). 오늘 이야기할 바로 그곳입니다.

‘진짜’ 부자들이 나고 자란 곳. 저장성 원저우.(사진: 바이두)
‘진짜’ 부자들이 나고 자란 곳. 저장성 원저우.(사진: 바이두)

他们说, 그들의 시선

유태인은 장사 수완이 좋으면서 멀리해야 할 외국인으로 통한다. 그들의 경제적 능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그들끼리만 어울리는 집단적인 문화 성향 그리고 돈을 버는 데 능숙한 약삭빠름에 대해 각각 경외와 경멸이 뒤섞인 감정을 느낀다.

중국에도 유태인과 같은 특징을 가진 이들이 존재한다. 저장성 원저우 출신자들이다. 한국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에서 내로라하는 부호들 상당수는 원저우에서 태어났다.

실제로 베이징과 상하이, 선전, 광저우 등 부동산 시장이 크게 발달한 대도시 상권의 절반 이상은 원저우 출신자들이 쥐고 있다. 당연히 중국 내 이들이 가진 경제적인 위상은 엄청나다.

중국의 부자라면 당연히 베이징·상하이 출신자들이 대부분일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을 한국 독자들을 위해, 원저우의 진짜 알부자들을 소개한다.

중국 대도시를 주무르는 원저우 출신자들의 부.(사진: 웨이보)
중국 대도시를 주무르는 원저우 출신자들의 부.(사진: 웨이보)

她说, 그녀의 시선

중국에서는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에 사람 인()자를 붙이곤 한다. 그중 베이징런(北京人)’이나 상하이런(上海人)’들은 스스로를 해당 명칭으로 불리길 자처할 정도로 자부심이 높다. 베이징과 상하이가 중국의 정치와 경제를 대표하는 중심지이기 때문에서다.

하지만 베이징과 상하이 안에서도 땅값이 비싸기로 소문난 지역의 진짜 주인을 수소문해보면 해당 지역 출신자는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나머지 절반 이상은 모두 원저우 출신자들이다. 이들은 좀처럼 스스로를 원저우런이라 부르지 않는다. 대신 그들에게는 중국의 유대인이라는 별칭이 따라 붙는다.

그렇다면 원저우 출신자들은 어떤 이유에서 그 같은 별명을 얻게 됐을까. 사실 알고 보면 원저우는 3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1년 중 2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비가 내리는 척박한 자연 환경을 갖추고 있다. 농업에 적합하지 않은 탓에 상공업이 발달했고, 사람들은 앞 다퉈 대도시로 진출했다.

이들은 베이징·상하이·선전·광저우 등 대도시에 자리를 잡고 거주하며 경제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부지런하고 눈치가 빠르며 이해에 밝은 특성을 가졌다. 중국을 넘어 세계 각국 부동산과 주식을 빠르게 장악하고 있는 것도 이들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중국 신화망 보도에 따르면 미국·유럽·일본·싱가포르 등에 거주하는 화교들의 절반 이상이 원저우 출신자 혹은 이들의 2~3세다. 특히 미국 비자 발급 요건인 부동산 1채 이상 소유일정금액 이상의 자본 소유에 부합하는 이들의 64% 이상은 원저우 출신들이다.

중국에서 신조어가 된 ‘원저우 상인’.(사진: 웨이보)
중국에서 신조어가 된 ‘원저우 상인’.(사진: 웨이보)

이들은 그들 스스로를 보호하고 지속적으로 부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들만의 커뮤니티인 원저우 상회를 조직했다. 단순히 같은 국가와 지역 출신의 모임이 아니다. 엄청나게 폐쇄적인 조직 특성을 갖고 있으며, 경제적으로 핵심이 되는 정보는 내부에서만 공유한다.

심지어 투자와 대출 등 자금거래마저 내부에서만 이뤄진다. 거의 은행 수준이다. 원저우 출신의 부자들은 시중은행을 좀처럼 이용하지 않는다. 원저우 상회의 대출 조건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척박한 환경의 원저우에서는 상공업이 발달했다.(사진: 웨이보)
척박한 환경의 원저우에서는 상공업이 발달했다.(사진: 웨이보)

자연스럽게 결혼이나 교제 역시 주로 그들 안에서만 이뤄진다. 중국의 대도시에서, 그리고 해외에서도 원저우 출신들은 스스로와 외부인을 철저히 나눈다.

이들을 바라보는 중국 내 다른 지역 사람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들의 부가 늘어갈수록 그들에 대한 질시와 반감도 비례해서 커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 같은 시선에 대해 원저우런들은 어쩔 수 없는 생존 전략이라고 항변한다. 그리고 가진 쪽인 그들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사실은, 중국이 완연한 자본주의 국가로 변모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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