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향수의 연대기_ 피터 폴 앤 메리 2탄
추억과 향수의 연대기_ 피터 폴 앤 메리 2탄
2018.08.31 18:06 by 전호현

 

지옥 같던 여름이 슬슬 지나갈 기미다. 입추가 지난 뒤 느껴지는 바람의 변화와 버틸만한 더위에 기분이 한결 나아진다. 장마기간 동안에도 오지 않던 비가 주먹만 한 물방울이 되어 떨어지는 사이 방문한 LP BAR는 ‘피터 폴 앤 메리’. 전에 방문한 곳이 아니냐고? 알고 보니 거기가 2호점이고 여기가 ‘오리지날’이었다.(참고: 3화 '가까이여서 소홀해지는 것들을 위해 피터 폴 앤 메리) 의도하지 않은 시리즈 내의 작은 시리즈, ‘피터 폴 앤 메리’ 2탄이다.

두 개의 턴테이블과 사장님의 고정석

글을 쓰기 위해 몇몇의 LP BAR를 다니면서 느낀 건, 어찌 됐건 취미가 일이 되면 괴로워진다는 어른들의 말씀을 절감했다는 것. 사람들이 좋아하는 애창곡이 비슷비슷하다 보니, 어디를 가든지 같은 노래가 반복적으로 들린다. 자연스레 좋아하던 음악도 물리기 마련… 그렇게 피폐해져 가는 가운데 오랜만에 조용히 맥주나 한잔하려고 들린 종로의 ‘피터 폴 앤 메리’에서 ‘원조’의 존재를 듣게 된다. 사장님 동생분이 하던 원조가게가 있고, 이곳은 따로 나와 차린 것이라는. 심지어 비슷한 분위기에 규모는 원조가 더 크다고… 매너리즘에 빠지기 일보 직전. 냉큼 공덕역에 자리 잡은 원조 ‘피터 폴 앤 메리’로 향했다.

벽을 채운 LP들

반갑게 맞아주시는 사장님과 사모님. 더 빽빽하게 자리한 소품과 화보, 그림들. BAR위주의 가게와 달리 대부분 테이블로 구성된 자리배치 등이 종로 피터 폴 앤 메리와 닮은 듯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2011년부터 시작해 이제 8년 차가 된 가게에는 오랜 단골손님들이 많았고, 두 명이서 마주 볼 수 있는 조그만 테이블은 인원에 따라 여기저기 이동하며 새로운 손님을 반기고 있었다. 새로 생기는 모던한 LP BAR들과는 다른 정겨운 분위기. 가게 내부는 아날로그적인 감성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곳곳의 소품들과 벽화들은 7~80년대의 감성과 최근 트렌드를 묘하게 결합해 놓고 있었다. 구석구석 숨어있는 소품들을 보는 것도 큰 재미.

독특한 벽화들

스피커는 JBL L65와 4425 4개의 스피커로 구성되어 사방 모퉁이에서 고루고루 음악을 들려준다. 애틋한 소리의 마란츠 2330 리시버와 음이 퍼지는 L65 특성은 테이블 위주의 가게에 잘 어울렸다. 거기에 혼스피커 타입인 4425의 맑은 소리도 가게의 분위기 형성에 한몫 제대로 거들고 있었다. 오랜 향수의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반길만한 사운드. 모나지 않은 JBL은 어딜 가나 사랑받는다.

JBL L65와 4425

주변에 회사가 많다 보니 손님층은 직장인과 근처에 있는 학교의 학생들이 많다고 한다. 늦은 시간이 되면 조용해지는 동네인데도 가게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틀어주는 음악도 신청곡도 연령대만큼 다양하다. 오순도순 모여서 마실 수 있는 분위기는 덤이다. 가끔 만취해서 들어오는 손님 말고는 큰 애로사항이 없다며 가게를 즐기는 사장님과 사모님 덕에 오랜 단골식당처럼 편하게 올 수 있는 장소가 되어 있었다. 일반 BAR와 달리, 사장님과의 대화는 힘겨운 편, 음악에 집중하기 위함이니 양해를 바란다고.

구석진 자리도 매력적

처음 호기롭게 LP BAR를 돌아다닐 때와 다르게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 어렵게 되면서, 슬슬 지쳐갔다. 서두에 말했던 것처럼 취미로만 멈춰야 하는 것들도 있을 터. 그런 고민 중에 찾아온 이곳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입구에 쓰인 문구가 딱 들어맞는, 구멍가게 같은 편안함과 추억이 가득한 곳.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

007 시리즈는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연한 ‘카지노로얄’부터 화려하게 부활했다. 단편으로 끝났던 기존의 구조에서 탈피해 영화 서사가 이어지는 구조를 처음 택하면서부터다. 이곳도, 종로에 위치한 ‘피터 폴 앤 메리’라는 시리즈가 번성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이렇게 편안함과 추억을 나눠 주는 곳이라면 많아질수록 좋으니까. 70~80년대가 그립거나 혹은 알아보고 싶은 분에게 적극 추천.

덧1- 구석에 커플석이 한 자리 있다. 선점하도록.

덧2- BAR 자리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덧3- 사장님이 좋아하는 곡 Hoobastank - The Reason

 

피터 폴 앤 메리(PeterPaul&Mary)

FOR 친구, 동료들과 추억을 즐기고 싶다면

BAD 구석진 BAR자리를 찾는 당신

 

필자소개
전호현

건설쟁이. 앨범 공연 사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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