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을, 춘천의 추억을 한움큼 더하고 싶다면
이 가을, 춘천의 추억을 한움큼 더하고 싶다면
2018.10.26 13:20 by 전호현

이제는 먼 옛날이야기가 되어 버린 20대 초반, 입대를 앞두고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춘천의 이모네 가게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2년 2개월의 암울한 시간도 당시엔 의외로 별 걱정이 안 됐다. 오히려 해보지 못했던 일이나 하고 입대해 볼까 해서 낯선 곳에서 일을 하며 한 달 가까이 머물렀던 곳이 춘천이었다. 벌써 10년이나 지나버린 지금, 춘천은 전혀 다른 도시가 되어버렸다. 사통팔달 뚫린 도로와 ITX, 그리고 경춘선까지 연결되어 출근길 정도로 생각할 수 있는 거리에 역사는 최신식 건물로 바뀌었고, 도로는 깔끔히 정비됐으며, 도시의 중심지인 춘천 명동도 재정비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아직 내 기억 속 춘천의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고, 그 흔적을 찾는 일은 늘 흥미롭다. 오늘은 그 흔적 중 하나인 춘천 LP BAR 방문기다.

 

춘천의 LP BAR 잭슨빌(Jackson Bill)
춘천의 LP BAR 잭슨빌(Jackson Bill)

춘천의 한가운데 자리한 잭슨빌이라는 BAR는 가게 이름부터 기구했다. 원래는 간판업자의 실수로 잘못된 철자가 새겨진 가게명이 붙어 있었는데 그것을 그대로 사용하게 되어 가게 이름도 잭슨빌이 되었다고 한다. 그 이름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가게를 보자니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사장님이 이곳에 자리한지는 15년 정도. 그 전에는 미군 부대 앞에서 20년 간 ‘파킹’이라는 LP BAR를 운영했고, 그보다 전에는 이태원에서 1년 정도 DJ로 활동도 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방문한 날도 음악적 흥을 감추지 못하셨다. 오랜 시간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셨지만, 좀 더 큰 도전을 해보고 싶다는 꿈도 잃지 않고 있는 열정적인 사장님이었다.

 

잭슨빌 특유의 분위기는 내 기억 속 춘천을 닮았다
잭슨빌 특유의 분위기는 내 기억 속 춘천을 닮았다

사실 처음 가게에 들어섰을 때는 당황스러웠다. 호프집처럼 배치된 넓은 좌석에 특별한 요소 없이 여기저기 배치된 스피커가 특히 그랬다. 하지만 음악이 흘러나오자 가게의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아무렇게나 달려있다고 생각했던 스피커는 스피커의 특성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곳에 놓여 있었다. 지난 번 소개했던 보스 901(레드제플린 편 참고) 4대가 시원하게 소리를 울려주어, BAR를 중심으로 가운데 테이블에서 모아 들을 수 있게 배치되어 있었다. 게다가 모서리에 달린 스피커는 천장과 묘하게 반사각을 이루면서 훌륭한 소리를 내뿜는다. 공연장에 잘 어울리는 스피커가 넓은 공간과 잘 만난 케이스라고나 할까. 음향은 기기가 아니라 노하우라는 사장님의 말씀이 와 닿는 순간이었다.

 

믹싱 기계

처음 봤을 때 어지럽던 자리들도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들과 함께 음악에 섞여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분위기로 변했다. 지역에서 보기 힘든 분위기와 LP BAR라는 특성 때문에 외국인과 외지인 손님이 80%정도 된다고 한다. 특히 외국인들에겐 자국 여행 잡지에 추천 장소로 올라가 있을 정도로 알려져 있다고. 8천장이 넘는 LP들로, 대부분의 음악을 커버하지만 없는 음악도 검색해서 틀어 주신다. 장르에 상관없이 모두 틀어주신다고. 손님들이 신청하는 음악들로 많이 배운다고 하신다. 맥주는 주문할 필요 없이 셀프로 먹는 구조로 바로바로 꺼내 마시면 된다.

설악산에는 벌써 올해 첫눈이 내렸단다. 춘천의 가을도 제법 깊어졌다. 대학 새내기들의 MT든, 연인들의 설레는 나들이든, 부대로 복귀하는 군인들이든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삶과 추억을 위해 열차에 몸을 싣는다. 건물이나 역사가 현대식으로 깔끔해지고, 가게들이 바뀌었다고 해도, 그때나 지금이나 춘천이라는 곳은 애틋하고 아련한 기억들과 희로애락의 감정을 간직한 장소다. 문득 춘천을 방문하게 된다면, 그런 기억을 추가 할 수 있는 이곳에서 맥주 한잔 하는 것을 추천해 본다.

 

FOR 춘천에서 흥겹게 밤을 보낼 당신 / BAD 춘천에서 고요한 밤을 보낼 당신

 

덧1- 음향이 모이는 구역과 상대적으로 조용한 구역이 있으니 선택. 
덧2- 닭갈비골목 한가운데 있으니 (한잔에)한점 먹고 들어가면 금상첨화.                                                                                   

*사장님의 추천 곡 

필자소개
전호현

건설쟁이. 앨범 공연 사진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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