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그리던 와이키키 해변에서 도망쳐 나온 사연
꿈에 그리던 와이키키 해변에서 도망쳐 나온 사연
2018.09.13 17:10 by 제인린(Jane lin)

 

‘하와이(Hawaii)’

이 세상에 남은 유일한 파라다이스라고 불리는 곳. 1년 365일 연평균 26도 미만의 기온과 어느 곳이든 와이키키 해변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닷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 8개의 섬 어느 곳에 있든 도보로 15분 거리에 해변이 펼쳐진 곳, 숨이 막힐 듯한 형형색색의 하늘이 매일 밤 펼쳐지는 곳.

필자가 이곳을 찾았던 첫날, 새벽 호텔 창밖으로 마주한 동트는 하와이의 하늘은 지금껏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오묘한 핑크빛을 띠고 있었다. 필자는 그날의 새벽 하늘을 보곤 육성으로 “이러면 반칙이지”라고 되뇌었다. 지금 와서 회상컨데, 마치 앞으로의 하와이 생활 역시도 그 빛깔처럼 아름답기만 할 것이라고 섣부른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닐까 싶다. ‘3개월 동안만 하와이에 거주하겠다는 계획을 무기한 거주계획으로 전면 수정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착각까지 했었으니까.

하지만 그 생각은 현지인의 삶을 시작한 지 불과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변하기 시작했다.

와이키키 해변(왼쪽)과 해변을 둘러싼 산책로를 걷는 하와이 주민들의 모습.

파라다이스로서의 하와이는 살인적인 물가를 견딜 수 있는, 경제적인 여유를 가진 이들에게만 허락되는 것이며, 그 자격을 갖추지 못한 이들에겐 오히려 가혹한 곳이다. 손에 닿을 것 같지만 만질 수 없는 구름과 숨을 쉬곤 있지만 사실상 주린 배를 채워주지 못하는 맑은 공기만이 필자가 이곳에서 향유할 수 있는 전부였다.

지금도 누군가 필자처럼 무지의 상태에서, 이미지만 가지고 하와이에서 ‘살아보기’를 꿈꾸는 독자가 있다면 반드시 필자의 원고를 관심 있게 살펴봐 주시길 부탁드린다.

(이하의 내용은 당신이 하와이를 처음 방문했을 때 경험할 수 있는 사례를 가상으로 예측해 구성했습니다.)

티 없이 맑은 하늘과 대비되는 노숙자의 모습. 저 분은 필자가 하와이에 거주하는 동안 매일 한자리에서 이동하지 않은 채 바닥만 바라보고 있는 일상을 보냈다.

우선, 하와이에서 ‘살아보기’를 준비 중인 당신의 손에 약 1000만원의 현지 정착 자금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당신의 소중한 그 돈이 현지에서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과정을 예상해 보겠다.

자, 당신은 가장 먼저 하와이행 비행기로 저가 항공사를 예매하기 위해 약 60~90만원(편도) 항공권을 구매했을 것이다. 약 10시간의 비행시간 끝에 도착한 하와이에서 가장 저렴한 수준의 호텔(7~9월, 12~2월 성수기 가격, 1박 150달러 수준)에서 약 일주일 동안 머물면서 현지에서 필요한 것들을 마련하고자 한다.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는 장기간 거주할 호텔, 콘도, 아파트 등을 구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 당신은 어떤 문제에 봉착한다. 현지에는 우리나라와 같은 부동산 전문 중개 업체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물론 간혹 길거리나 현지 신문 모퉁이에 부동산 전문 중개인 광고가 게재되지만, 이는 오직 대형매매 시에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당신이 원하는 1~3개월의 단기 임대자는 이용 대상이 아니다.

길거리를 걷다 보면 10블록마다 하나씩 ‘임대(lease)’라는 문구를 볼 수 있지만, 당신에게 미국(하와이 포함)에서 거주했던 기록이나 과거 장기 비자를 발급받았던 기록, 또는 일정 기간 이상 세금을 납부했던 기록, 부동산 소유 여부 등의 자료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우리에게 남은 옵션은 하와이에 거주하는 한인들이 소유, 우리와 같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임대업을 하는 사람을 찾는 길뿐이다. 다행히 우리처럼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위해 한국인 전용 신문인 ‘교차로’ 부동산 지면에서 매주 새롭게 갱신되는 부동산 임대물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온라인에 ‘교차로’라고 검색하거나 현지 한인마트인 ‘88’, ‘팔로마’ 등에서 무료로 배치된 신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전문 임대물의 가격은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보다 평균 200~300달러 정도 비싼 수준에 거래된다. 사실 부동산 주인의 입장에서 신용이 확실치 않은 외국인에게 임대를 해야 하니,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여하튼 이 때문에 미국 내에서도 공포의 대상으로 여겨지는 하와이의 무시무시한 부동산 가격이 우리에겐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만다. 우리가 ‘진짜’로 지불해야 하는 월세 수준은 최소 1500달러.(한화 약 168만원) 이는 필자가 당신을 싱글이며, 미니멀한 삶을 꾸린다고 가정하고 잡은 최소비용이다. 가족 단위라면, 그 비용은 2500달러 수준까지 올라간다.

여기서 잠깐, 당신이 하와이를 찾아온 이유는 아마도 와이키키 해변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때문 아닌가? 와이키키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10층 이상의 아파트는 월평균 3500달러 이상이며 이마저도 완공된 지 30~40년은 족히 넘은 공동주택들이 대부분이다. 참고로 최근 일본인들이 주로 밀집해 거주하는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인근의 고층 신축 아파트의 경우 월평균 5000~6000달러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알라모아나 센터 인근의 고급 콘도, 레지던스 호텔의 모습.

