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의 고통 떨치고, 새로운 희망 품어요”
암 환자 자립 지원하는 ‘다나음’ 프로그램
“암의 고통 떨치고, 새로운 희망 품어요”
2018.08.31 15:39 by 송희원

 

“막상 투병생활을 마치자 새로운 고민거리들이 엄습했어요. 애써 쌓아올린 경력을 잃었다는 상실감, 다시 일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 같은 것들이었죠.”

지난해 7월 유방암 판정을 받은 이수영(가명)씨. 약 반 년 간 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거쳐 가까스로 일상생활이 가능해졌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평소 긍정적이고 열정적인 성격 덕분에 적극적으로 사회복귀를 꿈꿨으나, 세상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씨는 이대로 주저앉을 마음이 없다. “암은 극복가능한 병이에요. 이미 훌륭히 극복해내신 분들도 많고요.”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병마를 떨칠 수 있었던 이유마저 느껴진다.

지속적인 의학의 발달은 암의 공포를 어느 정도 덜어냈다. 실제로 암 유병자 10명 중 7명이 5년 넘게 산다는 통계도 있다.(국가암정보센터, 2017) 하지만 병상을 벗어나면 곧장 다른 문턱에 걸린다. 사회적응, 복직, 구직 같은 것들이다. 지난 2014년 서울대병원 암통합케어센터 조사에 따르면, 폐암 경험자 829명 중 치료 후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비율이 4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 유병자 10명 중 9명이 전 직장에 복귀하지 못한다’는 통계도 있다. 조영미 중앙대 사회복지학부 외래교수는 “과거의 암은 치료의 부분을 중요하게 여겼지만, 최근 암 생존율이 높아짐에 따라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복귀하는 문제가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의료기술의 발달로 암 생존률은 늘고 있지만…

암 생존자 지지 및 사회복귀 지원에 대한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다. 이미 미국과 일본 등에선 암 환자들의 경력연장, 직업재활, 정서적 지지를 돕는 인프라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국내는 전무하다는 평가다. 지난해 정부와 국립암센터가 전국 6개 지역에 ‘암 생존자 통합지지센터’를 만들겠다고 나선 것도 이런 흐름에 동참한 것. 암으로 인한 경력단절, 그로부터 파생되는 경제적 손실을 감안하면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민간에서도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나서기 시작했다. 지난 6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암 환자 자립 지원 프로그램 ‘다나음’(다시 나아가는 한 걸음)도 그중 하나다. 한국MSD가 후원하고 사단법인 아르콘(ARCON)이 주최하는 이 프로그램은 사회복귀를 준비하는 암 경험자 및 가족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교육을 지원하여, 그들의 경제·사회적 고립을 탈피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강점은 실질적인 자립 기반을 마련해 준다는 것. 암 경험자들의 수요조사를 통해 상담(공공선연구소), 사무관리(SBS아카데미컴퓨터아트학원), 사진(바라봄사진관) 등의 과목을 선정했고, 실제 인턴십까지 연결해 실무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돕는다. 상담교육을 맡았던 최정은 공공선연구소 소장은 “사회로 복귀하고 싶은 참여자들의 의욕과 열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면서 “같은 고통을 겪은 만큼, 서로 격려하며 지지자가 되어주려고 했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다나음’의 상담교육(왼쪽)과 사진교육 장면(사진: ARCON)

유방암 완치 후에도 상실감을 느꼈던 이수영(가명)씨도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다··음’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상담사로 역량을 키우고 있는 것. 이미 인턴활동까지 마치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도 생겼다고 한다.

“막연했던 길이 교육을 통해 구체화되면서 마음의 힘이 조금씩 채워지고 있어요. 그만큼 불안감은 줄어들고 있고요. 제가 받은 소중한 기회를 다른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멋진 상담사가 되고 싶습니다.”(이수영 씨)

‘다나음’ 프로그램은 암경험자를 대상으로 자립교육과 인턴십을 진행했고, 오는 10월부터 암 환자와 가족이 참여하는 오픈특강(가족 소통 집단상담 프로그램)이 열릴 예정이다. 프로그램을 맡고 있는 이미현 ARCON 차장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암 환자들의 경제적 자립은 물론,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개선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송희원

목표 없는 길을, 길 없는 목표에 대한 확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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