궈원구이정취안홀딩스의 궈원구이(郭文貴·51) 회장은 한때 중국에서 손꼽히는 부동산 개발업자이자 오랜 기간 공산당 고위 간부들의 ‘금고지기’로 통했던 인물이다. 그래서 그가 중국 고위 간부들의 재무 상태와 비리 여부 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입만 열면 몇 명 정도는 쉽게 ‘골’로 보낼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그런 그가 최근 미국으로 망명 신청을 했다. 망명한 이후 궈원구이 회장은 중국 지도부 인사들의 비리를 연이어 폭로해오고 있는데, 그가 폭로한 내용 속에는 중국을 대표하는 사업가인 마윈 알리바바 회장에 대한 내용도 포함돼 있다.
他们说, 그들의 시선
궈원구이 회장은 마윈 회장이 과거 자신과 마찬가지로 공산당 간부의 금고지기 노릇을 하고 있으며 그들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려 은닉하도록 돕고 있다고 폭로했다. 또한 그들 중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주변 인물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고도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현재 자신의 신변에 대한 지속적인 위협 탓에 특정 인물의 실명을 거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궈원구이 회장의 발언은 해외 언론을 통해 중국에도 크게 알려졌다. 하지만 대다수 중국인들은 비난의 화살을 마윈 회장이 아닌 궈원구이 회장에게로 돌리는 모양새다. 궈원구이 회장이 사실이 아닌 주장으로 마윈 회장에 대한 음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 같은 현상은 마윈 회장에 대한 중국인들의 긍정적인 생각, 그리고 그의 성공을 국가와 동일시하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의 대외적 위상을 높인 것이 알리바바고, 알리바바를 세계적인 기업으로 만든 것은 마윈 회장이라는 인식이다.
실제로 중국인들은 마윈 회장을 ‘마윈 아빠(马云爸爸)’라는 호칭으로 즐겨 부른다. 설혹 그가 무엇을 했든 마윈 회장과 알리바바의 성장은 곧 중국의 성장이며, 전 세계인들 앞에 당당하게 설 수 있는 14억 대국의 발전을 증명하는 존재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 또 하나의 사례가 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구찌(Gucci)를 이끄는 마르코 비자리(Marco Biazzrri) 회장이 최근 알리바바를 겨냥해 ‘짝퉁의 온상’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를 냈다가 엄청난 역풍을 맞은 것이다. 비자리 회장의 발언이 전해지자마자 중국에서는 구찌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기 시작했다.
她说, 그녀의 시선
비자리 회장은 최근 알리바바와 징둥 등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대해 “두 곳의 업체 모두 가짜 제품이 범람하는 플랫폼”이라며 “합작을 고려해 본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제는 그의 발언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BoF’ 포럼이었다는 점이다. 여기에 구찌가 속한 케링 그룹의 지난해 최대 소비국이 중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벌집을 건드린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케링 그룹이 오래 전부터 중국 시장을 겨냥해 알리바바와 징둥 등의 업체와 합작을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비자리 회장의 이번 발언은 세계 최대 명품 소비시장인 중국을 이용만 할 뿐 존중하지 않는 태도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러나 비자리 회장의 이번 발언은 1회성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케링 그룹과 알리바바는 ‘짝퉁’ 논쟁을 주고받으며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국제 소송까지 가는 등의 첨예한 갈등의 끝은 항상 케링 그룹이 한 발 물러나면서 봉합되곤 했다.
비자리 회장의 이번 발언은 1회성으로 그칠 가능성이 높다. 과거에도 케링 그룹과 알리바바는 ‘짝퉁’ 논쟁을 주고받으며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국제 소송까지 가는 등의 첨예한 갈등의 끝은 항상 케링 그룹이 한 발 물러나면서 봉합되곤 했다.
일련의 상황으로 볼 때 중국의 이 같은 ‘신 중화(新 中華·중국은 세계의 중심)’ 사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4억 인구와 거대한 영토, 오랜 기간 자급자족이 가능한 자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신기술을 보유한 중국은 이제 세계 어느 국가와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을 국가로 성장했다.
반면 인간 중심의 도덕적 가치는 그들이 갖춘 하드웨어를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그들 스스로 ‘대국’이라 칭할 만큼 크게 성장한 외면에 비해 교양과 상식이 턱없이 부족하고, 이 같은 인식의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에서의 정치부 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무작정 중국행. 새삶을 시작한지 무려 5년 째다. 지금은 중국의 모 대학 캠퍼스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