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에서 유행처럼 번지는 말이 있다. ‘一毕业就等于失业(졸업은 곧 실업이다)’, ’学好数理化,不如有个好爸爸(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좋은 아빠를 가진 사람만 못하다)’라는 말이 그것이다. 스스로의 교육 수준보다는 부모가 보유한 권력과 명예의 정도가 자녀의 인생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의미다.
한때 ‘读书改变命运(독서운명론)’, ‘知识就是力量(아는 것이 힘이다)’ 같은 말이 각광받던 시절이 있었음을 떠올리면 이 같은 사회 현상은 뒷맛이 다소 씁쓸한 것이 사실이다. 교육이 더 이상 가난을 극복하고 신분상승의 사다리가 되지 못한다는 인식이기 때문이다.
他们说, 그들의 시선
최근 인터넷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한 중국 소년의 안타까운 사연이 있다. 올해 18세인 단샤오룽(单小龙)은 농민공 아버지를 둔 평범한 소년이다. 아버지와 형은 일거리를 찾아 도시로 떠났지만 가족의 삶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고, 어머니는 지난 몇 년 동안 이름 모를 병을 얻어 집안에서 꼼짝할 수 없는 상황이며, 어려운 집안 사정 탓에 어떠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단샤오룽은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일용직으로 일하지 않으면 생활비조차 마련할 수 없는 상황이다.
她说, 그녀의 시선
그런데 단샤오룽은 올해 6월 중국의 대입수학능력시험인 까오카오(高考)에서 750점 만점에 676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중국 최고의 공과대학인 칭화대학교 전자정보학과에 진학하는 데 성공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을 가진 그의 명문대 진학 소식은 곧장 현지 언론을 통해 집중 보도됐다. 이에 따르면 그가 대학 합격 소식을 처음 들은 곳도 일용직으로 근무 중이었던 공장에서였다.
대입 이전의 사연도 전해졌다. 단샤오룽은 지난 2015년 전국 중학교 물리경진대회에서 1등을 기록했음에도 대도시에 소재한 명문 고등학교로 진학하지 못했다. 고향에 홀로 남겨질 어머니를 두고 도시로 떠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단샤오룽의 피폐한 삶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진도 공개됐다. 이는 그의 휴대전화를 촬영한 사진으로, 대다수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아닌 2G 피처폰이었다. 이마저도 하도 오랜 기간을 사용한 탓에 버튼이 제대로 눌리지 않아 오직 통화 기능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샤오롱은 이와 관련해 “휴대전화가 내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때때로 전화요금을 지불하지 못해 이것마저 해제하고 싶을 때가 많았지만, 외지에서 일하는 가족들과 연락할 수 있는 유일한 끈이기 때문에 내겐 소중한 물건”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공부를 매진하는 것 뿐”이라며 “이것만이 나와 내 가족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다수 여론은 그를 대견해하면서도 그의 삶이 앞으로 크게 나아질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체 무슨 이유에서일까?
최근 중국에서는 고등 교육기관에 진학해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것보다 일찌감치 대도시에 나가 돈벌이에 매진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다.
실제로 중국의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가사 도우미가 가장 각광받는 직업 중 하나로 떠올랐다. 중국 노동사회보장과학연구원(中國勞動社會保障科學硏究院)이 발표한 ‘2018년 중국 가사도우미 서비스 발전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가사도우미 산업 규모는 매년 20%의 속도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가사 도우미 시장의 전체 규모는 이미 4400억 위안(약 72조3300억원)을 돌파했으며, 무려 약 2800만명이 관련 분야에 종사 중이다.
중국에서 가사 도우미 수요가 높은 곳은 베이징(北京)을 비롯해 선전(深圳)·상하이(上海)·항저우(杭州)·광저우(廣州)·칭다오(靑島) 등의 대도시다.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력을 지닌 이들이 많이 거주하는 탓에 인건비 역시 높다. 베이징에서 일하는 가사 도우미의 월평균 수입은 8100위안(약 150만원) 정도로, 4년제 대졸 출신 사회 초년생의 평균 월급인 4000위안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금껏 4050 세대가 대부분이던 가사 도우미 직종에는 20대의 유입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상태다.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중국 대도시에서 일하는 가사 도우미 중 10대 후반부터 20대 사이의 가사 도우미 비중은 전체 종사자 중 40%를 넘어섰다. 특히 20~25세의 가사 도우미는 전체의 약 26.5%를 차지했다. 이는 대학을 졸업하고도 기업체 취업이 아니라 가사 도우미로 뛰어드는 이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유는 교육과 사회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개혁개방 30년 이래 중국 경제는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고착화된 교육과 자본력이 중심이 돼버린 사회는 높은 학력의 높은 수입을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농촌에서 나고 자란 ‘흙수저’ 청년들은 어렵사리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더라도 주류 사회로의 진입이 쉽지 않다. 대학 생활 내내 빈곤은 그들의 생활 전반을 지배하게 되고, 장기간의 학업 스트레스와 생활고는 그들을 우울증과 열등감으로 밀어 넣는다. 이로 인한 ‘성인 자폐증’을 앓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 큰 문제는 이 같은 구조가 쉽사리 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과, 동시에 이를 타개하고자 하는 인식의 부재다. 최근 중국 언론의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87%가 이 시대 젊은이들이 자수성가보다는 부모의 재력과 권력에 기대를 거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또한 응답자 42%는 역량 있는 부모가 없어서 사회·경제적인 문제로 곤란한 상황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조사 결과도 있다. 연소득 1만 위안(약 170만원) 이하의 가정에서 자란 이들의 62.3%는 교육 무용론이 타당하다고 답변했다. 빈곤층일수록 교육 무용론에 수긍하는 비중이 높은 것이다. 아울러 농촌에 거주하는 이들 가운데 37.2%는 고등 교육기관 진학이 계층 간 이동을 보장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