자, 다시 돌아가면 결국 당신은 최소 150달러의 호텔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거주하거나, 운이 좋아도 월세 1500~2000달러를 각오해야 한다. 이미 당신의 예상보다 많은 지출이다.

고생 끝에 원하는 단기 거주 주택을 구했다면, 당신은 무언가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굽이치는 파도를 구경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식사를 할 차례. 당신은 와이키키 해변과 인접한 알라모아나 쇼핑센터를 찾아갈 가능성이 크다. 보통 현지인들이 찾는 식당은 외부에서 보기에 세련되지 않은 외관 탓에 쉽게 접근할 수 없고, 길이 낯선 외국인에게 유일하게 알려진 일대는 알라모아나 센터 정도뿐이다. 가는 방법은 아마도 택시일 가능성이 크다. 하와이는 한국의 여느 도시처럼 지하철이나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 시설이 촘촘하게 연결돼 있지 않다. 역시 안타깝게도 하와이에는 당신이 기대한 일반 택시는 없다. 오직 콜택시와 ‘우버(Uber)’뿐이다.

세계적으로 큰 유명세를 가진 알라모아나 쇼핑센터. 해외 유명 명품 브랜드가 입점해 있어서 하와이를 찾는 관광객들이 빼놓지 않고 찾는 명소로 통한다.

그럼 당신은 호텔 직원에게 부탁해 콜택시를 연결해 달라고 할 것이다. 호텔 직원은 흔쾌히 매우 낭랑한 태도로 콜택시를 호텔 정문 앞까지 대령해주지만, 주행 요금 외에 팁으로 10% 정도의 추가 요금이 부과된다.(단, 한국인이 직접 운전하는 회사나 콜택시의 경우 팁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필자가 거주했던 알라모아나 센터 인근의 주택에서 와이키키 해변으로 통하는 산책길.

그렇게 10달러 이상의 요금을 지불한 뒤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알라모아나 센터에서 가벼운 한 끼 식사를 하려고 보니 멀리서도 눈에 띄는 푸드코너가 보인다. 그중에서도 유독 아시안이 많이 모여있는 식당에 들어서니 일회용 용기에 반찬 몇 가지를 골라 담아 주는 한 끼 식사가 10달러 남짓이다. 이게 현지에서 ‘가장 저렴한’ 한 끼인데, 반찬 2개와 볶음밥 또는 볶음면을 선택해 고를 수 있다.(‘판다 익스프레스-PANDA EXPRESS-’ 같은 미국화된 중식당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 식사를 마친 후 와이키키 해변으로 향할 계획으로 길을 나서지만, 이때도 길은 익숙지 않다. 네비게이션을 따라 걸어갈 수는 있지만, 현지 휴대폰이 있을 리 만무. 결국 다시 콜택시를 부른다.

우여곡절 끝에 당신이 원하던 꿈의 와이키키 해변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탁 트인 바다를 보고 있으니 왠지 눈물이 날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가 참 장하다는 생각이 든다. 복잡 미묘한 순간이다.

와이키키 해변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노숙자 존재는 하와이 현지인이라면 누구나 마주하고 사는 현실이다. 이들은 특히 마약 소지 이슈 때문에 사회 문제로까지 부각된 상황이지만, 하와이주조차 빠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1분도 채 지나지 않은 사이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자세히 들으니 ‘원달러, 원달러’란다. 커다란 덩치와 고약한 냄새를 가진. 그는 아름다운 꿈의 도시 하와이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노숙자’다. 큰 해를 가한 것도 아니고 위협을 한 것도 아니지만, 당신은 몸부터 피하려고 할 것이다. 등을 돌리다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방금 내게 구걸한 남성 같은 사람들 천지다. 수많은 노숙자들이 해변에서 관광객이 먹다 남은 음식을 주워 먹거나, 쓰레기통을 뒤지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여행자 반, 노숙자 반이라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아뿔싸!’ 이쯤 되니 지금 있는 곳이 와이키키 해변인지, 노숙자 쉼터인지 분간이 안 될 지경이다.

예상치 못한 광경에 이곳에 왔던 것보다 더 힘겨운 과정을 거쳐, 몇 시간 만에 묵고 있는 호텔에 도착했다. 해는 벌써졌다. 어둑어둑한 하늘을 보니 왠지 모르게 한국에 있는 부모님과 친구들이 떠오른다.

‘내일은 과연 마음을 다잡고 휴대폰 구매부터 당분간 먹을 만한 먹거리 장만, 전기 신청, 은행 계좌 오픈 같은 것들을 해낼 수 있을까. 아니 그전에 오늘 경험한 것들은 대체 다 무엇이란 말인가. 이 고생을 하려고 하던 일 모두 접고 모아 두었던 피 같은 돈을 들고 온 것인가.’

자신의 선택에 대해 한없이 깊은 고민이 빠질 것이다. 하지만 당신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다. 주린 배와 아픈 다리 탓에 금세 깊은 잠에 빠지게 될 테니까.

@이번 연재는 당신의 현지 정착금 1천만원이 긴 시간 동안 모은 소중한 돈이라는 것을 잘 아는, 같은 또래의 청년이 먼저 겪고 난 실제 경험담을 토대로 작성합니다. 모든 내용은 100% 사실만을 적습니다.

필자소개
제인린(Jane lin)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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